이더리움 블록체인, 실생활 속으로 파고든다

엔터-게임 마케팅-맛집 공유까지 활용 사례 늘어

컴퓨팅입력 :2017/11/08 17:22

손경호 기자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다양한 온라인 계약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계약을 이행할 경우 일정한 암호화폐를 지불하는 '스마트계약서(Smart Contracts)'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 개념을 내세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실현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 동안 외환송금, 부동산 계약, 중고차 매매 등 분야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게임 마케팅, 맛집 정보 공유 등 분야에서 먼저 관련 프로젝트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 퀀텀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 스마트계약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에 대한 수익을 나눠갖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여러 분야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것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등 분야다.

■ 엔터테인먼트가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법

지난 10월21일 홍콩 마카오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태양이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콘서트 티켓은 현금 외에도 'ENT캐시'라는 암호화폐를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앞으로 예정된 지드래곤 유럽 콘서트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류 스타들에 대한 콘서트 티켓 판매, 실시간 방송 등을 지원하는 ENT프로젝트.

ENT프로젝트는 이더리움과 중국 퀀텀 블록체인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외 스타들이 공개한 창작물이나 인터넷 생방송 등에 대해 글로벌 팬들이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블록체인 전문회사 싱귤러DTV는 지난 6일 영화감독, 음악가 등을 포함한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펀딩, 배포,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분산앱 '토킷(Tokit)'을 공개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지적 재산권, 수익, 로열티 등을 토킷 내에 스마트계약서 형태로 프로그래밍해서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이 과정에서 인기 일렉트로닉 음악 뮤지션이자 DJ 겸 인디음악 프로듀서로 알려진 그래매틱(GRAMATIK)이 처음으로 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콘서트 공연 중 자신에게 펀딩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하는 이벤트를 연다.

싱귤러DTV가 고안한 토킷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암호화폐로 펀딩을 받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매틱(GRAMATIK)이라는 인기 뮤지션 겸 DJ가 자신의 콘서트에서 암호화폐 펀딩을 받을 예정이다.

잭 르보 싱귤러DTV 최고경영자(CEO)는 "아티스트가 세상에 자신을 표현할 때 자신의 작품으로 번 수익과 가치를 중개인에게 뺏겨 결국 많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며 "싱귤러DTV의 애플리케이션이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의 제작부터 배급까지에 대한 자율권을 돌려주면 이러한 현상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킷에서 발행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SNGX토큰'에는 아티스트의 지적 재산권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아티스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내면 이런 수익이 자동으로 토큰을 보유한 팬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갖췄다.

인플루언서, 왕홍 등이 신작 게임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이로 인해 얻은 성과에 대해 플레이코인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TV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이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팬들로부터 모인 토큰이 많을수록 아티스트는 수익을 얻으며 토큰의 수요가 많아져 가치가 오를수록 팬들도 현금화했을 때 더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 인플루언서-왕홍과 게임사 간 윈윈 구조 만든다

게임 마케팅 활동에 스마트계약서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실제 프로젝트로 나왔다.

게임플랫폼 전문기업 홍콩법인인 게임허브는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 '플레이코인'을 이용해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나 중국 왕홍 등이 게임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펴도록 하고 이로 인해 의미있는 성과가 나면 플레이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ENT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과 퀀텀을 활용해 스마트계약서 기능을 구현한다.

김호광 게임허브 대표는 "플레이코인을 통해 독과점이 된 게임과 디지털 마케팅 시장 구조에 대한 혁신을 기대한다"며 "원활한 플랫폼 운영을 위해 초기 게임 광고주와 연결할 왕홍 400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코인은 오는 15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플레이코인을 발행해주는 대신 이더리움을 투자금으로 받는 사전 ICO(Pre-ICO)를 진행할 예정이다.

싱크로라이프는 AI를 활용해 개인화된 맛집을 추천해주며 리뷰나 사진을 올린 블로거들에게 암호화폐로 보상을 지급한다.

게임허브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1천733명이 소속된 국내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 미디어브릿지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 맛집 블로거도 수익 내는 '싱크로라이프'

홍콩을 중심으로 전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한 맛집 추천 플랫폼 '싱크로라이프(SynchroLife)'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 취향에 맞는 맛집을 추천해 준다. 여기에 더해 리뷰나 고품질 사진 등을 올린 사용자들에게는 별도의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지난 7월 말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현재 월간 2천500건 이상 리뷰와 5천장 이상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고 이 회사는 집계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음 기반 스마트계약서를 통해 인기 블로거나 유튜브 스타 등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토모치카 카미야 싱크로라이프 CEO는 "많은 국가에서 리뷰를 등록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 기쁘다"며 "취미로 블로그를 쓰던 이들이 블로거로서 광고수익을 얻고 유튜브에 취미로 올리던 것이 유튜버라는 직업을 만들어 낸 것처럼 맛집 리뷰어라는 직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귤러DTV를 운영 중인 잭 르보 CEO는 영국 배우 겸 가수로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보위가 고안한 '보위 본드(Bowie Bonds)'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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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가 앞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해 미리 팬들로부터 펀딩을 받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유하는 채권을 발행했었다. 당시 보위는 5천500만달러 펀딩을 유치했었다.

기존 아티스트에 더해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왕홍, 크리에이터 혹은 일반인들까지도 암호화폐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수익을 공유하는 일명 '암호경제(Cryptoeconomy)'에 발 담그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