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세금 안 내려고 현금을 외딴 섬에 옮겼다

인터넷입력 :2017/11/07 11:25    수정: 2017/11/07 14:43

애플이 조세 회피를 위해 거액의 현금을 외딴 섬으로 옮겼다는 탐사 보도가 나왔다.

IT매체 씨넷은 애플이 2천5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영국령 채널 아일랜드제도에 있는 저지 섬으로 옮겼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이하 ICIJ)가 공개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이 영국령 채널 아일랜드제도에 있는 저지 섬을 선택해 현금 2천 500억 달러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 섬의 법인세율은 0%라고 알려졌다.

보고서는 “저지 섬은 2014년 후반부터 애플 조세 회피에 중요 역할을 했다”며, “이 곳에서 애플은 극도로 낮은 세율을 누려왔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거액의 현금을 옮겼다고 지목된 영국령 채널아일랜드제도에 있는 저지 섬 (사진=위키피디아)

이 보고서는 버뮤다 법률사무소 애플비(Appleby), 기업 서비스 제공업체 에스테라(Estera)에서 입수한 조세 회피처 관련 파일을 분석한 자료다. 유출 문건 수는 1340만 건, 파일 규모는 1.4TB에 이른다.

독일 매체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는 이 보고서를 입수해 뉴욕타임스, 호주 ABC,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등 각지의 미디어 파트너와 공유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 애플, 아일랜드의 법인세법이 바뀌자 새로운 장소 물색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의 세법을 이용해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우고 세금을 회피하는 일명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 기법은 애플 뿐 아니라 많은 미국 IT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택하는 방법 중 하나다. 애플은 오래 전부터 미국 법인세율 35%를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우고 현금을 보유해 세금을 회피해왔다.

작년 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이 방법을 통해 2003년 유럽에서 거둔 이익의 1%만 세금을 냈고, 2014년에는 0.005%의 세율을 지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2016년 중반 애플이 불법적 세금 감면을 받았다고 결정해 145억 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보고서는 최근 아일랜드가 법인세법이 변경되자 애플은 2014년 초부터 현금을 보관할 새로운 장소를 찾기 시작했고, 법률 회사 애플비의 도움을 받아 0%의 법인세율을 부과하는 저지 섬을 택했다고 전했다. 실제 애플비는 2015년부터 저지 섬에 자회사 두 곳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애플은 이 보도에 대해 애플은 지난 3년간 35억 달러의 법인세를 낸 미국의 가장 큰 납세자라며 애플은 법을 준수해 어느 나라에서든 내야 할 세금을 줄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9월 말 현재, 애플은 2천69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해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팀쿡 애플CEO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세율의 너무 높아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미국에 가져오지 않는다며 세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