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은산분리 완화 안 되면 혁신 차질”

출범 100일 간담회…“부정결제 문제 보완 약속”

인터넷입력 :2017/11/03 14:34

“(은산분리 원칙은) 빨리 바뀌고 꼭 바뀌어야 한다. 카카오뱅크가 100일 만에 사랑을 받은 건 혁신과 앱에 대한 완결성 때문이다.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혁신의 속도가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용우, 윤호영 한국카카오은행 대표는 3일 카카오뱅크 출범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은행권 혁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당장 은산분리가 되지 않더라도 회사가 곧바로 타격을 입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은산분리가 완화돼야만 카카오뱅크 같은 혁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산분리란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경우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뜻한다. 실제 보유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10%까지 가능하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이용우(왼쪽), 윤호영 한국카카오은행 대표

당초 정부는 기존 은행이 아닌 IT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게 하겠다는 취지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기존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는 은산분리 완화법이 통과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 기존 주주와 맺은 계약에 따라 더욱 강력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초기 흥행 비결인 혁신적인 편의성과 사용자경험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 한다는 방침이다.

■ "체크카드 부정결제 반성...보완책 다음 주 적용"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체크카드 부정결제 사고 문제도 거론됐다.

카카오뱅크 한 이용자는 최근 새벽 스마트폰으로 1시간 동안 1분 간격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알려주는 알림톡을 받았다. 그렇게 카카오뱅크 통장 내 잔액 2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아직 정확한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사용자의 카드번호와 만료기간, 뒷면에 있는 CVC 번호 등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보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금융사들이 운영 중인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카카오뱅크 출범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이에 이용우 대표는 “(카카오뱅크 보안성에) 우려하는 부분 잘 알고 있다”면서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인가를 받을 때 은행과 동일하거나 더 강한 보안에 신경을 썼다”는 말로 보안에 대한 큰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무단 인출 관련한 문제는 기존 은행권에서도 가끔 있는 행위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단 기간에 서비스를 하다 보니 놓쳤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카드 안전성 부분은 협력기관과 같이 해야 하는데, 이런 부정 결제를 막을 수 있는 원칙들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 주 쯤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식별 개인정보 수집, 활용 확대돼야"

카카오뱅크 두 대표는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로막혀 비식별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이 쉽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비식별개인정보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개인 정보들을 비식별조치해 활용할 수 있지만 여전히 여러 제약들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윤호영 대표는 “비식별개인정보 활용 문제는 잘 풀렸으면 좋겠다.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체계 등급을 적용하고 싶은데 규제로 막힌 게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령 기존 신용등급 7등급인 이용자가 제2 금융권에도 대출을 못 받았는데, 예스24나 멜론에서 꾸준히 결제를 했다면 이런 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는 4등급으로 보고 중금리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금리 대출 확대...비활성 계좌 비율 줄 것"

이 밖에 카카오뱅크 두 대표는 중금리 대출 규모가 적고, 비활성 계좌 비중이 크다는 지적에도 답했다.

이용우 대표는 “현재는 서울보증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서비스 초반 고객의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위험요소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객들의 대출금 상환 형태와 체크카드 이용행태 등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서울보증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해 중금리대출과 더 낮은 등급의 대출도 추진, 확대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윤호영 대표는 “비활성 계좌 비율은 보통 은행도 30%까지 된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비활성 계좌는 40%대까지 떨어진 상태”라면서 “이는 서비스 초반 계좌는 개설했지만 체크카드를 못 받은 이용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체크카드 배송이 정상화돼 사용률은 계속 늘 것”이라고 밝혔다.

출범 100일 맞은 카카오뱅크가 높은 고객 만족도를 기반으로 롯데 ATM을 통한 스마트 출금 인프라를 강화하고, 휴일에도 나오는 전월세 보증금대출 등 새 상품을 연이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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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객센터 시설과 인력을 늘려 고객상담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임은 물론, 계좌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를 추진해 중간수수료를 줄임으로써 소비자 혜택을 늘린다.

2019년 하반기 서비스 목표로 신용카드 사업도 준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