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구글-트위터, 러시아 美대선 개입 영향 적다"

3사 책임자, 미국 상원위원회 증인 참석해 주장

인터넷입력 :2017/11/01 14:06

손경호 기자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러시아 정부를 배후에 둔 정치선동용 가짜 광고, 콘텐츠 유통경로로 악용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3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상원위원회 범죄 및 테러 분과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3개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 같이 주장했다.

'극단주의 콘텐츠와 러시아의 잘못된 정보 온라인 유포 : 기술기업과 함께 솔루션을 찾기 위한 작업(Extremist Content and Russian Disinformation Online: Working with Tech to Find Solutions)'을 주제로 한 청문회에 앞서 참석한 3개 기업 법무담당자들은 자사 플랫폼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 영향력이 대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 페이스북, 러시아발 가짜 광고-콘텐츠…2만3천개 중 1개꼴

페이스북 콜린 스트레치 법률고문은 2천900만개 미국 기반 페이스북 사용자 계정이 IRA의 뉴스피드로부터 미국 대선과 관련된 가짜 광고나 콘텐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올해 초 의회에 밝힌 수치보다 3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면서 확산됐기 때문에 적어도 1억2천600만명 페이스북 사용자가 해당 광고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이다.

대부분 광고나 콘텐츠는 총기소지법,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LGBTQ+, 인종차별 관련 이슈를 다뤘다.

증언을 통해 페이스북은 불법적인 광고가 유포된 경우는 전체 콘텐트 중 0.004%로 2만3천개 뉴스피드 중 1개꼴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170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이 계정들은 12만여개 대선 관련 콘텐트를 게시했다.

페이스북은 또한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그룹 APT28의 존재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 그룹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악용해 미국 주요 정당 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보를 유출시키기 위한 공격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페이스북 콜린 스트레치 법률고문, 트위터 션 에드겟 고문변호사, 구글 리차드 살가도 법 집행 및 정보보안 디렉터.

스트레치는 "우리는 누가 가장 위험성이 높은 공격대상이 됐는지에 대해 알림을 준 뒤 이런 활동에 대해 사법기관과 접촉했다"고 말했다.

일명 '팬시베어(Fancy Bear)'라고도 알려진 이 해킹그룹은 러시아 정부 지원을 받아 사이버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그룹은 지난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해킹해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였던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에서 수 천 건에 달하는 이메일을 유출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보안회사 파이어아이는 올해 초 해당 그룹이 특정 그룹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악성코드를 악용해 공격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러한 스트레치는 "우리는 미국 유권자들이 어디에 투표했는지 이유를 판단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 트위터, 2천752개 계정 사용 중단…대선 관련 내용 1% 미만

트위터 션 에드겟 고문변호사는 2천752개 트위터 계정이 IRA와 연계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과거 발표한 201개보다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는 "이 중 일부 계정은 2015년 초에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당)은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이 초기에 면밀한 조사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천752개 계정은 현재 모두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더해 160억개에 달하는 트윗 중 140만건이 대선과 관련해 자동화된 방식으로 유포됐고, 2억8천800만개 반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위터도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전체 트윗 중 대선 관련 내용은 1% 미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 유튜브 18개 채널서 1천100개 동영상 유포...조회수 수 천 건

구글 리차드 살가도 법집행 및 정보보안 책임자는 "자사 네트워크나 서비스는 러시아 정치선동가들에게 제한된 활동만 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2015년 중반 이후 광고 네트워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했으며 2개 계정만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은 유튜브 내 18개 채널에서 1천100개 대선 관련 동영상이 유포됐으나 조회수가 수 천 건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살가도는 또한 "동영상은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으며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공유가 됐으며 계정 상당수는 지메일이 쓰였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대선 광고와 관련해 정부의 데이터 요청과 게시 중단 요청 보고서에 관한 내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 온라인 광고주 공개하는 '정직한 광고법' 통과될까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정직한 광고법(Honest Ads Act)'에 대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법안은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도 TV나 라디오에서처럼 누가 광고에 돈을 지불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문회도 이 같은 법안에 도입 여부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서 지원해 미국 대선 기간 동안 가짜 뉴스와 왜곡된 콘텐트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IRA)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관련기사

지난 20일 CBS에 출연한 IT전문매체 와이어드 니콜라스 톰슨 편집장은 "매우 좋은 법안이라고 본다"며 "인터넷 광고 역시 다른 정치 광고처럼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참석한 증인들은 해당 법안 도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