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CEO 3인 교체…인사혁신 예고

2012 체제 굿바이...2017 新체제 출범

디지털경제입력 :2017/10/31 17:48    수정: 2017/11/01 10:56

삼성전자가 3개 사업 부문장(대표이사 CEO)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월 구속 수감 된지 256일 만이다.

새로 임명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인 김기남 사장(58년생)을 비롯해 김현석 신임 CE(소비자가전) 부문장과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장이 모두 61년생으로 50대가 전면 배치됐다는 점에 경영 쇄신을 목적으로 하는 세대교체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하는 권오현 부회장(DS)은 65세, 윤부근 사장(CE)과 신종균 사장(IM)은 각각 64세, 61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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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톱(3-TOP) 사업 부문장 전면 교체...왜?

삼성전자가 회사의 핵심 사업 축인 3개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배경은 더 이상 경영과 사업 조직적인 측면에서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부문장 인사는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신종균 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후임 선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해엔 온 나라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 사장단 인사를 한해 건너뛰었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시시각각 급변하는 IT 산업에서 사실상 3년 동안 사람과 조직 손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인사 적체에 대한 공감대가 크고 조직의 무력감이 더해지면서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신임 사업부문장. 왼쪽부터 김현석 CE 부문장, 김기남 DS 부문장, 고동진 IM 부문장.

기존의 쓰리-톱(3-TOP) 사업 구조와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정 속에 점진적인 변화와 쇄신을 꾀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부문장으로 승진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의 CEO는 모두 기존 각 사업 부문에서 사업 총괄이나 부장으로 반도체-TV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던 인물들이다. 그만큼 이미 폭 넓게 경험과 역량이 검증이 된 인물들이다.

김기남 사장은 전임인 권 부회장를 도와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총괄 사업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또 2015년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고동진 사장 역시 신종균 사장을 도와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8 등 스마트폰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11년 연속 세계 1위 TV 사업을 주도한 김현석 CE 부문장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당분간 기존 사업과 투자 방향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번 세대 교체를 통해 미래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융합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산업 간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부문간 능동적인 협업이 보다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가 조직을 쇄신해 활력을 주는 동시에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2년 체제 '굿바이'...2017년 신 체제 출범

이번 세대교체 인사로 지난 2012년 이후 5년간 이어져 온 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의 CEO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들 3인은 그동안 일선에서 세계 최고의 공정 및 양산 기술을 자랑하는 부품과 이와 연계된 스마트폰-TV 등 완제품(세트)으로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 결과는 이날 발표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천억원이라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그대로 보여준다.

윤부근, 신종균 사장은 이날 "삼성의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함께 한데 대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며 "후임자들이 삼성의 미래성장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퇴임의 변을 전했다.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도 사퇴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번에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사외 이사들에 의해 이사회 의장에 추천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 부회장을 대신해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지난 2016년 10월 주주총회 전까지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는 등 회사 내부 사정에 밝고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따라서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 전반에 걸친 이 사장의 새로운 리더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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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사업 부문별 대표가 50대 CEO들로 교체되면서 삼성 계열사 전반에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960년생이 임원 인사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급 등 후속 인사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를 과거와의 단절로 삼기보다는 아버지(이건희 회장) 시대의 지켜야 할 유산을 계승 발전하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기수들을 전진 배치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