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해외서 열매 따는 '포도트리'

디지털 스토리 콘텐츠 강점…수익모델도 탄탄

인터넷입력 :2017/11/13 18:40    수정: 2017/12/04 11:51

"해외 사업 계획을 한 줄로 요약하면 '우리가 강한 걸 들고 나가자'는 것입니다. 카카오가 강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 중심으로 카카오의 해외 사업이 점차 거대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좋은 소식을 계속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9월 해외 사업 계획을 밝히면서 한 발언이다. 이 발언 속엔 콘텐츠 자회사인 포도트리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특히 포도트리가 그 동안 글로벌 성과가 크지 않았던 카카오에게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감도 어려있다.

포도트리는 '카카오'란 플랫폼 위에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출발 선상에서 많은 강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강점은 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3만2천여개 디지털 스토리 콘텐츠는 또 다른 경쟁 포인트다.

여기에다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수익 모델 '기다리면 무료'의 흥행, 출시를 앞둔 VOD 서비스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종합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차곡차곡 다져왔다.

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작년 말 글로벌 투자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1천25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 등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 '노블코믹스' + '기다리면 무료' = 빈틈없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노블코믹스'를 통해 지적재산권(IP)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흥행과 작품성을 검증한 웹소설이 전문 만화가에 의해 웹툰으로 재탄생하면서, 웹툰 매출과 원작인 웹소설의 매출 증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지에서 47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웹소설 '달빛 조각사'의 경우, 같은 IP로 제작한 웹툰도 168만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웹소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도 웹툰이 제작되면서 중국 만화 전문 사이트 '텐센트 동만'에서 최단 기간에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지 주요 지표.

포도트리의 성공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자체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BM) '기다리면 무료'다.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가 작품별로 설정된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한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페이지 운영 초기에 최고 흥행을 기록하던 모바일 게임 '애니팡'의 운영 방식을 콘텐츠 플랫폼에 도입할 방법을 찾다가 고안됐다.

동시에 5~10분 내외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출판소설 1권을 1천여개의 회차로 나누고, 이용자 유인을 위한 혜택을 수시 제공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모바일 콘텐츠 구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소비 경험을 제공한 것. 결과적으로 현재 포도트리의 사업 성과는 전체 3만여개 콘텐츠 중 기다리면 무료가 적용된 약 2천개의 콘텐츠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포도트리 관계자는 "웹툰·웹소설 시장은 매출 상위권 작품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개별 IP의 가치보다 혁신적인 플랫폼의 힘이 더 강력하다"며 "2014년쯤 일 매출 2천만~3천만원을 기록하면서 이 시장에서 더 큰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는데, 혁신적인 BM을 적용하면서 현재 일 매출 5억원을 기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지 연간 누적 가입자 추이.

■ 풍부한 IP로 美·中·日 공략

카카오페이지는 경쟁력 있는 IP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4월 카카오재팬의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픽코마 출시 초기에 카카오페이지 개발·운영 인력이 직접 현지로 건너가 사업 노하우도 전수했다. '기다리면 무료' 상표권도 획득했다.

현재 픽코마에서는 일본 출판 만화를 비롯해 ‘좋아하면울리는’,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대새녀의 메이크업 이야기’ 등 국내 흥행 웹툰, 현지 연재 작품 등 1천개 이상 작품에 ‘기다리면무료’ 모델을 도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그 결과 올 9월 기준 월 순 방문자가 작년 8월보다 50배 증가한 250만명, 일 거래액은 1억원을 돌파했다. 일본 앱 스토어 도서 분야에서는 매출로 전체 2위, 다운로드 순위 1위(450만건 이상)를 기록한 바 있다.

픽코마 일본 광고.

중국에서는 현지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와 협업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텐센트동만은 중국 최대 웹툰·애니메이션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지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 ‘마검왕', '그 여름 나는' 등 10개 작품이 2017년 초부터 텐센트 동만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기다리면 무료도 도입했다.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포도트리는 카카오와의 합병 이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포도트리가 투자한 '타파스미디어'와의 콘텐츠 제휴 하에 작년 9월부터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타파스는 2만 명의 작가와 2만5천개 웹툰, 웹소설 175개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월 12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타파스에서 달빛조각사,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트레저 헌터 등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 작품 20편 이상이 영어로 번역돼 현지 서비스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해외 진출 현황.

■ IT 업계 최고 수준 보험·'기다리면 휴가'

포도트리는 스타트업 DNA를 살린 유연한 조직문화와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활용한 휴가 제도 '기다리면 휴가'는 최대 휴가비 300만원, 최장 3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3년 만근 시 3주 휴가와 휴가비 100만원, 2주 휴가와 휴가비 200만원, 1주 휴가와 휴가비 300만원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또한 잔여 연차가 0 이하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50%를 차지할 만큼 휴가 사용도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그외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와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최대 7천만원 가량의 대출지원, 약 850평 규모의 어린이집, 자녀, 본인 및 배우자 부모까지 상해·사고·질병 관련 실손 의료비와 보장성 보험료를 지원한다.

회사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 하에 고용형태, 직책, 나이와 관계 없이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복지 제도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때 임직원이 선출한 노사협의회 대표들과 상의하는 등 임직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이진수 대표의 경영 철학 : "-1%의 무서움을 아는 회사 지향"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직원들이 목표를 위해 달려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꾸준히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진수 대표는 "1% 올라간 것을 상승으로, 1% 떨어진 것을 하락이라고 말하는 회사가 포도트리"라며 "'원스텝 모어'라는 슬로건 하에 1%도 꼼꼼히 챙겨 계속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도록 도전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직원에 줄 수 있는 것은 영업이익 등 재원에 따라 제한돼 있지만, 직원의 요구는 끝이 없다"며 "회사의 성장이 멈추면 직원의 연봉도 멈추고, 결국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구성원들에게 언제나 자신 있게 성과를 우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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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 P&G와 프리챌, 한국 IBM에 이어 NHN에서 마케팅 센터장으로 근무하다 2010년 포도트리를 설립, 작년엔 카카오 콘텐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