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 예판 첫날…"차라리 7 사겠다"

[르포] 분위기 '썰렁'…일부 매장 "10분의 수준"

홈&모바일입력 :2017/10/27 15:41    수정: 2017/10/28 20:47

애플이 27일 국내에서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에 대한 첫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한 발 앞서 아이폰을 예약하기 위해 분주했을 시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이전 풍속과는 온도차가 꽤 컸다.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는 64기가바이트(GB), 256GB 모델 버전으로 스페이스 그레이·실버·골드 등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함께 공개된 아이폰X은 오는 11월 3일 1차 출시국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난다. 하지만 국내 출시일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통사 매장 현장에선 냉랭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전예약 전부터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예약판매 건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폰X 대기 수요와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찾은 서울 서초구 이통사 직영점 관계자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아이폰8은 사전예약 건수는 지난해 아이폰 신제품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전작인 아이폰7 사전예약 첫 날에는 150명 정도 예약했었지만, 아이폰8은 2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아이폰X을 기다리겠다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고, 아이폰8을 새로 사기에는 일부 성능을 제외하고 전작과 너무 동일하다는 평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런데도 가격은 용량에 따라 국내 제조사의 프리미엄 신제품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 다만 아이폰 팬층은 가격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이통3사가 아이폰8 시리즈의 국내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예약 건수 예년의 5분의 1 수준"

또 다른 이통사 직영점 관계자는 "보통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사전예약 첫 날에는 기본적으로 100건 이상은 무난히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5분의 1 수준"이라며 "심지어 아이폰 문의가 많아 9월부터 매장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했는데 실제 사전예약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모두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을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오히려 아이폰7으로 수요가 몰리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매장에서 만난 A씨(여·21)는 "아이폰 사용자인데 아이폰7을 구매하려고 한다"며 "아이폰8은 온라인 등에서 아이폰7이랑 크게 차이가 없고 배터리 문제, 후면이 유리로 돼 잘 깨질 것 같다는 등 안 좋은 평가가 많아서 출시된 이후 사용 후기를 본 이후에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폰8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아이폰8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문의가 있어도 애플의 입장이 전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어려워 애를 먹기도 한다"며 "배터리 때문에 차라리 아이폰7이나 아이폰X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폰8 시리즈는 5개 국가에서 배터리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애플이 아직까지 공식적인 원인 규명을 하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소비자뿐 아니라 국내 이동통신매장들도 예약판매 불참 의사까지 내놓으며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아이폰8의 배터리 불량 개선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예약판매가 감행되면서 유통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대응 방안과 소비자 보상 기준을 사전에 공지해야 하며, 이 같은 조치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일선 유통점들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예약판매에 참여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국내 이통사 매장에는 아이폰8 시리즈가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사진=지디넷코리아)

■ 통신사들도 고민…"신제품에 대한 분위기 역대 최악"

아이폰8 시리즈는 새 A11 바이오닉 칩과 모션 프로세서가 탑재되면서 사용 시간이 전작보다 2시간 가량 늘어났으며, iOS11 운영체제로 다양한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무선 충전 기능도 새롭게 탑재됐다. 다만 전작과 동일한 성능의 레티나HD 디스플레이, 전면 700만, 후면 1천200만 화소 카메라와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제품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아이폰8 출고가는 64GB 94만6천원, 256GB 114만2천900원이다. 아이폰8플러스는 용량에 따라 107만6천900원, 128만3천700원으로 책정됐다. 아이폰8은 최저 용량이 32기가바이트(GB)에서 64GB로 오르면서 출고가가 전작보다 8만원 가량 높아졌다. 아이폰8플러스는 현지에서 전작보다 20달러 가량 낮아졌지만 국내에서는 환율 등 영향으로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아이폰8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이 이처럼 냉랭한 가운데 아이폰X의 국내 상륙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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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은 부품 수급 문제로 초기 물량이 예년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된 우리나라에서는 출시 시기와 원활한 물량 수급 여부에 대해 우려를 낳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X이 한국에 언제 들어올지 알 수가 없으니, 아이폰X의 대기 수요를 아이폰8으로 끌어오고 있는 실정이고, 일부 소비자는 아예 출시국에서 제품을 사오거나 배송받아서 유심칩만 국내 매장에서 찾는다"며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분위기가 역대 최악이고 제품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보니 사은품에 대한 고민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