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급제가 도입되기 어려운 네 가지 이유

정치권 외 찬성 진영 많지 않아…효과 의견도 분분

방송/통신입력 :2017/10/25 20:22    수정: 2017/10/25 20:39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 하는 방안으로 완전자급제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속도 있게 추진해 달라.”(박홍근 의원)

“요금고지서를 보면 크게 통신요금, 단말기 할부금, 부가서비스 세 가지다.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완전자급제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완전자급제 법안을 곧 내겠다.”(신경민 의원)

“완전자급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느 정도 들끓고 있나 보라. 완전자급제법 발의 기자회견 이후 기사건수가 411건, 댓글이 7천개인데 긍정적 의견이 94%였다.”(김성태 의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범 이후 열린 첫 국정감사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연 이슈로 떠올랐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가 통신비 인하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국감이 열리기 직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관련법을 발의했으며 김성수, 신경민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완전자급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도입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사실상 도입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나 합의될 가능성이 낮고, 정부 역시 완전자급제가 기존 통신비 인하 정책을 와해시킬 수 있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반대로 이동통신사들 역시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물꼬를 돌릴 수 있는 대안으로 완전자급제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실제는 유보 쪽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사업자별로 완전자급제 대한 입장이 달라 합의점을 찾는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고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제조사는 부정적 입장이다.

특히, 이동통신 유통망의 반대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장려금 정책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 이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장밋빛 전망만 제시된 완전자급제가 실제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통신서비스와 단말을 각각 가입하고 구입해야 돼 불편만 초래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지원금이 사라져 통신비가 되레 비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국회 논의 준비됐나

법·제도적으로 완전자급제 도입은 일단 스타트를 끊은 상태다. 관련법이 발의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만큼 향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해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기면 된다. 이후 법사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마무리된다.

또 해당 법이 만들어지면 이에 맞춰 과기정통부가 시행령과 고시를 만들어 공포하고 시행하면 법제도 마련은 일단락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출범한 과방위는 1년4개월 동안 법안소위를 단 세 차례 열었다. 때문에 지난 8월에는 시민단체로부터 입법기능을 상실한 대표적인 식물상임위로 꼽혔을 정도다. 여야가 방송장악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파행을 거듭한 결과다.

현재도 KBS, MBC 등 공영방송 정상화 이슈를 놓고 대치 중이어서 향후 법안소위 테이블에 여야가 자주 마주앉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법안소위 분리를 논의 중인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완전자급제 도입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성태 의원을 제외하면 당 차원의 찬반 의사가 불명확한데다가 국민의당에서는 완전자급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논의조차 하지 못한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분리공시, 위약금 상한제 도입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 단통법 폐지안까지 담아 파급력이 훨씬 더 큰 완전자급제는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 이통사, 완전자급제 찬성?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도입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게 되면서다.

실제, 지난 12일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과 서비스가 분리돼 경쟁하게 되면 가계통신비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완전자급제 검토를 시작했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완전자급제 도입의 반대 기류도 적지 않다. 또 단말 판매를 직접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가 이를 담당하고 있어 그룹 관계사와의 합의도 필요하다. 휴대폰 유통은 에너지 유통과 함께 SK네트웍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특히, SK텔레콤가 꺼내 든 완전자급제 카드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등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향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가져가야 하는 것도 떠안아야 할 몫이다.

아울러,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지원금이 사라질 경우 KT와 LG유플러스 등 후발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입자를 유인할 카드를 하나 잃는 것이어서 SK텔레콤과 셈법이 다를 수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통사들은 단독 모델이나 15개월이 지난 단말에 지원금을 많이 싣는 방법으로 가입자 유인책을 써왔다”며 “지원금 상한제도 폐지돼 실적을 내기 위해 이통사들이 이를 통한 경쟁을 할 수도 있는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유통망 결사반대 해법 있나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 이동통신 유통점이다. 대리점과 판매점의 주요 수익원이 가입자 유치 및 유지수수료 등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장려금인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홍근, 김성태 의원이 완전자급제법을 발의한 이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법안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도입효과가 과장됐다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생존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시 협회 측은 “박홍근 의원이 완전자급제 도입 시 단말 가격 4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삼성전자의 국내 단말 판매이익이 연간 5천500억원, 국내 총 휴대폰 판매 추정 이익이 8천200억원 규모인데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김성태 의원이 이통 3사가 유통망 관리 비용으로 7~8조원을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실제 유통망 장려금과 수수료는 연간 3조4천억원 규모”라며 “이중 유통시장의 마진은 일반적인 도소매 시장의 20~30%에도 미치지 못하는 10% 이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단말기 시장의 70% 이상을 삼성전자가 독점하고 있어 완전자급제 도입 시 유통망 구축이 어려운 외산폰은 시장에 퇴출되고 삼성전자의 독점체제와 통신사의 담합구조가 더욱 공고화 될 것이란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 정부, 신중 모드 바뀔까

정치권이 완전자급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시종일관 신중모드다.

이달 국정감사에서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인한 면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된다”면서 “선택약정할인 25% 인하 문제라든가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유통업계 등 전체적으로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요한 것은 소비자”라면서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곧 만들어지는 사회적논의기구에서 더 심도 있게 봐야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원론적 동의 입장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한 통신정책의 큰 틀을 바꿔야 하는 문제, 원스톱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가 서비스와 단말 구입으로 나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 중소 유통점 이슈까지 감안하면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어렵게 도입한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등 기존 정책을 백지화해야 하는 부담도 감내하기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도 없는데다가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도입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분리공시 도입 등 단통법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통신비 인하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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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범정부 정책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는데다가 내년 4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6만여곳에 이르는 유통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완전자급제가 좋은 취지이긴 하지만 유통에 종사하는 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