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국내 첫 상용화 '최초 제조기'

[강소기업이 미래다 ⑰] 늘 도전하는 '네패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11/03 16:03    수정: 2019/01/10 13:56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⑰ 차세대 패키징 PLP도 세계 첫 상용화

국내 반도체시장이 슈퍼 호황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신성장 동력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국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인간의 뇌' 역할을 수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런 미래 전망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의 히든 챔피언으로 꼽히는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AI Neuromorphic Chip)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네패스가 그 주인공이다.

네패스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첨단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소재부품 전문기업이다.

그 동안 이 회사는 WLP에서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올 들어선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며 OSAT(반도체 후공정)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네패스의 뉴로모픽칩 'NM500'.(사진=네패스)

지난 8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상용화하며 칩메이커로서 인공지능(AI) 사업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글로벌 톱 티어(Top tier OSAT)업체에 앞서 있다.

네패스의 모든 사업은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하기 어려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네패스의 전신은 크린크리에티브다. 1990년대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용 핵심 소재를 생산,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사업은 2001년 반도체사업부를 세우며 시작됐다.

2003년부터 지금의 상호로 이름을 바꾼 네패스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먼저 도전하다 보니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 주요 제품과 핵심 기술 : 최초 타이틀 거머쥔 'AI 뉴로모픽칩' & 'PLP 기술'

AI는 일반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소프트웨어로 코딩이 돼 있고, 이를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초고성능의 CPU와 메모리가 탑재된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원들을 요구하는 기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AI 반도체 ‘뉴로모픽칩’이다.

사람 신경구조의 기본적인 단위는 뉴런이다. 이 뉴런이 모두 병렬로 연결돼 복잡한 연결망을 가진 것이 사람의 뇌, 신경망이다. 사람은 외부 이미지, 음성, 신호 등 촉각을 통해 사물의 패턴을 학습하고 인지 한다. 즉 수백억개의 뉴런이 서로 병렬로 연결된 것인데, 뉴로모픽칩도 이러한 사람의 뉴런구조를 반도체 회로로 한 것이다.

뉴로모픽칩은 작은 반도체 소자에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메모리가 통합됐다. 네패스에서 상용화한 'NM500'도 그 일종으로 미국 뉴로모픽 설계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네패스가 직접 제조하고 판매하는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IBM의 트루노스, 인텔 큐리에 등이 '뉴로멤' 기술로 반도체에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자료=네패스)

NM500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식하는 메모리 기반의 뉴로모픽 구조를 갖췄다. 이 제품에는 인간의 뇌를 형상화한 576개 뉴런이 내장됐다. 뉴런 하나당 한 가지 정보, 즉 하나의 상황에 따른 한 가지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4.5㎜라는 작은 사이즈에서 총 576개의 판단을 하는 셈이다. 각 뉴런은 저전력으로 독립적인 학습이 가능하며, 상호병렬 작용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동작한다.

이 여러 개의 NM500칩을 병렬로 연결하면 수백만 뉴런을 간단하게 구축할 수 있다. 뉴런의 수가 얼마나 증가하든 그 처리 속도는 동일하다. 손쉬운 사용법으로 거의 모든 센서와 접목하여 지능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 청소기 등의 가전부터 산업현장에서 불량 검출 등 다양한 기기를 학습시켜 지능화 할 수 있다.

NM500은 이미지, 음성, 환경등 모든 센서와 접목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 의료 분야나 반도체검사장비, 자동차전장품, 로봇청소기, 가정용 제품부터 크게는 자율주행차까지 적용할 수 있다. 네패스는 현재 해외 자동차 업체와 자율주행 솔루션, 반도체 장비 자동화를 위한 솔루션 공급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자료=네패스)

뉴로모픽칩에 앞서 지난 5월 네패스가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반도체 기술도 있다. 경박단소를 구현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PLP 기술이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칩을 디바이스에 적용하기 위해 포장하는 기술이다. 이 때 칩의 입출력(I/O) 단자 배선을 기판에 연결하기 위해 바깥으로 빼는 과정이 포함된다.

PLP는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지 않는 패키징 기술로 PCB 없이 웨이퍼 상태에서 패키지 공정과 테스트를 거쳐 칩으로 제작된 후 완제품에 적용한다. 기존 WLP 공정은 원형 기판에서 네모난 칩을 잘라내 둥근 모서리 부분은 쓸 수 없지만, PLP는 사각형 기판으로 작업해 수율 개선이 가능하다.

PLP는 12인치 웨이퍼 형태에서 구현하는 WLP 솔루션을 대형 사각 패널에 구현하는 공정이다. 기존에는 원형 기판에서 네모난 칩을 잘라내 둥근 모서리 부분을 쓸 수 없었지만, 사각형 기판으로 수율을 개선할 수 있다.

네패스는 2014년 처음으로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를 차량용 레이다 센서에 양산하며 상용화에 성공했고 양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PLP 개발을 병행해 왔다. 네패스는 PLP를 발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 자회사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라인을 활용했다. 전자소재사업부와의 협업을 통한 첨단소재 개발도 PLP 기술 상용화에 빛을 발했다.

(자료=네패스)

■ 사업 전략과 미래 비전 : 커넥티비티 시장을 위한 반도체 新기술

네패스의 R&D 로드맵은 4차 산업혁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센서류, 전장, AI 기술 기반의 응용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선행기술로 사업을 이끄는 업체인 만큼 R&D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중소 기업임에도 전체 매출액의 R&D 투자 비중은 약 5% 이상이다. (2016년 기준 5.19%)

네패스 기술원에서는 현재 전자부품 분야에서 첨단 패키지와 모듈 공정을 활용한 생체인증, ADAS 등의 센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소재 분야에서는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 개발, 신소재 분야에서는 2차 전지용 부품과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 미국 현지에 영업 거점을 두고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요국가로 공급을 내재화하기 위해 '반도체 굴기'를 선포하고 막대한 민관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네패스는 2014년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와 반도체 합작회사를 설립, 패키지 공장을 준공했다. 현지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중화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네패스는 2015년을 기점으로 10년간 약 2배 가까이 성장해왔다. 앞으로의 10년은 현재로부터 2배 이상의 성장한다는 목표다. 모든 전자기기가 오감(센싱)을 갖추며 환경을 인지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은 차량용 반도체,지능형 반도체, 모듈형 센서, 2차전지 소재 등 현재 주력하는 전자부품과 소재 분야의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점으로 외형적으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자료=네패스)

■기업 문화 : "경영은 관계다"…감사(Gratitude) 문화

네패스 직원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또 동료들과 하루에 3가지 이상 좋은 일을 나누고, 하루 3곡 이상 노래를 부르며,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일고 하루 7가지 이상 감사 편지를 쓴다. ‘3·3·7 라이프(life)'로 불리는 이 기업 문화는 '감사'에 기반한다.

경영 현장은 흔히 전장(戰場)에 비유할 정도로 치열하며 생존의 갈림길이 존재하기도 한다. 네패스는 직원의 마음과 관계를 변화시키는 '혁신의 방법론'이자 경영의 틀을 뒤바꾸는 '전투적 에너지'의 원동력을 감사로 본다. 감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 간의 협력을 끌어내며 성과를 창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감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 문화는 기업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평균적으로 기업들이 15년을 주기로 매출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데 반해 네패스는 창립 이후 25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때로는 두려움과 위기와 싸워야 하는 현장에서 감사를 전하는 '그래티튜드 기업 문화'는 패기를 담은 도전의 경영으로 네패스는 보고 있다. 이는 이병구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이어진다.

네패스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직원 수첩.(사진=지디넷코리아)

이 회장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힘의 본질은 긍정 사고와 인간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사람과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면 관심, 칭찬, 존경, 배려의 행위가 자연스레 나타난다"며 "사람 간의 신뢰가 형성되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이 과정에서 조직은 소통, 협력, 창의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 한마디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네패스는 "안녕하세요"라는 말 대신 "슈퍼스타"라고 인사한다. 자신보다 상대방을 높게 여기며 상대를 신뢰와 존중의 대상으로 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이병구 회장의 경영철학 : 남들이 못 하는 일에 '도전하는 자세'

이병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감사말고도 '도전하는 자세'가 있다. 네패스는 모두 다 하는 쉬운 일보다 남들이 하지 못 하는 것, 고객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업에 도전하다 보니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창업한지 10년 되던 2000년 냉음극형광램프(CCFL) 사업을 시작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막다른 길에서 창의력을 얻었다. 당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사진=네패스)

이후에도 도전은 계속 됐다. 그는 "범핑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던 만큼 단련될 수 있었고, 그 후로도 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지금까지 이르렀다"며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때는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졌지만 감원 대신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네패스의 비전은 '과학과 기술로 미래를 앞당기는 공동체'다. 앞으로도 감사로 마음의 창을 닦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함으로 실력을 쌓고, 그 실력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첨단 반도체 패키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의 기술이 미래를 앞당기는 하나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이다"며 "누구나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보다는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일에 도전함으로써 고객과 사회를 섬기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네패스 'n가족 행동규범 10계명'

1. 정직하게 보고하자

2. 겸손하고, 겸손하고, 또 겸손한 자세로 일하자

3. 타부서 요청사항을 내 일보다 우선 처리 하자

4. 선택의 순간에 나에게 손해 보는 쪽을 택하자

5. 혼자 일하지 말고 함께 일하자

6. 일과 쉼의 균형을 유지하자

7. 고객과 동료에게 좋은 것을 input 시켜라

8. 감사를 입에 물고 회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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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노래하며 항상 기쁘게 일하자

10. 독서로 위인을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