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5억대, 암호화폐 채굴에 몰래 동원돼"

사용자 동의-인지 없이 암호화폐 채굴에 도용

인터넷입력 :2017/10/15 12:34    수정: 2017/10/16 13:48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는 사용자간 거래를 체결하고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이들의 컴퓨터 자원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 CPU같은 컴퓨터 자원을 제공하는 사용자는 보상으로 거래수수료 일부 또는 새로 발행된 화폐를 받을 수 있다. 이걸 채굴이라 표현한다.

몇몇 암호화폐는 다른 암호화폐와 거래하거나 실제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많은 컴퓨터 자원을 동원해 암호화폐 채굴에 나선 개인과 사업자가 있다. 그간 알려진 채굴 형태는 스스로 보유한 컴퓨터 시스템 자원을 동원했다.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 네트워크에 참여해 타인의 거래를 중개하거나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 데 필요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면 해당 화폐 일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사진=Pixabay]

최근 소유하지 않은 타인의 컴퓨터 자원을 동원해 암호화폐 채굴에 나선 사업자들도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5억대에 달하는 PC가 뚜렷한 사용자 동의나 인지 없이 암호화폐 채굴에 도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12일 광고차단SW업체 애드가드(Adguard)의 발표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 13일 애드가드의 보고서를 인용, 세계 인기 웹사이트 10만곳 가운데 2.2% 수준인 220개 웹사이트에서 5억명 규모의 방문자 PC 자원을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원문보기]

■웹사이트 방문자 채굴 동원 원리

방문자 시스템 자원을 채굴에 동원하는 원리는 단순하다. 운영자는 사이트에 콘텐츠와 광고를 집어넣듯이, 채굴 기능을 수행하는 코드도 집어넣을 수 있다. 방문자가 해당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PC 브라우저가 웹사이트를 표시하기 위해 작동하면서 운영자의 채굴을 돕는다.

코인하이브(CoinHive)나 JSE코인(JSEcoin)같은 곳에서 웹사이트 방문자 자원을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P2P 파일공유 네트워크 '토렌트'의 자료 검색서비스인 파이럿베이(Pirate Bay)같은 곳이 코인하이브의 스크립트를 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파이럿베이는 웹사이트에 코인하이브의 채굴 스크립트를 실험적으로 적용하고 있었다. 현재는 방문자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의존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자 자원을 동원한 채굴로 이익을 내 광고 없이 무료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중이다.

■무료 서비스의 대안 수익모델

애드가드의 보고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다른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꽤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 준다. 비디오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는 특히 방문자를 한동안 머물기 좋은 서비스 유형에 해당한다. 이런 사업자가 방문자 채굴 방식을 통한 수익 창출에 더 나설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애드가드는 코인하이브와 JSE코인의 채굴 스크립트를 쓰는 웹사이트 200여곳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약 3주간 4만3천달러 정도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앞서 이 방식으로 1개월간 1만2천달러 가량을 번 파이럿베이의 트래픽을 근거로 추산한 결과다.

다만 방문자 채굴 방식을 채택한 웹사이트 다수는 마냥 떳떳치않은 곳으로 보인다. 파이럿베이가 찾아주는 토렌트 파일은 용량이 큰 데이터를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사용자끼리 효율적으로 배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불법복제 자료 배포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방문자 채굴은 포르노그래피를 다루는 웹사이트에서도 선호하는 분위기다.

애드가드는 이를 지적하며 "떳떳하지 못한 평판을 지닌 웹사이트 대다수에서 브라우저(방문자) 채굴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이들은 전통적으로 광고 수익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에 실험과 혁신에 개방적인 것"이라고 평했다.

■광고처럼 성가신 차단대상 될수도

스크립트 자체는 중립적인 기술이지만 이를 사업자가 쓰는 방식은 윤리적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사업자가 명확한 고지나 동의수용절차 없이 방문자 컴퓨터의 CPU같은 자원을 채굴 행위에 쓰는 행태를 일종의 갈취(hijacking)로 볼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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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브라우저에서 많은 콘텐츠와 코드를 처리할수록 그 컴퓨터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인터넷 업계서는 대체로 웹사이트에서 방문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애드블록같은 광고차단프로그램이나 이를 내장하는 브라우저 업체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채굴 스크립트를 통한 수익창출이 현실성을 얻고 이런 웹사이트 운영 사례가 많아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방문자에게 별다른 실익 없이 CPU를 갖다 쓰고 컴퓨터를 느리게 하면서 방문자를 성가시게 한다면 결국 광고차단프로그램이나 브라우저의 또다른 차단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