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사퇴, 삼성전자 新리더십 어디로…

전면 세대교체? 안정화? 사내외 이목집중

디지털경제입력 :2017/10/13 17:24    수정: 2017/10/13 17:25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향후 이 회사의 리더십 구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권 부회장 후임이 누가 될 지와 연쇄 인사 규모가 어느 정도일 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정농단 이후 삼성전자 '얼굴'이 된 권오현 부회장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부회장이 된 건 지난 2012년 6월로 이미 만 5년이 지난 상태이다.

하지만 권 부회장의 역할은 국정농단 사태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에는 반도체 전문가로서 부품 분야 사업에만 매진하면 되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할로 충분했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뒤에는 의사 결정의 정점에서 회사의 '얼굴 역할'까지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2017년 시무식에 참석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의 기대와 달리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 조직은 △부품 사업을 하는 DS부문 △가전 사업을 하는 CE 부문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M부문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뉘고 각 부문별로 권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이다.

권 부회장은 특히 부품 사업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도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이 윤 사장이나 신 사장처럼 단순히 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였다면 이번에 용퇴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두 분야의 경우 삼성이 여전히 강하고 향후 1~2년은 더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그보다 이사회 의장 자리다.

이 자리는 지속 사업에 대한 관리 및 확장 못지 않게 신사업 등 대규모 투자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만 하는 자리이다. 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회사의 얼굴 역할까지 도맡아야 한다.

문제는 그 일을 권 부회장 혼자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지금 반도체 호황으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함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의 손발이 묶였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누가 이사회 의장 후임이 되더라도 그 숙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부품 분야 후임 대표 누가 될 지 관심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는 DS부문 대표이사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누가 될 지도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는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후임 DS부문 대표 후보로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반도체를 오래 해온 전동수 삼성메디슨 대표, 진교영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등 권오현 부회장을 도와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임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D램 사업을 이끌었던 전영현 삼성SDI 사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의 경우 이동훈 OLED사업부장(부사장), 김성철 연구소장(부사장),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다른 분야로 '인사 태풍' 이어질지도 주목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밝힌 사퇴의 변에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현실이 평온한 상황이라면 이 말로 충분히 이해된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용퇴'라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권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까닭은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최고의사결정권의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석방되기 전까지 권 부회장이 그 빈 구석을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없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사진과 후임 구도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면 위기에 혼자 나간다는 인색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재계와 삼성 내부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권 부회장 사퇴로 인한 후속 인사 폭을 좌우할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큰 폭의 인사를 자제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인수합병(M&A) 등 대외 활동에 몰두해 온 것으로 알려져 경영 안정에 방점을 둬 왔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는 인사 적체가 더 심해졌다.

따라서 이참에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권 부회장이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힌 것처럼 전면적인 세대교체도 예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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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규모 인사 폭풍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권 부회장의 사퇴에 이 부회장의 사전 동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회사를 대표해 실무 사업을 총괄하는 권 부회장까지 자리를 비우는 상황에서 큰 폭의 인사 개편은 자칫 더 큰 경영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