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에 매진...개발자는 왜 네이버 '데뷰'에 주목하나

"콘텐츠에 대한 집요함이 개발자들 모아"

컴퓨팅입력 :2017/10/13 14:59    수정: 2017/10/13 15:20

손경호 기자

네이버가 내부에서만 진행했던 개발자 세미나를 외부 사람들도 참여하는 본격적인 개발자 행사로 바꿔 '데뷰(DEVIEW)'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그동안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지기 시작한 데뷰는 이제 국내 개발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표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21일 오픈된 사전참가 신청 둘째 날에는 오픈 15초만에 신청이 완료되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첫째 날 32초만에 신청완료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2천500명의 개발자들이 47초만에 같은 행사에 신청을 마무리 한 것이다.

조한용 네이버 D2 프로그램 리드.

■왜 개발자들은 그토록 데뷰에 열광할까

13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소재 네이버 본사에서 데뷰를 기획하고 이끌어 온 조한용 네이버 D2 프로그램 리드를 만났다. 그는 2010년부터 데뷰 기획, 운영에 참여해왔다.

인기 비결이 뭐냐는 물음에 조한용 리드는 "행사 담당자로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점에 더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운을 뗐다. 신청 과정에서 한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행사 참여 열기가 뜨거운 만큼 부담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개발자들이 데뷰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그는 '콘텐츠에 대한 집요함'을 꼽았다. 이곳에서는 개발자들이 실무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경험담이 주를 이룬다. 이런 내용들은 현업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좋은 콘텐츠가 된다.

조한용 리드는 "매년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며 "외부 참석자들이 보기에 단순히 네이버가 가진 플랫폼이나 제품, 서비스를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들에게 가치있고, 깊이 있는 개발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라고 여겨지면서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선정한 뒤에도 발표 내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데뷰 운영팀은 끊임없이 발표자들을 괴롭힌다.

조한용 리드의 말은 이렇다.

"뻔한 구조, 튜토리얼, 의미없는 자랑, 공개된 자료를 잘 정리하는 수준으로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합니다. 개발자로서 어떤 기술적인 문제를 풀려고 했고, 그 과정이 어땠으며 이를 통해 뭘 배웠는지에 대해 힘들게 얻은 교훈이나 노하우 등을 알려달라고 당부합니다."

발표 자료 초안이 나온 뒤에도 최종 발표 자료를 만들기까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 고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내부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편한데 외부 개발자들이 보기에는 집요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의 힘, 발표 슬라이드 위치까지 조정

아무리 좋은 발표자와 발표자료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운영 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발표 자료를 현장에서 프리젠테이션 할 때 앞사람 머리에 가려서 발표 내용이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발표용 슬라이드의 위치를 실제 자료 보다 높이는 등 세밀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들이 데뷰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집요함을 보이는 것은 이를 통해 네이버는 물론 국내 개발자 생태계가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10년 간 개발자 행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발표자료를 행사 당일 미리 웹사이트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개발자들이 발표 자료를 앞뒤로 넘겨가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쁜 시간을 내서 발표를 하는 개발자들은 어떨까?

15초 만에 매진될 정도로 데뷰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발표한 개발자는 생태계 내에서 실력자라는 타이틀을 달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더구나 발표자에게는 전시부스가 주어진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채용을 진행하기도 한다.

조한용 리드는 행사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어도 사실상 코엑스 그랜드볼룸 이상 규모로는 일산 킨텍스 말고는 없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고민을 말했다.

■데뷰2017 관전 포인트 AI-머신러닝-로봇

올해 데뷰의 관전 포인트는 뭘까.

그는 "매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아무래도 작년에 이어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개 세션에서 이러한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15개 세션이 해당 주제에 대해 다룬다.

10월16일, 17일 열리는 데뷰2017 중 첫째날에는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가 나서서 자사가 그동안 개발했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새로운 로봇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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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네이버의 오픈소스 활동과 크로바 플랫폼, 웨일 브라우저 등 자사 서비스에 대한 얘기 그리고 자율주행차, 카카오뱅크, 간편송금앱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개발자가 발표자로 나선다.

둘째날에는 네이버로부터 분사한 연구개발 조직 네이버랩스에 인수된 네이버랩스 유럽(구 XRCE) 소속 전문가들도 발표를 진행한다는 점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