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스필버그, 어떤 '놀라운 이야기' 쓸까

'어메이징 스토리' 제작…넷플릭스 텃밭 공세 포문

홈&모바일입력 :2017/10/11 14:22    수정: 2017/10/11 14: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0억 달러를 투자해 콘텐츠 강자로 변신하겠다는 애플의 야심찬 계획이 첫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이 ‘E.T’ ‘쉰들러 리스트’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오리지널 드라마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스필버그 감독이 이끄는 앰블린 텔레비전를 비롯해 NBC유니버설 자회사인 유니버설 텔레비전 등과 '어메이징 스토리’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어메이징 스토리’는 1980년대 NBC 방송에서 방영됐던 공상과학 스릴러물이다. 애플은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어메이징 스토리’를 21세기 감성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1980년대 NBS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어메이징 스토리.

이번 계약으로 애플과 스필버그 등은 총 10편의 ‘어메이징 스토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편당 제작 원가는 5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애플은 최근 내년 말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어메이징 스토리’는 그 첫 테이프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도대로라면 애플은 ‘어메이징 스토리’ 제작에 총 5천 만 달러 가량을 쏟아붓게 된다. 애플의 총 예산이 1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어메이징 스토리’ 정도되는 프로젝트 20개 가량을 소화할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 "2020년까지 서비스 매출 500억 달러 목표"

애플이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점은 예견됐던 행보였다. 특히 애플이 지난 6월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사장을 역임한 제이미 얼리히트와 잭 반 앰버그를 영입하면서 기정 사실화됐다.

에디 큐 부사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이들은 최근까지도 독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헐리우드 영화사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 대목에서 당연히 궁금증이 제기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핵심 상품인 애플이 왜 느닷없이 영화, 드라마 제작 쪽에 관심을 갖는걸까?

스티븐 스필버그. (사진=Gage Skidmore)

그 동안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져 왔다. 지난 분기에 다소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이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애플은 10년 째 주 매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폰의 뒤를 이을 후속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 애플TV 등에 공을 들였지만 현재로선 ‘아이폰 이후’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다.

그런데 지난 분기 애플 실적을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앱스토어 등이 포함된 서비스 부문이 매출 73억 달러로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덕분에 서비스 부문은 맥과 아이패드를 제치고 애플 매출 순위 2위로 뛰어올랐다.

애플의 2017년 6월분기 부문별 매출 비중. 서비스 쪽 비중이 크게 늘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경쟁자들처럼 서비스란 파이프를 통해 고정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모델을 만들려는 애플의 꿈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애플은 오는 2020년까지 가입자 기반 서비스 매출 규모를 5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그리 녹록한 목표는 아니다. 아이튠스 음악 사업으로 재미를 본 애플은 2006년 영화 서비스에도 발을 들여놨다. 편당 6~15달러 가량을 내면 일정 기간 대여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한 동안 각광받던 애플의 영화 대여 서비스는 최근 들어 인기가 뚝 떨어졌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월 가입자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들 때문이었다.

2012년 무렵 50%에 달했던 애플의 디지털 영화 대여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3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오리지널 콘텐츠’ 보강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나온 것이다.

■ 20세기 아이콘 스필버그, 21세기 스트리밍 시장서도 통할까

스트리밍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넷플릭스가 ’하우스오브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애플이 넷플릭스 따라잡기를 위해 영입한 인물이 제이미 얼리히트와 잭 반 앰버그였다.

이들이 들어온 이후 애플의 전략도 달라졌다. 당초 애플은 드라마, 영화보다는 음악 관련 콘텐츠 쪽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6월 애플 뮤직에서 리얼리티 쇼인 ’플래닛 오브 디 앱스(Planet of theapps)'를 서비스했다. 또 8월 들어선 ‘카풀 카라오케’ 란 영상물을 내놨다. 하지만 음악 관련 콘텐츠인 두 작품은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애플이 지난 6월 선보인 리얼리티 쇼 '플래닛 오브 디앱스'

얼리히트 등은 애플에 오자마자 음악 쪽에 초점이 맞춰졌던 오리지널 콘텐츠의 무게중심을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돌려놨다. 애플이 그 동안 준비하고 있던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전기물 제작을 취소한 것도 얼리히트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합작은 최고들의 결합이란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시킬 ‘스타 파워’가 절실했던 애플에겐 스필버그란 이름이 주는 무게는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올드팬들에겐 익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겨 볼 세대들에게 스필버그는 ‘잊혀진 이름’이다. E.T나 쉰들러 리스트가 인기를 끌 당시 콘텐츠 소비 계층이 아니었던 세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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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고수들은 애플과 스필버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스필버그는 애플과 함께 ‘놀라운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까? E.T를 비롯한 히트작을 숱하게 만들어냈던 스필버그의 마법은 또 한번 통할 수 있을까? 내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