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실 못하는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도권 4곳, 카드 인식 안되는 노후 충전기 교체 필요

카테크입력 :2017/10/10 11:03    수정: 2017/10/10 13:46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4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한 차례 점검했던 수도권 전기차 급속충전기 4곳을 추석 연휴 기간에 다시 찾았다.

다시 방문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4곳은 ▲서울 광화문 세종로주차장 지하4층 ▲서울 용산역 달주차장 지상 4, 5층 ▲경기도 이마트 하남점 5층 주차장 ▲서울 강남구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다. 이 곳은 올해초 지디넷코리아가 직접 방문해 살펴본 충전기였다.

8개월 만에 다시 확인한 결과 충전소를 의미하는 이정표 표기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카드 인식 조차 되지 않고 일부 충전기는 연결해도 충전이 되지 않았다.

그럼 문제로 지적됐던 충전기들은 얼마나 개선이 됐을까. 연휴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9일, 직접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자리한 그린카 소유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고 알아봤다. 이날 점검은 그린카 측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기사 하단에는 약 17분 분량의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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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점검을 위해 직접 타본 그린카 소유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충전소 이정표 표기 강화

이번 전기차 급속충전기 점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충전소 이정표 표기다.

사당역 공영주차장에서 차량을 대여할 때 환경부에서 직접 제작한 ‘전기차 충전소’ 이정표가 선명하게 보였다. 공영주차장 내 급속충전기에도 전기차 충전소를 의미하는 파란색 원형 표지판도 세워졌다.

세종로 지하주차장 급속충전기에도 환경부에서 제작한 원형 표지판이 부착됐다. 삼성로주유소 주변 기둥에도 충전기 설치 장소를 알리는 이정표가 설치됐다.

정부는 앞으로 전기차 이용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충전소 위치를 안내하는 이정표나 표지판을 설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의 경우 직접 급속충전기(수퍼차저), 완속충전기(데스티네이션 차저)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를 직접 설치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를 알리는 파란색 원형 표지판이 설치된 서울 세종로 공영주차장 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정부는 앞으로 '전기차 충전소' 이정표 설치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회원 인식에만 60초 이상 걸려

그린카는 수도권 지역에서 환경부에서 만든 급속충전 공공인프라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는 환경부 카드 뿐만 아니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충전카드도 배치해놨다.

이 때문에 아직 수도권 전기차 이용고객들은 환경부 충전 카드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해당 카드로 한국전력 운영 급속충전기를 쓸 수 없다. 만일 그린카 이용고객이 한국전력 충전기를 쓸 경우 비회원 충전을 진행해야 한다. 비회원 충전시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신용카드를 써야 한다. 환경부 카드는 환경부가 직접 설치한 충전기에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린카에서 제공하는 환경부 충전 카드는 다시 찾은 충전기와 호흡이 맞을까?

이마트 하남점은 환경부 충전 카드 인식 후 60초만에 '시간이 초과하였습니다' 메시지를 두 차례나 띄웠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세종로주차장 급속충전기의 경우, 삽입이 아닌 태그 형식으로 환경부 카드를 인식해야 한다. 카드를 태그하고 회원 인증까지 걸린 시간은 60초(1분). 충전이 급한 전기차 이용고객 입장에서는 오래 걸리는 시간이다.

용산역 달주차장 급속충전기는 한국전력이 운영하고 있어 환경부 카드 인식이 불가능했다. 대신 기자가 직접 가지고 있는 후불 교통카드로 비회원 충전을 진행하니, 20초만에 카드 인식에 성공했다.

이마트 하남점도 카드 인식에만 60초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시간이 초과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진행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등장해 충전을 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환경부 카드를 인식시켜봤지만 똑같은 메시지가 다시 등장했다. 비회원 충전을 위한 후불 교통카드 인식에는 성공했는데, 충전기 상태가 좋지 않아 오류 메시지가 떴다.

■ 노후 충전기 관리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정부는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공영주차장 등에 신형 급속충전기를 추가시키고 있다. 이 충전기는 결제시 태그 방식이 아닌 삽입 형식으로 되어 있어 보다 간편하게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충전기 디스플레이 선명도와 크기도 개선시켰다.

환경부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게자는 올해 초 “올해 내 모든 급속충전기의 디스플레이와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치된지 꽤 지난 충전기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나겠다는 뜻이다.

자동차환경협회는 ‘환경부전기차급속충전기’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채널과 ‘ev.or.kr' 웹사이트를 통해 전국 모든 급속 및 완속 충전기 상태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하루 두 번 충전기 현황을 실시간으로 올려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서울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부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로 충전중인 아이오닉 일렉트릭. 이곳은 충전기 노후화로 개선이 시급한 곳 중 하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이 안내 시스템은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이마트 하남점 급속충전기의 경우, 시스템 상으로는 문제없는 충전기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제 방문해보면 카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충전기를 연결해도 충전이 진행되지 않는 사실상 마비된 충전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충전기는 현재 충전기 하단 부분에 먼지와 녹이 가득한 상태다. DC 차데모 충전기 하단 레버의 경우 왼쪽으로 많이 꺾였고, 충전기 연결선에 검정색 테이프 처리가 됐다. 아직까지 노후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증거다.

용산역 달주차장 4.5층 전기차 급속충전 장소는 주말마다 내연기관 차량의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내연기관차 주차 문제 여전한 용산역

급속충전기 10기와 완속충전기 11기가 설치된 용산역 달주차장의 경우, 충전은 원활하게 진행되지만 내연기관차 주차 문제는 여전했다.

지디넷코리아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용산역 달주차장 급속충전기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용산역 달주차장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차량이 가장 붐빈다.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음식점, CGV 영화관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차량이 많이 모이면 용산역 달주차장 전기차 급속충전기 장소는 내연기관차량을 위한 임시 주차장으로 변한다. 충전기 옆에 자리한 주차 요원들은 해당 장소에 주차하는 내연기관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들이 아직까지 내연기관차량을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쇼핑몰 매출과 연관됐기 때문이다. 충전기 설치도 중요하지만, 주차면 1곳이 매출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앞으로 전기차 충전 오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제가 있는 충전기 곳곳을 살펴볼 계획이다.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충전기가 있으면 jaehwan.cho@zdnet.co.kr 으로 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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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전기차 충전] 지디넷코리아가 다시 찾은 문제의 전기차 급속충전기, 개선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