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中 가야하는데…" 政신중론에 고심

"기술 유출 없다" 정부 설득에 총력전 펼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9/27 17:17    수정: 2017/09/27 17:17

LG디스플레이가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국 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회사가 '기술 유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 지에 관심이 모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인 OLED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염려한 정부는, 여전히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고려해본 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 "OLED, 평가 거쳐 제도적 보완해야 해외로 나간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17'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LG디스플레이에 (중국 공장) 증설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기술유출 부분을 철저히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론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여러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며 "우리 최고 산업기술(OLED)이 외국에 나갈 때는 기술 유출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백 장관의 발언은 취재진이 '장관의 발언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주가가 떨어진 것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산업부·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또 백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서 열린 '휴대폰·가전업계 간담회'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 투자하면 좋겠지만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고 본다"며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백 장관은 "(투자처가) 꼭 중국이어야 하나"라면서 중국으로의 OLED 기술 유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빠른 시간 내에 하지만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겠다"면서 "외국에 투자할 때는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기술이 유출되지 않게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백 장관의 입장은 지난 18일에 비해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다만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확고한 모습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백 장관은 지난 18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투자를 자제해달라고 직접 주문한 바 있다.

이는 합작 법인 설립에 대한 정부의 승인 기한(다음달 초)이 다가오는 가운데, 승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주가는 18일 백 장관의 발언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LGD "기술 유출 우려 없다…타이밍 놓치면 안 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사진=LGD)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정부에 '핵심 기술의 구체적인 부분은 현지에서 알기 어렵다'는 점을 들면서 향후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의 바람인 '국내로 투자를 늘리는' 플랜B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전날(2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공장 승인을 불허할 경우) 대안은 따로 없다"며 "정부는 국내 투자를 바라지만, 국내엔 따로 OLED를 투자할 부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타이밍을 놓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잘 설명 드려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 공장이더라도 실제 제품 개발을 위한 제조 공정상 적용 조건들을 현지인들이 알기 어렵다. 제품 개발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등 보안 문제는 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부회장은 "중국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했던 것이 현재 기술 격차를 이룬 밑바탕이 됐다"며 "현지에서 빨리 OLED 시장을 키워 대세로 자리잡게도록 하는게 기술 초격차 전략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LCD 패널공장 조감도. LG디스플레이는 이 공장을 증설해 8.5세대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려 한다. (사진=LGD)

현재 정부는 산업부 전기전자 전문위원회 내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허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소위원회는 중국 합작사 설립으로 인한 OLED 기술 유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승인 기한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됐고, 기술 심사 기간에 제한이 없단 점에서 심의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부품 중 패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5%에 달한다. 이 때문에 회사 입장으로선 중국 공장 설립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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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정부에 중국 합작사 설립이 불러올 긍정적인 효과를 최대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중국의 LCD 제조 기술이 한국과 비슷해진 이유 중 하나가 과거 국내 업체들의 해외 공장 설립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OLED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을지 우려 중"이라며 "'현지 공장 인력들이 핵심 기술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알기는 힘들다'는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이는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