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지갑 없는 일상 만들 것"

인터넷입력 :2017/09/15 07:32    수정: 2017/09/15 07:32

손경호 기자

"현금 없는(cashless) 사회를 얘기하는데 우리는 이를 넘어 지갑 없는(walletless) 사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신용카드를 꺼낼 일이 없는 경우가 잦아졌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간편결제앱으로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곳이 늘어난데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여러 가맹점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별도 카드 없이 스마트폰 내 바코드를 불러와 찍는 건 이미 일상이 됐다.

2014년 카카오톡 내에서 제공하는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페이가 최근 들어 모바일 청구서, 각종 중요 계약문서에 대한 전자서명, 멤버십까지 뻗어나가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13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인터뷰를 진행한 후 꼭 1년2개월여만이다.

그 사이에 카카오페이는 8월 기준 가입자 1천680만명, 2천560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8월 한 달 간 누적 송금액은 2천300억원, 멤버십 가입자는 300만명, 인증 서비스 가입자 15만명 수준이라는 성적표를 거뒀다.

올해 2월에는 중국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으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4월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자회사가 됐다.

■지갑 없는 일상, 어떻게 만들고 있나

지갑 속에는 현금, 신용카드, 멤버십 카드, 영수증, 신분증 등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담긴 두둑한 지갑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갑이 하던 역할이 스마트폰 내 각종 서비스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카카오페이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만 있으면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지갑을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류 대표도 이런 큰 그림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에는 20~30대 직장인들 외에 40~50대까지도 카카오페이로 송금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나이가 있는 분들은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에 거부감이 많은데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페이 평균 송금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50대라는 점이다. 이들을 평균 월 38만원을 송금한다. 광고를 보고 자녀들에게 테스트용으로 송금을 해 본 뒤부터 계속 쓰게 된다는 사례들이 SNS에서 목격된다. 카카오페이 송금봉투 이벤트에 당첨되려고 100원씩 계속 송금한다는 에피소드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을 활용한 지갑 없는 세상을 꿈꾼다.

카카오페이가 청구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지갑 없는 일상을 만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송금/결제에 더해 카카오페이 인증도 주목된다.

류 대표는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에서 비대면 인증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며 "공인인증서 이외 수단도 비대면 인증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그동안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1년 간 준비해 이런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오프라인에서 등기우편물을 받거나 주식거래내역, 보험계약에 필요한 오프라인 서명, 매월 정기적으로 은행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자동이체출금동의를 위한 공인인증서 전자서명 등을 대체한다.

예를들어 등기우편이 디지털문서 형태로 카카오톡을 통해 배달되면 사용자는 사전에 등록한 카카오페이 인증 서비스를 불러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방법으로 전자서명을 한 뒤 실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보험가입을 하는 경우에도 청약 내용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 서명 대신 카카오페이 인증을 활용해 전자서명해도 법적 효력을 인정 받는다.

이 서비스는 현재 신한생명, 한화손해보험, 대신증권, KT에스테이트, 라이나생명,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국경없는의사회 등 7개 기관과 제휴를 맺고 있다.

류 대표는 "시중은행들과도 협업해 카카오페이 인증을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인인증서를 대체한다기 보다는 보조인증 수단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뱅킹앱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이후에는 공인인증서 대신 뱅킹앱 로그인에서 ID/비번 혹은 자동이체출금동의 등에 카카오페이 인증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에서 하나의 바코드만으로 여러 개 서로 다른 멤버십 포인트를 한번에 적립,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멤버십 서비스도 지갑 안에 들어있는 포인트 카드를 대신한다.

■알리페이와 협업 키워드, '국경 없는 결제'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 간 협업 방안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크로스보더 결제'다. 풀어서 말하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알리페이를 쓰든 카카오페이를 쓰든 상관없이 결제가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경 없는 결제를 말한다.

류 대표는 "현재는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알리페이를 쓸 수 있지만 이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을 전국단위로 확보하게 되면 이곳에서도 알리페이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알리페이 사용자 8억명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손쉽게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한국 관광객이 중국에 갔을 때도 카카오페이로 알리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류 대표는 "일부 사업자들은 오히려 언제 연동되냐고 재촉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카카오페이-알리페이를 쓸 수 있는 전국 오프라인 가맹점들이 이를 활용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이 서비스 채널을 이용한 마케팅 활동도 진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는 내년 중으로 한-중 사용자들 간 국경 없는 결제(크로스보더 결제)를 지원한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오프라인 결제를 위해 별도 단말기가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대신 QR코드와 바코드를 활용할 예정이다. 바코드는 이미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나 전국 단위 편의점 등에서 활용되고 있어 따로 전용 단말기를 도입할 필요 없이 시스템만 연동되면 바로 적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중소영세자영업자들이나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별도 바코드 스캐너를 갖고 다니기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해 카카오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하는 '앱투앱 결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방식은 사용자들 간에 카카오페이를 실행해 송금액을 입력한 뒤 QR코드를 보여주면 상대방이 이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송금이 이뤄지도록 하는 식이다. 이미 중국 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에 활용되고 있는 방식을 국내서도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어떤 시너지 날까

카카오뱅크가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톡 대화명 검색해서 송금하면 되는데 굳이 카카오페이를 쓰려고 할까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두 서비스는 모두 카카오톡을 매개로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카카오뱅크가 예적금, 대출 등을 제공하는 은행이라면 카카오페이는 류 대표가 공언한대로 일종의 지갑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는 카카오톡 사용자들도 끌어 안는다. 송금/결제에 더해 청구서, 멤버십, 각종 계약에 필요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은행 사용자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는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은행, 카드사 등이 모두 파트너사"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도 은행이라는 점에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이런 점은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금융사기 막는데 AI 적용할 것"

최근 모든 ICT 분야를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은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류 대표는 "내년 중으로 사기방지시스템(FDS)에 머신러닝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FDS는 한국에 있는 사용자가 갑자기 5분 뒤에 중국에서 결제를 하는 등 금융사기로 의심되는 징후를 파악해 사용자에게 추가인증을 요구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 등 기능을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여기에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시켜 기존에 알려진 패턴 이외에도 학습을 거쳐 스스로 판단해 금융사기로 의심되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알리페이가 이런 기술을 활용하는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뭐로 돈 벌까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결제/송금/인증 등 주요 서비스들은 그 자체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용기관이 아닌 사용자들에게는 앞으로도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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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처럼 우선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여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올려 사업화하면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다.

이 회사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는 알리페이가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을 파는가 하면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보다 정교한 타깃팅 광고를 지원한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