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도시바 인수전…다시 韓美日연합?

우선협상 각서 쓰기로…법적 구속력은 없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9/13 15:47    수정: 2017/09/13 15:48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결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매각처를 번복하는 일본 도시바를 향한 업계 시선이 곱지 않다.

13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은 전날 반도체 매각처 최종 결정을 미룬 도시바가 SK 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과 각서를 체결하고 협상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주요 거래은행단에 "한미일연합을 중심으로 다시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결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매각처를 번복하는 일본 도시바를 향한 업계 시선이 곱지 않다. (자료=지디넷코리아)

■ 도시바 "베인캐피털과 우선협상 각서 체결할 것"

도시바는 이 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연합을 주도 중인 미국 베인캐피털과 매각 협상을 하겠다는 '우선협상 각서'를 조만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바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도시바 측은 한미일연합과 각서 체결 이후 최종 매각 협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각서에도 지난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허점이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는 향후 한미일연합과 WD,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도시바가 한미일연합 진영과 재협상하겠다는 각서를 쓰기로 했지만, 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도시바는 향후 WD 등과도 교섭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도시바가 한미일연합과 재협상에 나선 것이 WD로부터 추가적인 양보안을 끌어내려는 목적이라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WD는 도시바메모리 지분 요구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미일연합과의 재협상이 WD에게 보여주기 경고 식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도시바는 앞으로도 한미일연합과 WD,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TOSHIBA)

■ 또 다시 한미일연합…도시바 속내는?

올해 초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면서 시작된 도시바인수전은 매각 당사자인 도시바가 손바닥을 뒤집 듯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고 있다.

이달 초, 당장이라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할 것처럼 행동했던 도시바는 WD의 경영권 문제를 이유 삼아 12일 매각 결정을 돌연 보류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13일 이사회에서 WD가 포함된 '신(新) 미일연합' 컨소시엄에 정식으로 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까지 양측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도시바는 매각 결정을 또 다시 연기해 업계와 채권단으로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면서 도시바는 13일 또 다시 한미일연합 측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은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7천억 엔(7조360억원)의 손실을 보고 벼랑 끝에 내몰린 도시바가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도시바가 1년 내내 인수전을 질질 끄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도시바 측에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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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와 함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추진해온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하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베인캐피털은 현재 도시바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시바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