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탓에 잘렸다"…中 실직자, 소송 제기

자동시스템 직무 대체 법적 타당성 논쟁 촉발

컴퓨팅입력 :2017/09/13 08:42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화된 지능형 시스템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이 처음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인공지능을 적용한 기업 시스템으로 많은 일자리 대체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일어난 관련 첫 소송이란 점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지난 7월 데이터 분석가 왕모씨는 13년간 다니던 다니던 회사가 지능형 시스템으로 자신의 직무를 대체해 실업자로 만들었다며 노동합의 위반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상하이 법조계는 향후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무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일어난 첫 법적 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장의 조수로 일해 온 왕모씨는 약 3만 위안(약 517만8000원)의 월급을 받아왔으며 중국식 노동 계약인 '무기한 노동 합의'를 맺은 상태였다. 관련된 복지 혜택도 컸다. 본래 중국에서 이 협약을 맺으면 기간과 관계없이, 노동자가 원하지 않을 시 회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퇴사를 권유할 수 없다.

상하이에서 ERP 시스템으로 인한 실업 관련 첫 법적 분쟁이 일어났다. (사진=바이두)

2004년 왕모씨가 처음 이 상하이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직무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포함한 콘텐츠 업무였다. 초기 10년 간의 업무 계약기간 만료 후 회사와 왕씨와 무기한 노동 협약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봄, 이 회사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포함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왕씨의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데이터 수집 업무 전반이 완전히 시스템화 됐다.

이어 지난 1월 회사는 왕씨의 일자리를 박탈했다. 이어 5월 회사는 일자리 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왕씨와의 노동합의를 파기했다.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법정에서 왕씨의 회사 측은 "시간 관점에서 봤을 때 왕씨의 업무는 수작업으로 8시간이 걸리는데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 10분 만에 끝났다"며 스마트화를 통해 더 이상 왕씨의 업무가 의미를 잃었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합의법'에 따르면 객관적인 중대한 상황 변화가 일어날 경우에만 회사와 노동자 간의 노동합의가 효력을 잃는다. 회사는 30일 이전에 서면 형식으로 노동자에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직원에 1개월치 월급을 준 이후 합의를 해지할 수 있다.

왕씨는 이번 해고가 부당하다며 상하이시 노동인사쟁의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중재원 측은 중국경제주간과 인터뷰에서 "결국 이 사안의 관건은 ERP 시스템이 '객관적인 중대한 상황 변화'에 해당하느냐 여부"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새로운 분석 시스템이 업무 효율을 높여 생산 경영상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를 통해 왕씨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왕씨의 일자리에 영향이 생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왕모씨는 회사가 자체적인 생산경영 상황을 변화시키면서 부문을 결합한 것은 일자리에 대한 책임을 좌시한 것이라며, 새로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일자리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상하이시 노동인사쟁의중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인공지능 등 시스템화로 인한 이같은 논쟁에 대한 명확한 사례가 없으며 중재 기구 역시 이번 사안을 구체적인 증거에 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동 합의를 맺기 전에 양측이 얼마나 공정한 협상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나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향후 인공지능 발전으로 수많은 일자리의 상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법정 논쟁도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중국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에 중국 노동계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채용할 때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일뿐 아니라 관련 인력의 일자리 조정과 훈련 등으로 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알려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로봇이 대체한 인력 비율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국 로봇 산업이 20%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올해 1~7월 산업계의 로봇은 7.16만 대에 이르러 전년 대비 57% 늘어났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등 각 영역에서 자동화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