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아이티는 어떻게 세계 1등 됐나

[강소기업이 미래다①]'자인 경영철학'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17/09/06 11:04    수정: 2019/01/10 14:13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①세계 최강 건축물 시뮬레이션 회사, 마이다스아이티

2007년은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기억할 만한 해다. 틈새시장이지만, 세계 1위 SW 기업이 탄생했다. 열악한 국내 SW 생태계를 생각하면 힘찬 박수가 아깝지 않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 판교에 본사가 있는 마이다스아이티(대표 이형우)다.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이 회사는 건설용 구조엔지니어링 SW 분야에서 2007년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 이후 11년째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패키지 SW 분야에서 국내 최대 수출기업이기도 하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제품은 건축물 시뮬레이션 SW다. 대형 건축물과 교량, 터널 등을 건설할 때 지진, 강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얼마나 안전한 지를 알려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과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모두 이 회사 제품을 사용, 완성됐다. 건축 시뮬레이션 SW 분야 ‘마이다스 손’인 것이다. 매출의 절반 가량(47.5%)을 해외서 올리는 수출 강소기업이기도 하다. 복지 역시 남다르다. 국내 중소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이 회사 입사 경쟁률은 1000대 1이었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가 '사람이답이다'를 주제고 강연하고 있다. '자인 경영'을 창안한 그는 연 100회 정도 외부 강연을 한다.

■포스코건설 사내 벤처 1호로 출발

마이다스아이티는 포스코건설의 1호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포스코건설에서 나와 2000년 9월 1일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기업이 사용하는 건설용 SW는 외산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포스코건설이 팀을 만들었고, 그 팀의 리더가 이형우 현 마이다스아이티 대표였다. 갖은 노력 끝에 국산화에 성공한 이 대표는 2000년 9월 포스코건설을 나와 SW 전문 회사를 차렸다. SW가 창의성이 중요한 산업이다보니 대기업 보다 작은 기업이 더 유리할 것 같아 독립했다.

■국내 처음으로 일본에 공학 SW 수출

하지만 막상 대기업에서 나와 보니 시장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주력으로 하는 제품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았다. 당시 전체 규모가 10억 원에 불과했다. 눈길을 해외로 돌렸다. 세계 최고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 도전장을 냈다. 수출이 어렵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먼저 성과가 나왔다.

이형우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일본 시장에서 1등을 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본 1등 업체를 찾아가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 당했다. 실망하지 않았다. 조금후 4등업체가 우리와 손을 잡으려했고 이에 위기를 느낀 1등업체가 우리에게 협력하자고 다가왔다. 협상 조건으로 1년 판매치를 선불로 줄 것과 우리 제품을 일본 제품과 동등하게 취급해 달라고 요구 했다. 우리 제품의 성능이 일본제품과 비교해 워낙 뛰어나 결국 우리 조건이 받아들여졌다. 어렵기로 소문난 일본에 처음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일본업체와 협상을 마무리한 날짜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삼일절과 같다. 2002년 3월 1일, 마이다스아이티는 한국의 공학 SW를 당시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이었던 일본에 국내 처음으로 수출, 삼일절날 한국 SW의 우수성을 일본에 알렸다.

마이다스아이티 직원들이 1km를 달릴때마다 1천원을 적립, 기부하는 행사를 매년 두차례 연다.

■2007년 세계 시장 1위로 등극

일본 진출에 성공한 마이다스아이티는 2002년 11월 북경에 중국 법인(마이다스기술유한공사)을 설립했다. 당시 중국은 세계 건축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어 2003년 1월에는 뉴욕에도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2004년에는 일본 토목과 지반 시장에도 진출, 일본 시장 전선을 넓혔다.

2005년 4월 13일도 해외진출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마디아스아이티는 상해에 두번째 중국 법인을 설립했다. 4월 13일은 상해 임시정부가 설립된 날이다. 회사는 일부러 이날을 잡아 상해 법인을 세웠다. 2008년 인도에 세워진 뭄바이 법인도 우리나라의 4월 19일을 기념, 4월 19일에 설립했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마이다스아이티는 마침내 2007년 건설용 구조엔지니어링 SW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세계 건설용 구조엔지니어링 SW 시장에서 30~35% 정도를 차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며 “매우 감격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마이다스아이티에 이어 미국CSI와 네덜란드 PLAXIS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W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어 앞날을 밝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1~5위 건물에 적용...킹덤타워에도

마이다스아이티 제품은 내로라하는 세계적 건물에 모두 적용했다. 오는 2019년 완공 예정인 세계 최고층 건물 ‘킹덤타워’도 예외가 아니다. 200층 높이의 이 건물은 높이가 1km나 된다.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 북한산(836m) 보다 높고,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555m)의 두배다.

킹덤타워 뿐만이 아니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UAE 부르즈 칼리파(160층, 828m)와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상하이 엑스포 파빌리온, 한일 월드컵 경기장, 세계 최장 사장교 블라디보스토크 러스키아일랜드 대교에도 마이다스아이티 제품이 적용됐다. 세계 1~5위를 차지하는 세계적 건물이 모두 마이다스아이티 SW의 도움을 받아 건설된 것이다.

마이다스아이티를 알려주는 숫자들. 해외 공급처가 110곳이고 클라이언트가 1만곳, 라이선스가 3만곳에 달한다.

■지난 12년간 초고속 성장...매출 52배 늘어

마이다스아이티는 지난 17년간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설립 당시인 2000년에 15억 원에 불과한 매출은 2002년에 100억 원을 돌파(104억원)했다. 이어 2006년 200억 원(221억), 2008년 366억, 2012년 777억으로 매년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매출이 52배나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매출 648억 원, 글로벌 매출 837억 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2016년말 기준 국내 375명, 해외 235명 등 총 610명이다. 세계 100여 국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해외 최대 매출처는 중국이다. 2002년 처음 진출했는데 고객사가 현재 3000곳에 달한다. 해외 9개국에 법인 및 지사를 두고 있는데 법인은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영국, 독일 등 6개 나라에 설립했다. 싱가포르와 두바이, 필리핀 등 3개국에는 지사 형태로 진출했다.

■성공 비결 1순위는 탁월한 품질....철저한 현지화도 한몫

마이다스아이티가 세계 1위 기업이 된 것은 품질이 경쟁사보다 탁월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당시 그래픽(GUI) 기능을 구현한 건축용 시뮬레이션 SW는 마이다스아이티 제품이 유일했다. 이 제품을 들고 일본에 가니 일본 협력사가 “우리에게는 없는 제품”이라며 놀라워했다. 철저한 판매 현지화 전략도 해외 시장 안착에 한몫 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솔루션) 종류는 총 28종이다. 이중 주력 제품은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젠(GEN)’으로 14종이 출시됐다. 토목과 건축 분야 제품도 각각 5종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기계 분야 2종과 미래 먹을거리로 키우고 있는 경영솔루션도 2종 내놓았다.

■경영솔루션으로 제2 도약

건설 분야 구조엔지니어링 SW시장을 장악한 마이다스아이티는 기업과 인재를 연결해주는 채용(경영) 솔루션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인재선발 솔루션인 ‘인시드(inSEED)’를 출시했는데 300여 기업이 이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통합 역량 검사 도구인 ‘인시드’는 기존 채용 솔루션과 달리 뇌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예측 기술을 접목했다. 연간 10만명 이상 지원자들이 ‘인시드’로 테스트를 받는다.

이 대표는 “기업에 필요한 높은 성과자와 피해야 할 부적합자를 가려내기 위해 그 사람이 가진 유전자적 특성과 뇌의 특성을 활용, 테스트를 한다”면서 “테스트를 통해 성과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수치화해 기업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인시드’와 함께 채용을 돕는 ‘인사이트(inSIGHT)’도 선보였다. 향후 기업에 알맞은 인재를 인터뷰로 찾아내 주는 ‘인터뷰’와 인적자원(HR) 솔루션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경영 솔루션 외에 회사는 치매 예방 SW인 ‘인브레인(inBRAIN)’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임상실험 중이다. ‘인브레인’은 뇌 MRI(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받아 치매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솔루션이다.

최우수 사원으로 뽑혀 고급스포츠카를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마이다스아이티 직원이 기뻐하고 있다.

■복지 천국?...‘전사’만 누릴 수 있어

마이다스아이티는 복지로도 유명하다. 호텔식 점심에 하루 세끼를 무료로 준다.

스펙을 보지 않는 무스펙에 무정년, 무징벌, 무상대평가 등 ‘4무 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승진심사도 없고, 해당 직급의 연한을 채우면 자동으로 부사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급여도 중소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5년 일하면 한달 간 유급 휴가를 준다. 보름은 가족과 유급휴가로 지내고, 나머지 보름은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도록 권장한다. 매월 우수사원을 선정해 상장과 금배지, 외식권을 준다. 우수 사원은 한 달간 고급스포츠카(포르셰)도 사용할 수 있다. 매년 1회 마이다스인상을 수여하고, 이 때는 직원 부모님을 회사로 초청해 축하 행사를 대규모로 열어준다.

하지만 이들 복지만 보고 마이다스아이티를 지원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 회사는 결코 편한 회사가 아니다. 목숨을 건 전사들이 일한다.

이 대표는 “우리는 일하기 편한 회사가 아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다. 자신의 직무에 목숨을 거는 전사들이 있는 곳이고, 전사할 것을 각오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밝혔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누구

1960년생인 이 대표는 부산대 기계설계학과 졸업했다.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그는 ‘복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사연은 이렇다. 대학을 졸업하고 야심차게 들어간 회사지만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서류 복사가 전부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대충대충 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허드렛일이지만 “회사에서 복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당시만해도 복사기 성능은 엉망이었다. 종이를 먹어 버리는 일이 다반사 였다. 그는 하루 월차를 내고 복사기 만드는 회사에 찾아갔다. 여기서 종이가 끼지 않고 복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결국 신입사원 이형우는 회사에서 복사를 가장 잘 하는 복사왕이 됐다.

그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역시 신입사원이던 어느 날, 부서장이 그에게 영어로 된 원서 한 권을 줬다. 실무를 가르쳐 줄 시간이 없으니 혼자 공부하라는 의미였다. 그 당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사용하지 않는, 회사 선배들도 모르던 최신 설계 기법이었다. 그는 또 다시 잘 하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찼다. 책을 열심히 파고 들었다. 그 책에 소개된 것이 바로 건축설계 소프트웨어였고, 오늘날 마이다스아이티 제품의 원류가 됐다. 결국 이 대표는 이 최신 기법을 회사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됐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

그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다. ‘자연주의 인본경영(자인)’이라는 경영철학을 창안, 외부에 전파하고 있다. 새로운 철학을 고안한 경영사상가인 것이다. 오래전 인터뷰에서 그에게 “경영사상가 인가” 물었더니 “어찌보면 그럴 수 있다”는 답을 했다.

‘자인’ 사상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2000년 설립해 잘 나가던 회사가 2004년이 되니 ‘이상’이 찾아왔다. 회사 크기에 비례해 안 좋은 일이 많아졌다. 직원 업무량도 늘고 야근이 잦아졌다. 직원들 얼굴 표정이 날로 어두웠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사람을 이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엔지니어 출신인 내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해답을 얻기 위해 그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리더십이나 경제경영 서적을 읽었지만 해답은 아니었다. 다시 사람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찾았다. 심리학, 뇌신경과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우주과학 책을 섭렵했다. ‘사람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대표는 결국 ‘자연주의 인본경영’에서 그 답을 찾았다.

사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서 사람과 세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인 사상에 대해 이 대표는 “사람의 속성을 자연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이해된 속성을 바탕으로 사람의 행복을 돕고 세상의 행복 총량을 늘리는 경영”이라고 답했다. ‘자인’은 욕망론, 육성론, 체계론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욕망론은 완성됐고 육성론과 체계론은 거의 완성 단계다. 현재 그는 ‘자인’ 경영을 연 100회 정도 외부에서 강연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늘 현재를 살라고 강조한다. “과거도 미래도 진실이 아니다. 오직 현재만이 진실이다. 현재가 모여 미래를 만든다. 불투명한 비전을 실행하겠다고 현실을 충실하게 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의 취미는 독특하다. “사람 키우기”라고 말한다. 독서는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대신 한번 필이 꽃힌 책은 백번이라도 읽는다. ‘인간의 사회생물학(정연보 지음)’이 그런 책이다. 100번 정도 읽었다. 골프는 안한다. 걷기와 조깅으로 건강 관리를 한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는 제이 모어가 출연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카르마 경영’과 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여라’ 등이다. 그의 집무실에는 그가 직접 썼다는 ‘마이다스 신념’이라는 시가 큰 액자로 걸려 있다.

<마이다스 신념>

시작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였다.

그 씨앗이 싹 터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고 청량한 숲을 이루었다.

이 숲은 푸른 산이 되고 큰 산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산에서 인재들 울창하게 자라 꽃 피우고

풍성한 결실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며

맑은 공기와 깊고 넓은 그늘로 나눔의 선을 펼칠 것이다.

보이는 삶은 유한하지만

보이지 않는 신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무한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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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아이티는 한결같은 열정으로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고

세상의 행복을 위한 참된 가치를 나침반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