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 컨소시엄은 어떤 블록체인 만들었나

글로벌 90곳 참여...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

인터넷입력 :2017/09/03 14:11    수정: 2017/09/03 14:17

손경호 기자

암호화 화폐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인프라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에만 특화해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범한 R3 컨소시엄이 출범 3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80여개 은행, 어음 교환소, 증권거래소, 금융 인프라 사업자, 자산 관리사, 중앙은행, 규제당국, 무역협회, 기술기업 등으로 구성된 이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인 '코다(Corda)'를 고안해 금융사들 간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8월 31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블록체인 관련 컨설팅 회사 피넥터를 운영 중인 백종찬씨는 R3가 지향하는 블록체인은 커머스적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코다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금융사 및 이들과 연관된 당사자들끼리 분산원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계약서를 교환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자료=R3)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공학적, 철학적, 커머스적 관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이 중 R3가 보고 있는 지점은 굳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모두에게 공개된 블록체인을 쓰는 대신 당사자들 간에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며 이들 간 계약 내용이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것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내용이 업데이트 되거나 완료되면 해당 계약서는 폐기된다.

요약하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이들 간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자는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본 것이 코다"라는 설명이다.

A은행과 B은행 사이에 100만원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을 공유한다.(자료=백종찬)

예를 들어 금융사 간 거래에서 A은행이 B은행에게 100만원을 보냈다고 치자. A은행은 B은행에 100만원을 보냈다는 내용을 자사 내부 장부(원장)에 기록한다. B은행은 반대로 A은행서 100만원을 받았다는 원장을 만든다.

두 은행이 각각 원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비효율성을 코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A은행이 B은행에 100만원을 보냈다는 계약을 두 은행이 공동으로 보유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내역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R3 컨소시엄 한국 담당 하재우 총괄대표는 "코다를 통해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당사자들 간 계약에 대해 확신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기존 금융사들 간 계약을 중개하는 역할을 해왔던 중개기관을 없애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중개기관, 은행들 간 계약 등 모든 종류의 금융 관련 계약에 코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철수와 영희 간 합의된 계약이 이행되면서 이전 계약을 파기되고 새로운 계약이 실행된다.(자료=백종찬)

백종찬씨는 코다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철수, 영희, 길동이 금융계약을 맺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철수와 영희가 종이문서로 계약한 내용(#54)은 만약 이번주 수요일에 비가 내린다면 철수는 영희에게 1만원을 줘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영희가 철수에게 1만원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가 왔다는 증거는 기상청 신문기사를 참고한다.

실제로 이번주 수요일에 비가 내렸다면 계약 내용이 #54에서 #60으로 바뀐다. 여기에는 철수와 영희는 수요일 비가 내리는지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 기상청 정보에 따라 비가 왔으므로 철수는 영희에게 1만원을 줘야한다. 이 계약은 #54 계약을 대체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이에 따라 #54 계약은 파기되고 업데이트된 새로운 계약서 복사본을 철수와 영희만 나눠갖는다. 이 과정은 길동에게는 공유되지 않는다.

백종찬씨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마치 이메일처럼 당사자들만 공유하는 P2P 방식을 썼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코다는 금융사 간에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실제로 상용화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R3 컨소시엄은 지난달 인텔과 함께 코다에 프라이버시 및 보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보험, 금융 관련 서비스 표준을 개발하는 비영리 조직인 'ACORD'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두 곳은 글로벌 보험업계에 코다를 활용한 분산원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용 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6월부터는 유럽 4개 상업은행과 코다를 활용한 분산원장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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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우 총괄대표는 "컨소시엄 참여기관들이 은행외환송금, 보험 등을 포함해 금융업무 전반에 대해 다 적용시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서는 하나, 신한, 우리, IBK기업, KB국민 등 5개 금융사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