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빅3 "AI전략, 같은 듯 다르네"

바이두 "올인" vs 알리바바 "응용" vs 텐센트 "장기투자"

인터넷입력 :2017/08/30 18:10

중국 3대 인터넷 강자인 BAT가 변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같은 듯 다른 인공지능(AI)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AT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지난 16일 텐센트를 마지막으로 BAT의 2분기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2분기에도 세 기업은 모두 쾌속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인터넷 시장의 마태효과(Matthew effect)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마태효과란 '부자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의 '카라이프' (사진=바이두)

바이두의 2분기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4.3% 성장한 208억 7천400만 위안(약 3조5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역시 44억1천500만 위안(약 7천533억원)으로 82.9% 증가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상승세도 뚜렷하다. 알리바바의 매출은 501억8천400만 위안(약 8조5천6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올랐다.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96% 증가한 140억3천100만 위안(약 2조3천900억원)이다. 비일반회계(Non-GAAP) 기준 순이익은 200.1억 위안(약 3조4131억570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 보다 67% 늘었다.

텐센트 매출은 566억60만 위안(약 9조65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성장했다. 순이익은 182척5천400만 위안(약 3조1천1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매출 성장률은 50%를 넘어섰으며 영업이익 성장률도 60%를 웃돌았다.

세 기업이 이 같은 성장세를 구가한 공동 밑거름은 역시 AI다.

하지만 2분기 실적 보고서와 함께 내놓은 세 기업의 AI 발전 청사진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BAT의 AI 사용법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 바이두 "AI 올인…발전의 핵심 엔진"

바이두는 ‘AI 올인 전략(All In AI)’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예 AI가 발전의 핵심 엔진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바이두는 줄곧 AI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13년 딥러닝(Deep Learning) 테스트랩을 세운 이후 AI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바이두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기업보다 더 빨리 ‘AI 퍼스트’ 전략을 세웠다고 보고 있다.

한 발 앞선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AI는 이미 바이두의 성장과 이익률을 견인하는 요소로 자리했다.

올 상반기 공개된 바이두의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사진=바이두)

바이두 비즈니스에서 AI가 차지하는 위치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바이두의 전통 비즈니스를 키우는 힘이다. 모바일과 검색 쪽이 대표적이다. 바이두는 이 부문에서 각종 광고 수익을 통해 매일 3천만 위안(약 5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두번째는 바이두의 미래 비즈니스를 이끄는 힘이다. 바이두의 2분기 재무 보고서에서 AI 쌍방향 시스템 ‘듀얼(Duer) OS’ 오픈 플랫폼과 스마트 자동차 플랫폼 ‘아폴로(Apollo)’의 발전을 직접 언급했다. 이 두 플랫폼은 바이두의 AI 역량을 방출하면서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두의 이런 행보는 검색엔진 기업이란 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더 나은 검색 알고리즘을 찾아가던 바이두가 딥러닝이라는 도구로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구글 보다 앞서 ‘AI 퍼스트’ 전략을 제시한 바이두는 페이스북의 ‘올인 AI’ 보다 한발 더 빨랐다. 더 많은 테스트랩을 만들고 AI 인재를 끌어모아 ‘복잡한 세계를 간단하게 만들자’는 사명을 쫓았다. 이어 비즈니스 측면에서 AI 기술의 응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루치 박사가 이끄는 AI 전략을 통해 현장에 접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여러 차례 AI를 언급하고 나섰고 '싱크(Think) AI' 개념을 제시하면서 인터넷의 다음은 바로 AI라고 강조하기 이르렀다. 2분기 실적 발표 전 처음으로 AI 개발자 대회를 열어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바이두는 직접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깜짝 발표하는 편을 택했다. 일례로 바이두의 자율주행차와 듀얼 OS는 비교적 단시간 내에 매출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로 꼽힌다. 소리없이 기술을 먼저 축적한 이후 애플리케이션을 내놓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 뿐 아니다.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기술력이 상당부분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색 및 지도 등 비즈니스에서도 빅데이터를 통한 사용자 수요 및 위치 분석을 기반으로 두터운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 알리바바 "AI는 수단…관련기술 응용에 방점"

알리바바도 AI에 적지 않은 시간을 쏟은 기업이다. 2015년 11월 11일 싱글데이에 검색 사업부는 맞춤형 추천 기술을 통해 내부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2016년 온라인 딥러닝 및 온라인 학습 등을 통해 사용자 클릭 수를 10~20% 상승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재무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알리바바에 있어 AI는 클릭 수를 높이는 등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차이충신(蔡崇信) 부회장은 알리바바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가 지난해 2분기보다 2천200만 명이 증가해 5억2천900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AI를 이용한 상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사용자의 참여도도 더 높아졌다며 AI 스마트 기술을 응용해 사용자별 맞춤형 페이지를 제공하고 클릭 수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행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알리바바에게 AI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러다보니 AI 자체 보다는 기술 응용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알리바바는 AI 기술 측면에서 알고리즘 보다 기반 인프라를 더 중시하는 쪽에 가깝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스스로 AI 기술의 발전을 이루려는 노력 대신 AI 기술의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상업 현장에 접목하느냐에 주안점을 뒀다고 본다. 본연의 기술 자체 보다 애플리케이션을 중시한 것이다. AI는 신기술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에 알리바바의 AI 응용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높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 응용처는 B2B 시장이다. 알리클라우드 생태계가 많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유통, 금융, 물류 영역 전반에 알리바바의 AI 기술이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

AI란 단어로 비교했을 때 알리바바는 오히려 ‘기술’ 이란 용어를 더 자주 언급했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클라우드다.

장융 CEO는 “그룹의 기술력은 각 사업부문 경쟁력을 높여 알리클라우드 지불 서비스 사용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해 아시아 첫 100만 사용자 규모의 클라우드 지불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지불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 보다 96% 늘어난 24억3천100만 위안(약 4146억원)에 달했으며 전체 매출의 4.8%를 차지했다. 이와 동시에 알리바바는 AI 기술을 통한 무인 판매 모델 등을 통해 무인 슈퍼마켓 사업을 펼치고 있다.

■ 텐센트 "AI는 전략적 의미…장기 투자할 것"

텐센트는 조금 다르다. 활발하게 AI 전략을 펼치는 두 기업과 달리 텐센트에게 AI는 '먼 미래 전략'이다.

실제로 텐센트가 지난 2분기에 처음으로 재무보고서에서 AI 전략과 발전 계획을 제시했다. AI와 지불, 클라우드 서비스 등 방면에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음성식별과 자연어 처리 등 영역의 기술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텐센트의 결제 및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AI 신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했다. 중국 언론 후슈왕 분석을 인용하면 텐센트와 바이두가 AI의 기반기술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AI 전략을 상당부분 정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텐센트 관계자는 “AI은 전략적인 의미를 가진다”며 “텐센트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AI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의 AI 랩에는 이미 수십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텐센트)

텐센트는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매출을 내는데 주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AI가 다양한 텐센트의 상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 임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물론 텐센트도 AI 기반 기술 투자는 이어간다. 예컨대 5개의 AI 기술 보유 미국 기업에 투자했다. 시애틀과 중국에 각각 AI 테스트랩을 세웠다. 또 ‘AI 바둑대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음성 및 이미지 연구개발과 딥러닝, 그리고 자연어 처리 등 AI 기반기술에도 적지 않은 공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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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의 AI 랩은 이미 수십명의 AI 과학자가 속해있다. 50여명의 글로벌 AI 박사급 인력과 200여명의 AI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등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에서 AI 기술에 종사하는 인력은 바이두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의 경우 광범위한 영역의 AI 부문 인력 1300여명이 근무한다.

텐센트는 또 AI 애플리케이션 기술에 있어서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고의 효과를 높이고 QQ음악 서비스 콘텐츠 서비스 효율을 높이면서 핀테크, 그리고 위챗(WeChat) 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도 AI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바이두만큼 전면적으로 AI 기술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반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정도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