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특허, 비즈니스 모델 관련성 따져라"

MAPS 양창훈 변리사가 말하는 특허출원 팁

인터뷰입력 :2017/08/20 09:09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기업 간 특허 분쟁 시비다. 사안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달려있기도 한 만큼 일단 발생하면 각사 간 치열한 법적 갈등을 빚게 되는 게 보통의 흐름이다.

법적 갈등은 갓 창업의 길로 들어선 스타트업의 경우 가장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을 안정화하는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가늠할 수 없는 형편에서 소송전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특허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특허법인 MAPS의 양창훈 변리사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향후 사업 전개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특허를 출원해야 나중에 골머리를 썩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허를 어떻게 출원하느냐에 따라 향후 순탄하게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이 특허 출원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란 무엇일까. 서울시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 소재의 MAPS 사무실을 찾아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특허법인 맵스 양창훈 변리사.

Q. MAPS에 대해 소개해달라.

"저희는 서울창업허브 초기에 유관기관 모집을 받으면서 스타트업에게 지적재산권(IP) 관련 자문 지원을 해주겠다는 취지로 입주하게 됐다. 변리사 입장에서는 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싶어도, 고객과의 실제 거리감을 줄이기 쉽지 않다. 강남에 대형 사무소를 차려놓으면 딱딱한 분위기라 찾아오지도 않는다. 우선 편안한 분위기로 작은 시설을 차려놓으면 교류가 많아질거라고 생각했다.

창업허브에 입주한 기업들은 평균 2개 정도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대리인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연락을 자주 하면서 조언을 받기는 쉽지 않다. MAPS 같은 경우 사내 변리사처럼 언제나 물어보고 싶은 점 물어볼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려 하고 있다. 입주 대상 기업 뿐 아니라 예비 창업 기업가도 창업허브에 있는 업무용 공간을 이용하러 오는데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조그마한 궁금한 점도 쉽게 물어보러 오곤 한다."

Q. 스타트업들에게 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찾아오는 스타트업들은 대개 특허 출원 가능성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자신의 사업아이템이 특허가 될지, 상표가 될 수 있는지 디자인권이 될 수 있는지 물어보러 온다. 자가진단이 된 고객은 특허 출원 진행에 따른 비용 문의나, 저희 법인을 통해 진행을 하기도 한다. 또는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할 때 내는 서류에서 특허 관련 내용을 검토해드린다. "

Q. 스타트업이 특허 출원에 있어 가장 신경써야 할 측면은?

"스타트업이 R&D를 통해 얻은 기술적 성과에 대해, 특허 등록만을 목표로 해서 값싼 수수료를 부르는 곳에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각 스타트업의 사업전략에 알맞는 IP를 설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특허를 다수 보유한 스타트업도 IR이나 투자 심사를 받을 때 특허 내용이 실제 사업 전략과 차이가 있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행되는 사업모델(BM)이랑 일맥상통하는 특허를 받는 게 중요하다. 변리사와 상담 시 사업 수행 전반에 대해 상담해야 하는 이유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와서. 특허 출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핵심 기술, 즉 사업의 뿌리가 되는 부분의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기술적 성과만 보고 핵심 기술이 아닌 요소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면 BM 테스트 중 피봇팅(현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하게 될 경우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핵심 기술은 이런 건 권리범위가 작아서 특허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

또 선행기술을 탐색해 특허 등록 가능성이 있는 쪽만 노리는 경우도 있는데 스타트업이 잘하기 힘들다. 선행기술을 조사하면서 BM과의 관련성을 판단하고, 또 거기서 특허 가능성을 재단하는 데에 전문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일단 사업의 핵심 기술을 출원해놓고 나중에 심사를 받는다든지, 만약 적절치 못하면 권리범위를 좁혀서 요소 기술로 추가 진행을 택하는 게 맞다고 본다."

Q. 스타트업이 특허 출원에 있어 활용할 만한 제도는 무엇인가.

"우선 기획과 개발 간 조율의 중요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획에 공을 들이게 되면 시제품을 빨리 만들고 테스트하는 '린스타트업' 과정이 늦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아이템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해도 놓지 못하게 된다.

최근 린스타트업이 추세인 만큼, 언제든지 피봇팅이 생길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테스트하는 아이템마다 특허 출원을 시도하면 굉장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허 출원 제도 중 '국내우선권주장출원'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특허를 하나 출원하면 1년 내에 내용을 한 번 더 추가해서 출원하는 제도다. 선(先)출원에 해당하는 출원을 임시 출원하고, 실제 시장에서 테스트해본 뒤 사업의 방향성이 확정되면 정규 출원을 고려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인식이 부족해 특허 출원 비용이 무조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은데, 출원번호 얻을 수 있는 이런 제도를 많이 이용했으면 한다."

Q. AI가 특허 출원과 관련해 끼친 영향은 무엇이 있나.

"두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다. AI가 도래하면서 기계로 대체될 직업 순위를 보면 법조인이 많이 언급된다. 언제쯤 사람 대체될 수준일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최근 AI나 딥러닝,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서비스로 특허를 받고 싶어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그런데 직접 연구해 알고리즘을 개발한 게 아니라, 이미 개발된 방식 자체를 끌어다 써서 입력값 A를 넣고 B라는 결과물 얻어낸 것으로는 특허를 등록할 수 없다. A라는 입력값을 바꿨을 뿐이지 중간 과정이 이미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입력값을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한 경우라면 당연히 특허 출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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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사실 분쟁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는 적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도용당하는 경우는 많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 중에서도 아이디어를 대기업에 도용당했지만, 마땅한 조치가 없는 곳도 있었다. 스타트업은 평균적으로 생존 기간이 짧고, 아이템을 시장에 짧은 시일 동안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을 경우 돌아오는 리스크가 매우 적다. 뉴스에 보도 돼서 이미지 타격 줄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스타트업이 기술을 도용당했을 때 분쟁을 치를 경우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이를 감당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같은 경우 스타트업이 분쟁을 대비해 IP와 관련해 매우 많은 액수를 지출한다. 그러나 또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