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만든다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연내 발행 계획"

인터넷입력 :2017/08/16 14:51    수정: 2017/08/16 15:46

손경호 기자

우리은행이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담는 온라인 거래장부 역할을 해 온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폐 만들기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16일 서울시 중구 본점에서 조재현 디지털금융그룹장, 이경준 데일리인텔리전스 대표, 김종협 더루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중은행 중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폐를 만들려는 시도는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이 은행은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발행, 사용, 충전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후 해당 기술이 적용된 금융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은 크게 비트코인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고안된 퍼블릭 블록체인과 참여자들끼리만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분된다. 우리은행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화폐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강명남 차장에 따르면 이 은행은 크게 3단계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화폐 도입에 나선다.

먼저 1단계에서는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와 업무협약을 통해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PoC)를 진행한다.

이후 2단계에서는 더루프가 대학 내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발한 디지털화폐인 U-코인을 우리은행 주거래 대학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U-코인은 서강대, 고려대, 포항공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을 주거래 대학들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대학들에서도 디지털화폐를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단계로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글로벌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 해외송금을 위한 매개체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종협 더루프 대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은행과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는 1단계 진행에 대해서만 합의를 마친 상태다.

2, 3단계는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 차장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전용선을 쓰지 않고도 인터넷망을 이용해 거래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절감한 전용선 사용료와 함께 은행은 물론 가맹점에서도 수수료를 아끼면서 고객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나라에서는 디지털화폐가 실물화폐의 대체재 혹은 보완재로서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여러가지 테스트가 이뤄지는 중이다.

관련기사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엔화와 1:1로 교환할 수 있는 자체 디지털화폐인 'MUFG코인'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일반인들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미국 테더(Tether)라는 회사가 이미 달러화와 1:1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강 차장은 "당장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단계별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