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통화 녹음 통지 법안 폐기해야”

“대화 당사자 권리 박탈…개정안 근거 빈약”

인터넷입력 :2017/08/14 14:03

인터넷 단체인 오픈넷이 통화 녹음 시 상대방에게 통지되도록 강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비리 노출을 원천봉쇄하고 약자의 고발 무기를 빼앗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14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지난 7월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개정안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려 하면, 상대에게 해당 사실이 통지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국민이 대화 당사자로서 통화 내용을 자유롭게 녹음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입장이다.

오픈넷은 “개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외국에서도 그렇게 한다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쓸 때 촬영 소리를 내도록 했다는 점이 나온다”면서 “근거가 남들도 그렇게 한다와 촬영도 그렇게 한다는 것일 뿐 왜 꼭 이런 개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이나 제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서는 37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미국의 대화 녹음 관련 법규를 요약하면 50개 주 중에서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주는 12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런 주 중에서도 필요에 따라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오픈넷은 외국에서 스마트폰 촬영 소리를 의무화한 경우가 거의 없고, 국내 역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정한 법적 구속력 없는 촬영음 표준이란 이유로 법 개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특히 오픈넷은 개정안이 대화 당사자의 녹음할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사회 부조리를 밝히고 범죄를 드러내는 과정(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등), 약자가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에 근본적인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서 통화 녹음 공개가 여러 차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오픈넷 주장이다.

관련기사

오픈넷은 “부조리를 드러내려는 내부고발자나 언론에게 통화 녹음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증거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모든 범죄자들의 본능이다. 공익의 실현을 도외시한 채 개인의 사생활, 심지어 범죄의 사적 측면이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어 “개인 사생활 보호를 핑계로 사회 곳곳에 스며든 부조리를 노출하고 청산할 가능성을 제거하고 자유로이 통신 행위를 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마다않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하고 문제의 법안을 즉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