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반도체 전쟁'…파운드리 승부 시작됐다

삼성·SK, 공격적 투자…TSMC도 7나노 설비 강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8/11 18:00    수정: 2017/08/11 18:08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파운드리(Foundry)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업체인 대만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힘입은 영업이익을 토대로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TSMC 역시 최근 한국 업체들을 경계하는 동시에, 설비 개선 투자에 거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파운드리(Foundry) 경쟁으로 치열하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TSMC 로고. (사진=지디넷코리아)

■ 반도체 업계 "이제는 파운드리 경쟁"…왜?

파운드리는 미국 퀄컴, 영국 ARM 등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사업이다.

최근 들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주목받으면서 파운드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을 맞이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파운드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황에 민감하다. 현재 잘 나가고 있지만 가격 하락,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상황이 나쁘게 돌아갈 염려도 있다.

파운드리 시장 안정성에 업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013년 이후 연평균 7.8% 성장했다. 이는 업체들의 주력 사업인 낸드플래시(7.3%), D램(7%)보다 높은 수치다.

파운드리의 전체 반도체 시장 대비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8%다. IHS마킷은 파운드리의 오는 2021년의 시장 규모를 831억 달러(약 95조원)로 예상했다.

■ 후발주자 삼성, 공격적 투자 신호탄…SK·동부도 주목

지난 5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독립시킨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에 12조5천200억 원을 배정했다.

총 투자금액만 1분기 5조200억 원, 2분기 7조5천억 원에 달한다. 목표는 내년도 글로벌 시장 2위 진입이다.

이와 함께 화성 S3 파운드리 생산설비에 계속해 투자하고 있으며, 북미 시스템반도체 생산 거점인 미국 오스틴 공장엔 오는 2020년까지 15억달러(약 1조8천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로드맵과 최첨단 공정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말 8나노(nm) 제품 초기 양산을 시작하면서, 내년 중반엔 7나노 제품 생산에 돌입한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김기남 사장이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amsung Foundry Forum)'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7나노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추세와 경쟁 업체를 모두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32나노와 14나노, 10나노 공정을 연이어 최초로 양산해내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면서 “그러나 회사는 7나노 제품 양산만큼은 TSMC에게 양보해야했다”고 밝혔다.

또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내년에는 애플이 차기 아이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7나노 등 초미세공정을 필요로 하는 모바일 AP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업계 순위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1위 TSMC와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칩을 단순 위탁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욕구에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상현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상무는 지난달 11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웨이퍼 1장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셔틀’ 서비스도 확대 제공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기업 간 거래(B2B)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공정 프로세스 디자인 키트(PDK) 및 지적 재산권(IP)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출범식에서 김준호 사장(우측에서 일곱번째)과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좌측에서 일곱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글로벌 D램 점유율 2위, 낸드플래시 5위인 SK하이닉스는 현재 20위권 밖인 파운드리 점유율을 대폭 올리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D램 및 낸드플래시 생산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엔 역대 최대 금액인 9조6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자본금 3412억원 규모의 100%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하고 파운드리 사업 관련 자산을 양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고객사는 지난해 대비 올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동부그룹의 파운드리 업체 동부하이텍의 파운드리 고공행진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점유율 1.2%(지난해 매출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동부하이텍은 지난 1분기 매출액 1천905억 원, 영업익 517억 원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2분기에는 실적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회사가 주력하는 8인치(200㎜) 웨이퍼 파운드리 시장의 미래는 밝다.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12인치(300㎜) 웨이퍼 공정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8인치 웨이퍼 공정에 주력 중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8인치 웨이퍼는 소규모 주문에 적합하기 때문에, 향후 많은 중소규모 업체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TSMC. (사진=TSMC 공식 홈페이지)

■ 파운드리 강자 TSMC "안주하지 않겠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7나노 등 미세 회로 공정 설비 개선에 약 3조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앞서 모리스 장 TSMC 회장은 지난달 회사 주주총회서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를 의식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톱(TOP) 클래스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을 우려하는 눈치다.

애플, 퀄컴 등 대형 고객사와 거래 중인 TSMC는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되는 AP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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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50.6%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전자(7.9%·4위), 동부하이텍(1.2%·11위), SK하이닉스(0.2%·27위) 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일 잘 아는 업체는 다름 아닌 TSMC”라면서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 자리를 넘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위 자리에 안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