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돌풍…핀테크 혁신 '메기 역할' 할까

"규제개선 촉매" vs "영역 달라" 팽팽히 맞서

인터넷입력 :2017/08/11 09:40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출범 이후 13일만에 20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전국민 서비스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 기업이 은행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규제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 특유의 편리함과 혜택이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 얘기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돌풍이 핀테크산업 전반의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상반된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켠에선 카카오뱅크 돌풍에 힘입어 다른 핀테크 규제도 완화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핀테크 업계가 대부분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 없는 규제를 받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돌풍'…은산분리 완화 주장 강세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카카오뱅크는 출범 13일만인 지난 8일 신규 계좌 수가 2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작년 전체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 수가 15만건에 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성장세다.

카카오뱅크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에 대해 시중 은행이 그간 서비스 혁신에 게을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점 없이 앱으로 서비스 전반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이용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던 것은 시중은행을 그만큼 불편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혁신이 각광을 받으면서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은산분리' 완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처럼 인터넷 기업이 금융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는 흐름에 힘을 싣기 위해선 지분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의결권 관련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지난 1961년 도입된 이 조치는 기업이 은행 예금을 사업에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기업의 은행지분 소유를 막으려는 것은 구시대적 관점이란 주장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내 스타트업규제혁신특별위원회 구태언 부위원장은 "은산분리 규정이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기업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법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기업이 은행 자본을 임의로 가져다 쓸 수 있냐"고 반문했다.

또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제한을 4%에서 50%로 늘리는 등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다"며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움직임이 향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테크 규제 전반 흐름은? 업계 시선 갈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핀테크 업계에서는 엄격했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난다.

금융 기술 혁신에 대한 이용자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규제 당국의 인식에도 변화를 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개인정보 활용 등 여러 분야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대규모의 이용자 확보에 성공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핀테크 관련 정책이 유연화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흥행 뿐 아니라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라며 "과거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업계 서비스 수준이 급격히 향상됐던 것처럼 카카오뱅크의 흥행도 업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 당연하고 규제 완화도 함께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카카오뱅크의 흥행과는 별개로 핀테크 산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할 정책 상의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핀테크 업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의 규제를 받는 반면 대다수의 핀테크 업체는 다른 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시중 은행에 맞춘 규제를 그대로 업계 전반에 적용하고 있는 규제 현황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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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핀테크 스타트업이 규제가 엄격한 한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한국 같은 경우 은행권이 핀테크 서비스를 직접 하려는 경향이 짙고 이미 각 서비스별로 주요 업체가 안정적으로 입지를 잡아 스타트업이 새로 도전해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최근에는 비교적 기업이 핀테크 서비스를 펼치기 쉬운 중국 시장으로 많이 도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