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선택약정할인 행정소송의 딜레마

이통사, 정부와 다투거나 주주한테 혼나거나

방송/통신입력 :2017/08/08 16:06    수정: 2017/08/08 16:15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내온 요금 할인율 상향 조정 통보에 대해 오는 9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이통사의 공식 의견은 할인율 조정의 법적근거가 불분명하고 현재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행정적인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통사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해도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을 취하느냐 마느냐가 진짜 고민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핵심 지점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제기 여부다.

■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법적으로 다툴 여지 있다

유안타증권의 최남곤 연구원은 “취약계층 요금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선택약정할인율을 상향할 경우 이통사의 연간 매출은 8천481억원, 영업이익은 4천241억원의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통사는 행정 처분 명령 공문을 받게 되면 행정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조치가 법리다툼을 해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계통신비

지원금 상승 없이 선택약정할인율만 높이는 것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을 해주도록 한 단통법의 취지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단통법 취지와 달리 이용자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존 약정할인 가입자의 25% 할인율 소급 적용은 법상 계약 위반의 소지가 있다. 특히 할인율 산정 방식의 5% 포인트 가감과 관련해서도 법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20%의 5% 인상인지 무조건 5% 포인트 인상인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규제 당국과 싸우다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로서는 쉽게 법적 카드를 빼들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이미 로펌을 통해 법리 자문은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다. 규제 당국인 정부와 아무 때나 사생결단의 자세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의지가 강력하다는 게 고민거리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통신업계의 정부 상대 행정소송이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사업 인가를 받는 규제산업의 기업이 대통령 공약을 관철하려는 규제당국과 마찰을 일으키기 쉽지 않은 구도”라며 “5G 주파수 할당이나 신규 기간통신사 진입 허용 등의 문제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소송 제기 카드를 함부로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소송이 되레 손해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인용되면 실제 요금할인율 상향이 1년 이상 연기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고 통신비 인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규제 당국과 앙금만 깊어져 향후 불이익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게 우려되는 점이다.

자료 =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 통신비 강제인하 승복? “투자자 등 돌린다”

그런데 규제당국이 무서워 손해나는 줄 뻔히 알면서도 편히 소송을 접을 입장도 아니다.

투자자에 대한 배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정부 정책안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연간 최소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부터 시작해 취약계층 요금감면 대상 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알뜰폰 도매대가 재산정 등의 조치가 모두 이뤄질 경우 많게는 조단위의 손실이 예상되고 미래 시장을 위한 투자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익이 급격히 줄고 미래 투자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의 주가가 온전할 리 없다.

주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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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외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ISD에 나설 수도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거의 강압적으로 몰아부치고, 그로 인한 손실과 투자자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 묘책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