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 '디자인 특허소송' 승기 잡았다

美법원, '제조물품성' 인정…새 재판 가능성 높아져

홈&모바일입력 :2017/07/31 16:06    수정: 2017/07/31 16: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전자가 2012년 8월 1심 평결 이후 5년 동안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애플과의 1차 특허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승기를 잡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이 핵심 쟁점인 ‘제조물품성’에 대한 주장을 포기한 적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삼성의 제조물품성 주장을 인정하는 취지의 명령서를 부과했다고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애플 삼성간 1차 특허소송 파기환송심이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배상금 산정을 위한 별도 재판이 필요하다는 삼성 요청에 대해선 결정을 유보했다.

포스페이턴츠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루시 고 판사의 이번 결정으로 디자인 특허 배상금 산정을 위한 새로운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 5년만에 또 다시 1심 법원서 공방

이번 결정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앞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가 쟁점인 1차 소송 재판이 시작된 것은 2012년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시작된 이 재판은 40여 일 간의 공방 끝에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의 특허 침해에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과 함께 1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사실상 징벌적 제재에 가까운 평결이었다.

하지만 이후 재판 과정에선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항소심에선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의미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부분이 무혐의 판결됐다. 이에 따라 배상금 액수도 5억4천8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렸던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삼성은 이 중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미국 대법원에 상고했다. 관련 배상금은 3억9천900만 달러였다.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부분이었다. 삼성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 중 상당 부분이 경감될 수 있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해 10월 삼성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 289조가 규정하는 ‘제조물품’이 꼭 완제품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어디까지를 구체적인 제조물품으로 봐야할 지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하급법원이 다시 판단해보라고 미뤘다.

항소법원을 거쳐 또 다시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으로 돌아온 파기환송심에선 바로 그 부분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 루시 고 "삼성, 제조물품성 주장 계속 유지"

파기환송심에서 삼성은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첫째. 제조물품성은 특허 침해한 해당 부품으로 봐야 한다.

둘째. 2012년 1심 재판 당시 배심원 지침이 잘못됐다. 따라서 배상금 산정을 위한 재판은 새롭게 해야 한다.

특히 삼성은 2012년 배심원 지침이 특허침해했을 경우 사실상 전체 완제품 가격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새로운 재판을 열 명분은 충분해진다.

이 같은 삼성 주장에 맞서 애플은 “삼성이 1심 재판 과정에서 제조물품성에 대한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만약 삼성이 1심 재판 과정에서 제조물품성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았단 사실이 입증될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배상금을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삼성과 애플 1차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 개념도.

파기 환송심을 맡은 루시 고 판사는 지난 4월 삼성과 애플 양측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삼성 측엔 2012년 재판 과정에서 ‘제조물품’과 관련된 주장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의견서를, 애플은 삼성이 해당 주장을 어떻게 포기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루시 고 판사는 두 회사가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이날 “삼성이 제조물품성 관련 주장을 포기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취지의 명령서를 발부했다.

삼성이 초기에 배상금과 관련해서 주장했던 ‘분리 이론’(apportionment theory)이 사실상 제조물품성 관련 주장이라고 본 것이다. 또 삼성은 소송 초반부터 ‘전체 이익 상당액’과 ‘완제품’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두 가지 요구사항 중 ‘제조물품성’ 관련 주장의 유효성에 대해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또 두 번째 요구사항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

■ 루시 고, 새로운 재판 여부 결정은 미뤄

이번 명령장을 통해 루시 고 판사는 삼성과 애플 두 회사에 대해 ‘제조물품성의 범위’를 규정하는 추가 문건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추가 문건에선 특허법 289조에 규정된 제조물품성의 정확한 범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제조물품성이 쟁점이 될 경우 원고와 피고 어느 쪽이 입증책임을 지는 지에 대한 의견도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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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고 판사.

루시 고 판사는 추가 문건을 8월1일 오후 2시까지 접수받은 뒤 다음 날인 2일 오후 2시에 사건관리기일(case management conference)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소송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