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간과 공진화…문제해결은 인간 몫"

[인터뷰] 샤오우엔 혼 MS리서치 아시아 소장

컴퓨팅입력 :2017/07/28 16:08    수정: 2017/07/28 17:53

"인공지능(AI)시대가 되더라도 기계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요즘 AI는 IT 뿐 아니라 사회 전분야의 핵심 키워드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A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기업들 중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은 특히 두드러진다. MS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여긴다. 이런 비전을 MS는 AI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coevolution)'란 키워드에 담아냈다.

AI 때문에 인간의 역할이 위축될 것이란 사회 전반의 우려와는 상반된다.

공진화는 원래 생물학 용어다. 2종 이상의 생물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미국 생물학자 폴 얼리치와 식물학자 피터 레이븐이 1964년 출간한 논문에 처음 사용됐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 담은 식물과 곤충류 진화의 상호작용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기계와 인간의 공진화 시대의 관건은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이다. 사람들은 이런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까.

이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AI전문가, 샤오우엔 혼 MS리서치 아시아 소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샤오우엔 혼 소장은 MS 본사 중역 임원이면서 아태지역 연구개발(R&D) 전략을 이끌고 있다.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 소장

이번 인터뷰에서 혼 소장은 창의력이 인간과 기계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AI시대에도 기계가 인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AI시대에 필요한 시민사회 및 공적 영역의 역할도 언급했다.

본사 중역 임원으로선 의외로 개방된 연구 문화, AI 연구 성과의 공개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개방된 연구문화가 최근 'AI붐'에 일조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 MS와 당신이 말하는 '공진화'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역사를 살펴보면 우린 늘 우리의 일을 돕는 인공물(artifacts)을 만들어 왔다. 요리, 운전, 다른 여러가지를 위한 도구(tool)가 대표적이다. 멀리 갈 능력이 없으니, 멀리 데려다 줄 자동차를 만들었다. 날 수 없으니 우리를 하늘로 데려갈 비행기를 발명했다. 계산을 하지만 충분히 빠르고 정확하지 않으니 컴퓨터를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컴퓨터와 다른 도구 사이엔 차이가 없다. 발전한 인간 문명은 또 우리가 진화하는 걸 도와 준다. 일상에서 우리가 만든 도구와 기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게 공진화의 핵심 의미다."

- 인간이 기계에 더 많이 의존할 거란 얘기 아닌가?

"지능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닌 것중, 다른 생물(living things)과 차별화되는 가장 특출난 재능이다. 컴퓨터는 우리 뇌와 가장 유사한 사물이다. 많은 연산,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만큼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상상한다. 그 상상이 AI를 만들어냈다.

몇년간 우리는 AI를 위해 점점 더 빠른 컴퓨터, 점점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인간의 지능이 다른 사물과 얼마나 다른지, 지능의 참된 의미가 뭔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도구 없이 계산을 잘 하거나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을 '똑똑하다'고 여겼다. 컴퓨터를 쓰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그게 고차원의 지능이라 여기지 않는다. AI는 이제 음성인식, 사물인식, 언어이해, 그외 여러가지, 인간만이 관여할 수 있다고 여겼던 몇몇 중요한 작업을 해낸다.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 소장

그래서 우리는 창의력(creativity)이 우리의 차별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창의력은 문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난 오늘날 컴퓨터와 AI를 활용하는 상황에서조차, 모든 알고리즘과 문제해결은 여전히 인간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내가 AI와 인간지능(HI, human intelligence)의 공진화를 말하는 이유다."

- 많은 사람들은 AI가 몰고 올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기술은 점점 더 강력하면서도 복잡해지고 있다. 모든 이가 모든 주제의 지식을 습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컴퓨터과학과 AI에 관한 지식을 일반 대중에 보급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할 때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양쪽에서, 학교와 정부와 미디어는 일반 대중에게 AI를 이해시킬 책임(responsibility to educate)을 진다. 기계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항상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을 위해 인간을 필요로 한다."

-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는가?

"인간이 만든 다른 도구나 기계와 마찬가지로, AI는 항상 인간을 도울 것이다. 인간의 독창성(ingenuity)을 극대화할 것이다. 주지했듯 인간과 기계는 함께 일해야 한다.

AI는 모든 단일 산업분야에 여러 혼란과 변화를 초래할 것다. 따라서 미래에는 특히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법이 필요해질거라 생각한다. 자율주행차량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예를 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AI가 일하도록 만드는 것 중 하나는 풍족한 양의 연산(능력)과 데이터이다. 데이터는 알고리즘보다 거버넌스를 하기 위한 정책과 법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유형이 뭔지, 어떤 데이터 유형을 사용할 때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뭘 할 수 없는지 알려고 할 것이다. 이 때 데이터 거버넌스가 아주 중요하다. 새삼스럽지만, 인터넷은 국경을 넘나들죠. 데이터가 단일 국가, 지역에 갇혀 있지 않는단 뜻이다.

- AI를 공부할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해 준다면?

"AI는 다른 기술분야와 마찬가지다. 대학교와 연구실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진짜로 AI 분야에 들어오려 한다면 대학교와 연구 영역에서 (공부에 필요한 것을) 찾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무크(MOOC)에도 수많은 온라인 자료와 코스가 있고, 사람들은 거기서 배우고 토론할 수 있다. 학생들이 참석하고 배울 수 있는 AI와 관련된 수준높은 컨퍼런스도 물론 많이 있다.

그리고 AI는 스피치, 자연어, 컴퓨터비전, 로보틱스 등을 포함해 매우 광범위하다. 당장은 '딥뉴럴네트워크'와 '딥러닝'이 AI 분야 가운데 매우 강력하고 인기가 있다. 데이터가 있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사용해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얻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면, AI는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만한 수단이죠. 학생이나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기술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도록 노력하길 권하고 싶다."

-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배경이 뭘까?

"우린 항상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MS리서치는 항상 우리 연구실과 글로벌 연구 커뮤니티에 개방된 연구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술의 발전을 만끽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저널과 공개된 출판물을 통한 선행연구(the previous work) 덕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최신 'AI붐'은 이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모두 알다시피 AI(의 기원)는 6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고 이제까지 적어도 2번의 '겨울(winters)'이 있었지만, 이제 붐을 일으킬 준비가 됐다. 이게 다 개방된 연구 덕분이다."

- MS는 개방적인 연구를 무제한 지지한다는 건가?

"공개 출판과 기업 비밀(corporation confidentiality) 사이의 갈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영리적 기업은 이런 (개방형 연구를 지향하는) MS리서치의 관점에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AI 또는 딥러닝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거의 모든 회사는 공개 출판이나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기업들이 계속 공개 출판과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을 지지하기를 권해요. 과학의 발전이 모든 인류와 공유돼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특정한 기술 구현, 비즈니스 모델, 제품 영역에서는 기업들끼리 경쟁할 것이다. 우리는 기업으로서 항상 일반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뭔가를 제품에 탑재한다는 기업비밀을 다루는 일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관점에 찬성하기를 바란다."

■ 샤오우엔 혼 소장은 누구?

샤오우엔 혼(Hsiao-Wuen Hon) 소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컴퓨터과학 박사 전공자다. MS의 '아시아태평양R&D그룹'을 이끄는 기업부사장(CVP)이다. 3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MS의 아태지역 R&D활동 전략, MS와 관련 학계간의 교류와 협력을 주도했다.

혼 소장은 MS리서치 아시아에 합류하기 전에도 내추럴인터페이스서비스 사업부 창립멤버이자 아키텍트로 여러 MS 기술 설계 및 개발에 관여했다. 스피치서버, 내추럴유저인터페이스플랫폼, MS어시스턴스플랫폼에 참여했고 통계적학습기술 및 고급검색 제공 책임자로도 일했다.

1995년 MS리서치에 수석연구원으로 합류한 이래로 SAPI 및 스피치엔진 기술의 핵심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인터뷰를 끝내며

샤오우엔 혼 소장과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진행됐다. 혼 소장은 MS리서치 아시아소장을 맡아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기자의 질문지에 영어로 빼곡하게 답을 보내왔다.

덕분에 AI를 주제로 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혼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주고 받은 많은 얘기들은 실제로 MS의 제품전략에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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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AI전문 연구조직을 신설하며 '인간의 창의력과 혁신을 더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AI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