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이재용 재판 증언 근거있나

시민운동가-학자적 견해...삼성 "추측과 단정" 일축

디지털경제입력 :2017/07/16 17:25    수정: 2017/07/17 11:3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 재판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이어 지난 14일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특검 측 증인으로 39차 공판에 참석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작업 등 일렬의 행위가 미래전략실이 지휘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시나리오라는 증언을 쏟아내며 삼성 변호인단과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증언과 관련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현 정부 재벌개혁의 야전 사령관이자 취임 딱 한달을 맞은 장관급 인사의 입에 나온 이날 발언이 혹여 다른 민간 기업들의 경영지배 방식이나 사업구조 개편에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시민 운동가와 경제학자 출신으로 굳어진 김 위원장의 이상적인 견해가 마치 특검의 공소사실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 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이재용보다 낫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는 이재용 신화 만들기의 예다" 등 극히 개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증언에 앞서 "오늘 제 증언이 이 부회장에게는 단기적으로 큰 고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 한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발전하는 데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마치 삼성이 한국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식의 평가를 내리고 자신은 이에 대한 심판관을 자처하기도 했다.

반도체·부품과 휴대폰·TV 등 다양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삼성의 경영 방식에 대한 훈수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재판부도 나서 김 위원장의 의견이 적법과 불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이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이날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용인이 없었더라면 삼성 합병(삼성물산-제일모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미래전략실에 의해 짜여진 시나리오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특검 측이 "이재용은 삼성합병이나 지주사 전환이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고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하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합병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해당 회사 이사회가 결정할 권한이 없었을 것"이라며 "미래전략실 기획 하에 결정이 이뤄지고 집행된 승계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라고 특검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갑작스레 병상에 누운 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서둘렀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니까 법을 지키는 건 기본이고,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존경받는 기업인이 될 수 없다"고 경영 훈수도 뒀다.

이에 삼성 측은 김 위원장의 증언이 직접 경험이 아닌 대부분 추측과 단정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증인이 많은 증언을 했지만 공소사실 입증과는 무관하다"며 "김 위원장은 특검의 경영권 승계 프레임을 제공한 장본인으로 금융지주회사 전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모두 증인이 제안한 것이다. 삼성의 계획이 아니다. 증인의 권고와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인은 승계 작업의 의미를 매우 포괄적으로 증언하고 있는데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사업재편을 모두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생명이나 (삼성)전자 지배력과 무슨 관련이 있나. (합병은)하만이나 바이오와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경영 활동일 뿐이다. 경영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승계 작업이라고 하면 모든 경영 활동이 승계 작업이 된다"고 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또 김 위원장이 특검 측 수사방향과 프레임에 맞추기 위해 평소 입장과 견해를 바꾸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 직후 증인이 쓴 글을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 지배력은 0.01%도 늘지 않았다고 말했고, 지주회사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김 위원장이 강력히 권고한 것인데 지금은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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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위원장은 "지분율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순환출자 고리가 짧아져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진술서를 꼼꼼히 보지 못한 실수다"라고 했다.

한편 특검이 박근혜 정부 민정비서관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혀 향후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공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른다. 내달 2일엔 결심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