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화폐'일까 '자산'일까

세금 부과 여부가 규제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인터넷입력 :2017/07/16 09:07    수정: 2017/07/16 10:23

손경호 기자

기존 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자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아 온 비트코인을 국내외 법 상 '화폐'로 봐야할까, 아니면 '자산'으로 봐야할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미 하나의 거래 수단이 돼버린 비트코인을 어떻게 하면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적정 수준의 규제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미국에서도 플로리다주와 뉴욕주 법원의 판단이 다르고, 사안 마다 정의가 제각각이다.

지난 14일 법무법인 민후가 주최한 제2회 신기술 경영과 법 세미나에서는 '가상화폐-블록체인과 법적 이슈'란 주제로 비트코인, 블록체인, ICO 등을 둘러싼 법적 이슈를 살펴보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를 진행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각 기관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성격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보다는 결과적으로 규제기관이 각 사안에 대해 어떤 규제를 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두고, 디지털 상에 표현되는 가치로 디지털적으로 거래가 되며, 교환 매개이자 가치 척도의 기능, 가치 저장의 기능을 가졌으나 법정 화폐로서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규정한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과 내국세입청 역시 "어떤 상황에는 가상화폐가 돈처럼 활용되지만, 어느 관할권에서도 법정 화폐로 보지 않는다"며 "연방세법상 가상화폐는 자산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가상화폐를 화폐로 규정하는지 자산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관련 업체가 지켜야 하는 법이 달라진다.

먼저 화폐로 인정될 경우에는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방지(CFT) 관련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가상화폐 생태계가 글로벌 은행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2014년 암거래 사이트로 유명한 실크로드 운영자인 울브리치는 거래에 비트코인을 이용하면서 AML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안에서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대신 화폐로서 기능을 가진 만큼 별도로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일본은 지난해 자금결제법, 범죄수익이전방지법을 통과시키면서 가상화폐를 실제 화폐로 보는 대신 가상화폐 거래 소비세를 폐지하고 비과세로 전환했다.

반대로 가상화폐가 자산으로 규정되면 세금 문제가 불거진다.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소비세를 내야하고, 이를 매매했을 때 발생한 시세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세청은 비트코인이 화폐로 통용되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나 재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재화로 거래되면 부가가치세를 내야한다고 규정했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비트코인을 '물품'으로 규정해 핀테크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봤다.

이후 등장한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이 시행되면서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도 소액해외송금업자들로서 정해진 자본금 요건 등 규정을 준수하면 해외송금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현재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내려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가제를 실시하고 거래소와 사용자들에게 차익에 따른 세금을 매기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김경환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해 AML과 인허가를 통해 규제하려는 분위기"라며 "무엇보다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현재로서는 과세 대상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