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인들, 클라우드 규제 어떻게 보나

한국MS·한국IBM 임원들 'AI시대 클라우드' 토론

컴퓨팅입력 :2017/07/03 16:24    수정: 2017/07/03 16:38

한국의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시장을 키우고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클라우드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변화의 근간을 지탱할 기술이란 관측에서다. 정부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법을 시행하고 공공클라우드 시장을 민간 사업자에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공과 민간이 클라우드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정에도 나섰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IT거인들은 이같은 국내의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소속 임원들이 한 IT관련 포럼에 토론 패널로 참가해 관련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MS 측에선 개발자플랫폼사업본부 담당 최윤석 전무가 참석했다. 한국IBM 측에선 정책협력팀 담당 이성웅 상무가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한 카페에서 'AI 시대의 클라우드, 그 미래의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에 패널로 참석했다. 현재 국내 제도가 진흥보다는 규제 성격이 짙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공 및 금융 등 영역별로 복잡한 규제가 중첩돼 있고, 실제 보안성 확보나 미래 변화에 대비한 데이터 활용 등의 가치 실현과 거리가 있음을 지적했다.

2017년 6월 30일 포럼IT 딥토크 현장. (왼쪽부터) 최윤석 한국MS 전무, 이성웅 한국IBM 상무,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토론은 IT칼럼니스트 겸 스타트업 에디토이 대표인 개발자 김국현 씨가 주도한 '포럼IT 딥토크' 2회차 행사로 진행됐다. 메인 패널은 한국MS과 한국IBM 소속 임원이었는데 행사 안내 내용에 '구글코리아'가 후원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좌장 겸 사회를 겸한 김국현 씨가 여러 소주제를 제시해 유도한 패널들의 주요 현장 발언을 정리했다.

■ "전자금융감독규정, 금융기관 자율 혁신 제한해"

이들은 우선 공공과 금융 업계에 클라우드 도입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꼽았다.

최 전무는 "(전산시스템이) 클라우드로 가면 많은 게 가상화될 수밖에 없고 네트워크환경이나 방화벽 등도 마찬가지인데, 정부 쪽은 항상 물리적 망분리 구성을 전제하고 논리적인 (네트워크 분리) 구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물리적 망분리가 가장 보안적인 방식인지 의문이고, 이런 경계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 활용 발전에 큰 저해요소가 된다"고 평했다.

이 상무는 "금융분야에선 전자금융감독규정상 금융기관이 '비(非)중요정보시스템'만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게 돼 있는데 개인정보, 신용정보법에 의한 정보가 들어가면 모두 중요정보로 분류돼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며 "예외조항 근거로 물리적 망분리같은 규제를 벗어라면 시스템에 복잡한 조치를 해서 금감원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사실상 허가 성격이라,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혁신이 제한된다"고 언급했다.

규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발전해 나갈 AI 기술이나 기업의 4차산업혁명 대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사진=Pixabay] 클라우드

이 상무는 "3차산업혁명 시대엔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에 정부가 개입하고 규제하는 거버넌스가 잘 작동했지만, 지금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게 과거처럼 3차산업시대 (개입하고 규제하는) 거버넌스가 아니라 AI든 데이터든 새로운 규제시스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 전무는 "그 연장에서, 제가 정부 스타트업 펀드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많이 다녔는데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게 많다"며 "AI 기술 접목한 스타트업의 제안 내용이 훌륭해 3억짜리 지원을 받았다고 치면, 개발방향이 제안 당시엔 좋았지만 이후 다르게 바뀌는게 더 좋겠다고 제안해도 담당자가 '감사받을 수 있으니까 제안서 그대로 만들라'고 한다, 이건 정부가 그 회사 경쟁력 퇴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 관련 큰 틀의 제도 개선 필요"

AI 활용과 맞물려 클라우드 시대 또다른 화두인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도 드러냈다. 의료업종에서 민감하게 인식되는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의 물리적 소재,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정보주체의 소유권한과 활용 범위도 유연한 관점이 필요하단 뉘앙스였다.

이 상무는 "왓슨 온콜로지의 암진단 보조시스템은 한국에선 규제때문에 EMR을 가져갈 수 없어서, (국내 병원은) 여러 옵션을 떼고 쓴다"며 "자동차로 치면 실제 ○○○ 정도 급인데 (국내는) 그보다 떨어지는 ○○○급"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EMR 연동, 자동화하면 훨씬 (진료 업무가) 빠른데 규제 때문에 의사가 일부러 나이, 성별 등 개인 식별을 못하는 속성정보를 입력하게 만들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전무는 "중국에는 무인 편의점 매장 서비스가 있는데 결제를 위해 카메라가 상품을 인식하려면 수많은 각도, 상황에서 촬영된 상품 이미지가 (AI시스템에) 학습돼야 한다"며 "이처럼 개인정보 이슈가 없는 상황이라면 누구든 시스템의 전체 수준 개선에 기여하고 그 이득을 모두 함께 누리는 구조를 취해야 하는데, 한국 물건 사진은 글로벌 벤더에 주면 안되는 자산, 이런 잣대를 들이대면 이상해진다"고 평했다.

[사진=Pixabay 원본 편집]

두 임원은 이어지는 질의응답 순서 중 데이터주권과 관련해서는 AI 기술 발전과 보편적인 활용을 위해 데이터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첨언했다.

최 전무는 "MS의 비전이나 이모션(이미지 인식 API)을 위한 데이터도 많을 수록 좋은데, 사람들이 자기 이미지를 올려 쓸 수 있게 해놓고 그 데이터가 서비스 성능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 무조건 쓴다는 게 아니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한다"며 "여러 벤더가 비슷한 접근일텐데, 그 개별 사진을 (사람들 우려하듯) 고지 범위를 넘어 남에게 제공하는 건 올바른 상황이 아니고 그러지 않게 컨트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데이터 주권은 나라마다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조화시키기 쉽지는 않은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만들어 제공하는 API나 솔루션은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레고블록'이고, 실제 데이터를 다루는 건 고객들"이라며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제공해도 병원, 금융사, 제조사 이런 곳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못 모으니 어떻게 못한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걸 보면 큰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IT종사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이들은 "클라우드 생태계에 점점 설자리가 좁아질 것 같은 한국 IT기업, 종사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겠느냐"는 물음에도 답했다.

이 상무는 "우리나 MS나 다른 (다국적 기업) 분들도 홀로 성장하지 않았고, 협업하는 수천개 중견중소기업, 파트너 있고 생태계가 있다"며 "IBM이 잘 하는 게 있다면 '우리나라가 얘네와 어떻게 경쟁할까'보다는 '그건 너네가 해' 하고 우리가 그걸로 뭘, 어떻게 활용할까 … AI와 클라우드를 밑에서부터 따라잡으려고 하기보단 거기 올라타는 게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리눅스계 강자 레드햇을 예로 들면 그들이 레드햇리눅스의 기반이 이만큼 있으니 클라우드라는 걸 만들어서 아마존, MS와 경쟁하겠다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며 "아마존, 오라클, MS, IBM 클라우드에 올려 서비스하고 돈을 벌겠다는 게 그들의 자세였고, 다른 글로벌 벤더도 마찬가지로 경쟁력있는 단위요소를 잘 된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려 사업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양측 모두 토론 맺음말로 한국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최 전무는 "많은 정부 정책이나 기반이 '사일로'로 쪼개져 있어, 어떤 건 미래부고 어떤 건 (타부처) … 서로 연관돼 있는데 미묘한 경계로 책임 부서가 나뉘고, 그래서 결과가 잘 정리되지 않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말정산할 때 데이터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거기 들어 있는 내용만 검증하고 끝낼 일인데 왜 그걸 일일이 눌러 확인하고 출력해 어딘가에 제출해야 하는지, 왜 액티브X 깔아야 하는지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것을 허물고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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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는 "자율주행차같은 건 기술로 가능하지만 보험, 책임, 거래, 신호체계 그외 제도 다 바뀌지 않는 한 자율주행차(실제 서비스)로 안 간다"며 "지금 과거의 정부와 민간 관계로는 이 문제를 다루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한 사람 만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다녀와야 하고, 그 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부정한 듯 인식하고, 이런 신뢰없는 상황에선 진정한 파트너십이 이뤄질 수 없다"며 "동등한 신뢰를 갖고 민관이 협력하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커뮤니케이션하는 '행정의 민주화'가 가장 필요하고, 이게 보장되면 다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