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평정한 위챗의 힘, 어디서 왔나

메신저+전자상거래 플랫폼 유기적 결합 성공

인터넷입력 :2017/07/03 17:58    수정: 2017/07/06 11:07

손경호 기자

중국 대륙을 평정한 위챗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채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나라마다 대표 메신저가 있다. 우리나라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엔 라인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위챗은 '대표 메신저'란 평가만으론 부족하다. 메신저를 넘어 결제,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까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채팅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위챗의 성공 비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위챗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가 엄청나다. 국내로 따지면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에 더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역할까지 맡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온오프라인 활동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메신저에 담으려는 노력이 위챗 안에 고스란히 담기는 중이다.

인터넷 게임회사로 시작한 텐센트는 기존 PC용 메신저로서 역할을 했던 QQ를 스마트폰용으로 만들기를 시도한다. 이렇게 해서 7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개발팀이 3개월만에 위챗 초기 버전을 개발하게 된다. 이후 2011년 1월부터 모바일메신저이자 사진공유서비스로서 위챗이 정식 서비스 됐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만에 위챗은 2017년 1분기 기준 월 평균 사용자수(MAU)가 9억3천8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인터넷 사용자수가 7억31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이 위챗을 쓰는 셈이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인구인 5억1천만명을 넘어서며 북미, 남미를 합한 아메리카 대륙 전체 인구수인 9억7천200만명에 가까운 수치다.

위챗 월 평균 사용자수(MAU)는 9억3천800만명으로 미국 인구수에 맞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 스마트폰 내 모든 생활 서비스 관문 역할

위챗이 단순한 모바일메신저에 머물렀다면 이 같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 모바일메신저는 채팅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담는데 주력했다. 위챗 계정이 있으면 자신의 계좌와 연결시켜 위챗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택시를 호출하거나 항공료, 기차 운임료를 지불할 때, 영화티켓을 구매하거나 호텔 예약, 공과금 지불에서 송금까지 모든 서비스가 위챗 하나로 끝난다.

현재 위챗 사용자들 중 6억개 위챗페이 계정을 쓰는 중이다. 중국 현지 식당은 물론 옷가게, 길거리 음식점에 더해 심지어 지난 4월에는 부랑자들까지도 위챗페이로 적선을 받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프린트해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이 현지 매체에 포착되기도 했다.

사용자와 친구들로 구성된 그룹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모멘트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로서 일부 기능을 구현한다. 공식계정은 트위터나 웨이보와 유사한 팔로우 기능을 지원한다. 현지 유명 연예인의 공식계정을 팔로우하면 그와 관련한 소식을 위챗 메시지창에 알려주는 식이다.

최근 위챗은 전자상거래로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위챗은 고급 브랜드 가방, 옷까지 위챗/위챗페이를 통한 구매를 지원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롱삼, 버버리, 카르티에 등 일부 브랜드로 시작하지만 향후 브랜드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또한 지방시와 디올 브랜드를 판매하기 위한 수요 테스트를 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징둥닷컴과 연계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분야 2위 업체인 징둥닷컴 지분 21.25%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중국 최대 사용자수를 보유한 자사 모바일메신저 플랫폼에서 징둥닷컴에 입점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테면 위챗에서 해당 쇼핑몰의 상품을 위챗페이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지난 4월에는 텐센트가 중국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좐좐에 2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알리바바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메리 미커 보고서에 따르면 결제 분야에서 위챗페이 사용자수가 알리페이 사용자수를 넘어섰다.(자료=메리 미커 보고서)

■ 알리페이 넘어 2강으로 안착한 위챗페이

현재 중국 현지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오프라인 상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 T몰은 위챗페이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미 국민메신저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위챗이 위챗페이를 서비스하면서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알리페이를 바짝 쫓을 수 있게 된 비결은 광범위한 위챗 사용자수에 더해 '홍바오'라는 킬러서비스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이를 통해 위챗 사용자들이 전체 전자상거래 사용자들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위챗페이 사용자들이 알리페이와 비교해 월별 사용자가 150만명이 더 많아졌다.

지난 5월 발표된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메리 미커 보고서)에 따르면 월간 방문자(MAU)는 위챗페이가 600만명으로 알리페이 사용자수 보다 150만명 정도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위챗/위챗페이를 통해 홍바오를 전송하는 모습.(자료=텐센트)

홍바오는 원래 중국 명절인 춘절에 사내에서 현금이 담긴 빨간색 봉투를 주고 받는 문화를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 위챗/위챗페이 사용자가 미리 정한 고정 금액 혹은 무작위로 설정한 금액에 따라 다른 사용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16년 위챗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30건 수준으로 발송됐던 홍바오는 춘절 당일에는 23억5천만건이 발송됐다.

포브스는 '위챗페이가 알리페이를 넘어설까(Is Wechat Pay taking over Alipay)'라는 보도에서 2014년 위챗페이가 고안한 디지털 홍바오 덕에 많은 사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알리페이는 전체 중국 현지 모바일 결제 건수 중 54%를 차지했다. 그 사이 위챗페이는 40%를 기록했다.

최근 3년 간 알리페이는 전체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독무대를 펼쳤으나 2014년 이후 1년 만에 위챗페이는 알리페이 이상 사용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확장엔 한계...넘기 힘든 정부의 벽

위챗/위챗페이는 아메리카 전체 인구수에 맞먹는 중국 사용자수를 거느리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가장 큰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검열 이슈다.

미국 시민단체인 시티즌랩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스마트폰 번호를 등록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여전히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검색을 차단하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미디어들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도박이나 중국서 사교로 규정된 파룬궁, 천안문 사태, 티벳 독립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국 내에서 소식을 접할 수 없다.

이런 제약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한계를 불러온다. 유럽 등지에 이미 위챗 지사가 설립됐고, 해외에서는 이런 검열 및 모니터링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다만 메신저와 달리 위챗페이의 경우 현지 온오프라인 상점들과 가맹계약을 맺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 한국에 방한한 텐센트 위챗페이 사업부 비즈니스 운영 담당 릴리안 황 이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에 대한 의지가 높고, 소비력도 높기 때문에 한국 현지 기업들과 결제대행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