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매각 연기…WD 공세에 신중론

WD "SK하이닉스는 안 돼" vs 도시바 "방해행위 용납 못 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6/28 17:58    수정: 2017/06/29 16:34

속도를 내는듯 하던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작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28일로 예정됐던 한미일연합과의 매각 계약 체결이 연기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바는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를 주축으로 하는 ‘한미일연합’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 체결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날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신문은 매각 절차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26일 미국 펀드 KKR 등과 함께 도시바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D 제안을 계기로 도시바 내부에서 신중론이 힘을 얻은 때문이라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도시바는 지난 21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일본 정부자본 주도의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이날 열린 주주총회까지는 연합과 매각 계약을 맺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협력사이자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한 곳으로 꼽히던 WD가 지난 21일 도시바의 협상 테이블서 제외된 후 매각 절차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이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도시바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를 주축으로 하는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toshiba)

WD은 SK하이닉스의 한미일 연합 참여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1일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연합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에 불만들 드러내며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26일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WD의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우리와의 협상 없이 핵심 사업을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같은 반도체 업종인 SK하이닉스가 유력 인수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현재 가장 옳은 방향은 연합의 투자 펀드 중 한 곳이 SK하이닉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주총 개최에 앞서 “현재 한미일연합과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도 계속 교섭중”이라며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합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WD에 대해 “우리의 매각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미국과 EU 등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해 매각 절차를 마무리짓는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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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도시바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을 이유로 WD의 부정 경쟁 행위의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명령 신청과 함께 1천200억 엔(약 1조2천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손해 배상을 도쿄 지방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도시바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매각 절차에 대한 WD의 방해 행위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WD로 인해 도시바메모리에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 WD의 소유권 주장을 즉각 중단해달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