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로의 전환, 혁명적 대응 필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국가개조 차원으로 접근해야"

컴퓨팅입력 :2017/06/20 14:21

"인공지능(AI) 기술의 능력, 가치, 위험을 잘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AI 시대로의 전환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국가개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2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클라우드 프론티어2017'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4차산업혁명의 개념, AI의 역할, AI의 발전에 따른 경제 및 사회적 변화를 짚으며 내린 결론이다.

김 원장은 1차산업혁명과 달리 4차산업혁명에 공인되거나 합의된 기준이 없지만, 앞서 나온 '소프트웨어중심사회'나 '지능정보사회'같은 이름에서 표현된 컴퓨터 기술 활용으로 바뀌는 세계의 연장일 것이라 봤다. 반도체, 초고속네트워크, 소프트웨어(SW) 및 인공지능, 3가지가 이런 4차산업혁명을 가능케하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 김진형 원장

그는 "AI는 사람처럼 상호작용하고 문제를 최적화하는 능력을 갖춘 고도의 자동화 기술인데 종합적인 능력면에선 여전히 사람이 기계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 퀴즈대회에서 사람을 이긴 IBM의 왓슨, 바둑으로 인간을 압도한 알파고, 이밖에 AI기반 자율주행시스템이나 주식투자, 구글과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술 등을 소개하며 이미 부분적으로 인간 능력을 넘어선 AI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향후 15년간 인공지능 핵심 응용분야는 교통, 가정용과 서비스용 로봇, 의료 및 건강, 교육, 공공복지, 안전 및 보안, 노동 및 고용, 예술공연, 교통 등"이라며 "지능정보기술연구소는 의료 및 건강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가 열려, 기계가 먼저 배우고 발견한 것을 인간에게 가르칠 수 있고 인간은 AI 상관을 두고 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기술 발전으로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겠지만 그 균형을 잃고 일자리 감소가 심해지면 국가적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양극화 심화로 잘 나가는 사람은 큰 부를 형성하고 나머지는 밥을 굶지 않을 정도로 그저 그렇게 산다든지, 잘나가는 나라는 더 잘 되고 못 사는 나라는 파산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며 "정의로운 사회, 역동적이고 공정한 사회, 지식과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만들자는 논의, 경쟁에서 밀린 사람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자는 논의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볼 때 AI시대 핵심 능력은 SW다. SW경쟁력이 높은 구글, 아마존, 바이두, 네이버 등 회사가 혁신을 주도하며 빠른 성장을 거뒀고, 전통 기업이었던 GE도 SW 역량을 바탕으로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라는 도구를 사용한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김 원장은 "혁신 능력을 얻기 위해선 개방과 공유와 참여를 전제한 SW 친화적인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연구계 관행이 오픈소스SW 알고리즘을 만들어 소스코드와 데이터, 출판전 논문을 함께 내놓고 검증받는 식으로 바뀌면서 기술전파가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나 제일 좋은 기술을 쓸 수 있는 '기술 민주화' 흐름에서 연구자는 제일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출발해 더 좋은 기술을 만들 수 있게 됐는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출연연구소도 기업도 일절 기술공개를 하지 않고 제각각 음성인식 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면서 외국의 발전 상황을 쫓아갈 수 있겠나, 과거처럼 숨길 게 아니라 (기술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SW 활용을 비롯한 AI 기술의 성공요소 중 데이터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방법론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지만 AI를 만드는 데 필수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포털이 다른 기업에 비해 AI 기술에 앞선 이유는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고, KT같은 회사 역시 AI 기술 개발을 잘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먼저 데이터를 모으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SW인력 양성 환경 면에서 열악한 한국 상황도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앞섰던 분야지만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샌디에고대학 전산학과 석사지원자가 253명으로 20~30명 수준인 한국의 10배 이상인데, 이보다 놀라운 점은 지원자 수백명 중 절반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서울대학교 동종 학과 정원 수가 1999년이래 100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감소 추세로 대조를 이뤘다.

김 원장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이래서 어떻게 (AI시대로 전환) 하겠나, 교육 내용과 방법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서비스나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혁신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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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거 세계의 경쟁 구도, 부의 변화 구도였던 지역 의미는 퇴색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쪽이 잘 나가고 못 받아들이면 뒤처지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면서 "우리가 산업사회 끝자락에서 여기까지 발전해 왔는데,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산업사회에도 잘 살 수 있을지,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거 아닌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또 "결국 AI의 본질을 잘 알고 그 능력, 가치, 위험을 잘 이해해 정책에 반영하고, AI시대를 향한 전환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국가개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케빈 켈리가 말했듯 우리가 지금 가진 AI는 앞으로 25년간 존재할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 변화에 혁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