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요구 1년] 지도전쟁 불붙다

모바일·커넥티드카 시대 지도는 핵심 플랫폼

인터넷입력 :2017/06/16 07:56    수정: 2017/06/18 14:31

김윤희, 백봉삼, 손경호 기자

“구글맵은 다양한 정보를 ‘지리’라는 틀에 담아 평면상에 표시하고 일람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맵 자체도 ‘플랫폼’이라 부르기에 어울리는 도구다. 많은 정보가 그곳에 축적되면 구글맵 자체가 다양한 사회활동에 도움을 주고 관리하는 인프라가 될 날도 멀지 않을지 모른다... 웹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 구글맵의 우위는 계속될 것이다.”(구글맵, 새로운 세계의 탄생 中)

구글이 우리 정부에 5천분의 1의 정밀지도 반출 승인을 요청한 지 1년이 지났다.

위 지문처럼 구글은 구글맵을 단순히 길안내 수준의 ‘지도’로만 보지 않는다. 많은 정보가 축적됨으로써 사람들의 일상과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또 자율주행차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주요 자원으로 여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글이 더 정밀한 지도 정보에 대한 야심을 끊임없이 드러낸다고 해석한다.

여러 논란과 진실게임 양상이 펼쳐진 끝에 지난해 11월 최종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서 대중들 기억 속에 잊혀 졌지만, 지도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구글이 지난 2007년부터 왜 우리나라 정밀 지도에 대한 반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지난 몇 년 간 벌어진 논란과 공방을 되짚어봤다.

또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도 전쟁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 수년 째 이어져온 구글 지도 반출 요구

구글은 지난해 6월 5천분의 1 축적의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8월 25일로 예정돼 있던 법적 심사 기한도 11월 23일로 연장한 끝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을 불허했다.

구글과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두고 대립한 역사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다. 구글은 당시 지도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처음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2010년 다시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두 번에 걸친 정부의 거부에도 구글은 굴하지 않았다. 2013년 업계에서는 구글이 김앤장에 지도 반출 관련 법률 지원을 의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이 때까지 현행법상 지도 데이터는 국외 반출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리정보체계(GIS)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정부는 2014년 관련 법률을 개정해 국외 반출을 허용하고 이를 위해 제작된 영문판 전자 지도 공급을 시작했다.

구글이 지도반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왼쪽), 구글 논리에 대한 반대 주장.

국외 IT 업체를 위한 전자 지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다시 2016년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한 이유는 지도의 축척 때문이었다. 해외 업체에 제공되는 2만5천분의 1 축척 지도로는 국내 IT 업체들이 5천분의 1 또는 더 정밀한 지도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구글은 5천분의 1 축척이 적용된 SK텔레콤의 티맵 데이터를 빌려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지도 반출을 심사하는 협의체는 현행법에 규정된 대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것이 아닌,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구글 위성사진에 나타난 군부대 등 보안 관련 시설을 가려주면 지도 반출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위성사진과 상세한 지도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보안 유지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구글은 위성 사진과 지도 데이터는 별개의 서비스일 뿐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다는 기업 정책 상 해당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구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지도 반출은 허락할 수 없다며 맞섰다.

■ 제한된 구글 지도, O2O 기업 왜 쓸까

구글 지도를 사용는 풀러스(왼쪽), 식신.

구글 주장대로 정밀 지도 반출이 불허돼 온전한 구글 지도 서비스가 어렵다면 왜 현재에도 적지 않은 국내 O2O(Oln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구글 지도를 활용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SK텔레콤 티맵을 기반으로 한 구글 지도 기능만으로도 맛집과 같은 위치 정보를 간단히 표시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나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개발사 입장에서 매뉴얼 화 된 구글 지도 API 연동이 비교적 손쉬워 이를 선호하는 것뿐이다.

현재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O2O 서비스로는 ▲카풀 서비스 ‘풀러스’ ▲배달음식 앱 ‘요기요’ ▲호텔 예약 앱 ‘데일리호텔’ ▲맛집 앱 ‘식신’ 등이 있다.

데일리호텔과 식신의 경우는 구글 지도를 기본 제공하되, 카카오맵이나 티맵 등이 실행돼 길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당 앱을 연동 시켜놓은 상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이버, 카카오 지도와 구글 지도를 비교했을 때, 위치 표시만을 위한 서비스로는 어느 지도를 사용해도 큰 차이가 없다. 지도 축적에 따른 정밀도는 세 서비스 모두 거의 동일하다. GPS를 이용한 현재 위치 찾기 성능도 비슷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글 지도 API 연동이 타사 지도보다 편리하고 해외 서비스를 위해 구글 지도를 사용한다”며 “기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구글 지도와 국내지도의 차이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부터 사용하던 맵이어서 계속 사용하고 있을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 지도 반출 요구, ‘지금’ 아닌 ‘미래’

구글지도의 위성사진 모드로 본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와 주변 지역.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는 단순히 현재 시각에 머물지 않는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지도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쌓아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디지털 지도는 기본적인 지형 정보뿐 아니라, 여기에 도로명, 건물이름, 교통상황, 인근 음식점, 영화관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붙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빌라들의 시세에 대한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내가 사거나 팔려고 하는 빌라의 시세를 추정해 디지털 지도상에서 알려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구글은 위성사진, 스트리트뷰, 3차원 지도, 인도어 맵, 교통상황, 노선도 등 다양한 ‘레이어’를 하나의 플랫폼(맵)에 집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구글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도상 위치와 주변 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디지털 지도서비스는 '공간정보시스템(GIS)'으로 불린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본 바닷속 모습.

이와 별개로 글로벌 지도 업체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훨씬 더 정밀한 디지털 지도 제작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를 위해서는 5천분의 1 이상의 훨씬 더 정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글은 지도 반출 요구 당시, 지도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해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국내 스타트업들이 더 많은 구글 지도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5천분의 1 지도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는 현재 서비스의 품질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만 한정지을 수 없다. 국내 지도 업계에서는 구글이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한국에 거듭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시도했다는 해석이다.

구글로부터 분사해 알파벳에 편입된 자율주행차 개발사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지도 만들기'라는 게시글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도보다 훨씬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커브 구간의 높낮이, 교차로의 폭, 교통신호등의 정확한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예로 들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각종 센서를 활용해 직접 전용 지도를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주행중인 웨이모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완전 자율주행차 (사진=웨이모)

이런 작업을 통해 웨이모는 10cm 수준의 정확도로 자사 자율주행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GPS나 단일 지도 데이터 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작업을 웨이모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전 세계에 자율주행차를 배치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만드는 작업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때문에 티맵과 같이 교통정보를 포함한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는 일이 앞으로 작업의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향후 계속 이어질 초정밀 지도 반출을 위한 길을 트는 계기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위한 국내 지도 업체 대응책은?

네이버가 인수한 3D 지도 제작전문업체 에피폴라가 네이버 사옥 위에서 촬영한 사진을 3D지도로 만든 모습.

올해 초 노키아 지도 사업 부문에서 분사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회사 '히어'는 인텔이 15% 지분을 인수, 이 회사를 소유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 컨소시엄(BMW, 아우디, 다임러 합작)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보다 앞서 중국 텐센트, 지도서비스 회사 나브인포,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등도 이 기업에 10% 지분을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히어의 경쟁력은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는 초정밀지도를 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오픈 위치 플랫폼(Open Location Platform)을 내세운 이 기업은 각종 센서가 탑재된 커넥티드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수집해 도로 주행 중 사고 내역, 공사 알림표시, 실시간 도로 상태 등 정보까지 클라우드 서버에 보낸다. 이렇게 전송된 정보는 다시 다른 커넥티드카들에게 보내져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하는데 도움을 준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초정밀 디지털 지도 데이터와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는 필수다.

히어가 서비스 중인 HD라이브맵을 통해 수집한 도로 정보.(사진=히어)

근래까지 디지털 지도 서비스 영역에서 구글 입지는 막강했다. 구글어스, 구글스트리트뷰 등을 선보이며 지도와 다른 정보들이 연결됐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여러 기업들이 3차원 초정밀지도 제작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그렇다면 1년 전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데이터 반출 논란으로 위협을 느꼈던 국내 기업들은 지도 데이터 확보와 기능 향상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먼저 티맵을 서비스 해 온 SK텔레콤은 지난달 14일 엔비디아와 협업해 3D 초정밀지도 제작에 나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티맵에 적용한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5G망을 이용한 차량 간 통신(V2X) 등을 엔비디아가 가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결합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SK텔레콤종합기술원에서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초정밀도 지도 제작을 별도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관련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네이버로부터 분사한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 3월에는 3D 기술 전문기업인 에피폴라를 인수하면서 네이버 지도 내 3D 콘텐츠를 만들고, 자율주행차나 로보틱스 등 연구과제들에 대해 시너지를 낸다는 생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지도서비스를 맡고 있는 현대엠엔소프트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고정밀 3D 지도 제작에 나서는 중이다. 자동차 위치에 대한 오차 범위를 10~20cm 수준으로 줄여 정밀도를 기존 대비 10배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맵퍼스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자율주행자동차 핵심기술개발' 관련 국책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돼 고정밀 지도를 구축한다. 이 회사는 고정밀 맵 데이터 구축과 이를 활용한 자율 주행용 경로 엔진을 개발, 현재 10m 수준인 오차 범위를 10cm 이내로 줄인 국내 최고 수준의 고정밀 지도를 구축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경우 초정밀 지도 제작 보다는 디지털 지도 안에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얹어 고도화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카카오맵은 업데이트를 통해 방문자들이 많이 찾는 인기 장소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왼쪽은 카카오맵 3D스카이뷰를 통해, 오른쪽은 네이버지도를 통해 같은 위치를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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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 탑재 등 현재 티맵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발은 회사에서, 자율주행차를 위한 연구 개발은 종합기술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초정밀지도는 엔비디아와 같은 외부 업체의 제휴과, 자체 개발 기술력 확보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맵퍼스 관계자는 “산자부 국책과제 수행기업 중 하나로 선정돼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2021년까지 약 5년 간 총 37.19억원을 들여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지도 기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지도 정확도 오차범위를 10cm 수준으로 만들어 히어 등 세계적 지도 업체의 서비스 수준과 동일하게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희, 백봉삼, 손경호 기자jtwer@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