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폐지 큰 산 넘어도…이통사 첩첩산중

새 정부, 통신시장 대표적 독과점 해소 분야 꼽아

방송/통신입력 :2017/05/30 17:45    수정: 2017/05/31 16:37

이동통신 3사가 사면초가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동통신비 기본료 폐지’ 등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정책에는 기본료 폐지 외에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기업의 자발적 통신비 인하 유도 ▲데이터 이월 등 요금체계 변경 ▲와이파이 프리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등이 담겨 있다.

이 중 이통사가 정부와 함께 2012년부터 구축 중인 공공와이파이나 최근 KT가 차이나모바일과 NTT도코모에 제안한 한-중-일 무료 와이파이 로밍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약들은 모두 이통사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다.

일단, 이통 3사는 1만1천원의 기본료 일괄 인하 시 적자규모가 최대 5조4천억원으로 정상적 경영 자체가 어려워 5G 등 신규 서비스 투자 여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가 지적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이통사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에 대해 이통사들을 두둔하는 듯 보고를 했다가 위원들로부터 왜 이통사를 대변하느냐는 혼쭐이 났던 것으로 들었다”며 “때문에 미래부에서도 기본료 폐지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민단체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등 이통사를 대상으로 한 압박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 2G와 3G 우선 폐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G 가입자는 311만4천844명, 3G는 607만1천570명이다. 전체 5천501만1천80명(이상 MVNO 가입자 제외) 중 약 16.7%를 차지한다.

4G 가입자를 제외하고 2G와 3G 가입자의 기본료 폐지가 우선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이통 3사는 월 1천억원, 연간으로는 약 1조천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4G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월 6천억원, 연간 약 7조2천억원 규모다.

이통사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 투자를 위해서도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에 대한 기본료 폐지보다는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완료된 2G와 3G에 대한 기본료 폐지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통사의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완료되기까지는 8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4G 상용화가 2011년 하반기(KT는 2012년 1월)부터 이뤄졌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4G 역시 2019~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월드IT쇼 행사장에서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선 언급을 한 것도 이러한 방안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기본료 문턱 넘어도 ‘첩첩산중’

이처럼 통신사들이 기본료 폐지에 대해 완강히 거부 의사를 드러내면서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새 정부가 갖고 있는 통신 산업에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이동통신과 영화 산업 분야를 독과점 시장이 고착돼 소비자 후생을 제한하는 대표적 시장으로 꼽았다.

특히,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경쟁구도로 바꾸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독과점 시장을 해소해야 한다며 저가항공을 예로 들었고, 인터넷전문은행과 제4이동통신을 같은 의미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꼽은 점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김진표 위원장은 “2개의 대형항공사가 독점하던 구조를 저가항공사가 깰 수 있을까란 우려가 있었지만 항공사 간 경쟁체제가 더 강화됐고 경쟁력도 좋아졌다”며 “(일자리도 저가항공사가) 몇 천 명씩 고용했다”고 밝혔다.

즉,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 7차례나 무산된 전례가 있지만 충분히 신규 사업자를 진입시켜 경쟁 제한성 해소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소비자 후생 진작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가 독과점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이 경쟁 제한성이 있는 부분에 대한 계열 분리나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본료 폐지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큰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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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 내정된 부처 수장이나 고위급 인사들이 통신시장을 대표적 독과점이라고 꼽으면서 이를 일자리 창출과 연결시키는 것은 큰 맥락이 있는 발언들로 보인다”며 “통신사들에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기본료 폐지지만 향후 독과점 이슈를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가 통신사들에게는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위 관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이슈에서 미래부는 위의 눈치를 보느라 주무부처이면서도 사실상 해당 이슈에 대한 전권을 공정위에한테 내주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며 “공정위발로 제기되는 향후 독과점 이슈에서도 주도권을 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