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AI 내건 알파고의 난제…프라이버시

컴퓨팅입력 :2017/05/26 13:45    수정: 2017/05/26 13:46

손경호 기자

딥마인드가 내세운 알파고 프로젝트는 단순히 바둑을 잘 두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 보다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AI에 맡겨 협업을 하자는 것이 이 회사의 메시지다.

그러나 인간과 협업하는 AI가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딥마인드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또 다른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프라이버시 문제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초 영국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NHS 신탁재단과 계약을 맺고 환자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급성 신부전증과 같은 위험한 순간이 오기 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AI 기반 앱인 '스트림스(Streams)' 개발 프로젝트에 나섰다.

딥마인드는 스트림스라는 AI 기반 앱을 활용해 병원 내 급성 신부전증이 올 수 있는 환자를 조기에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이와 관련 영국 현지 매체, 시민단체들은 딥마인드가 환자 동의 없이 너무 많은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딥마인드, 개인 민간 의료 데이터 공유 논란

문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NHS 신탁재단이 관리하는 영국 런던 소재 3개 병원으로부터 160만명 환자의 세부적인 의료정보가 동의 없이 공유됐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올해 9월까지 환자의 지난 5년 간 기록에 대해서도 조회해 볼 수 있도록 합의했다.

영국 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해 4월 보도에서 딥마인드가 NHS 신탁재단을 통해 바넷, 체이스팜, 로열프리 등 3개 병원으로부터 환자의 에이즈 양성 여부, 약물 과다 복용 여부, 낙태 수술 여부 등 상세한 개인 의료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딥마인드와 NHS 신탁재단은 환자를 직접 치료할 목적(direct patient care)으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에 환자의 동의는 필요없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앱을 개발하기 위한 산발적인 테스트만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환자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연구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치료에 도움이 돼야하지만 스트림스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보 공유가 제한됐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딥마인드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병원은 데이터 통제권을 갖고 직접 환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은 환자의 동의를 받거나 옵트아웃 방식으로 거부표시를 하지 않는 한 동의를 받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딥마인드 헬스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병원이 지시하는 사항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데이터 분석을 위해 환자들에게 동의를 받기를 요청하지 않았다."

개인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환자의 동의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병원의 몫이고, 이들이 동의를 받기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실버 알파고팀 책임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딥마인드는 알파고는 범용 AI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 돕는 AI, 헬스케어 분야서 프라이버시 벽 넘을까

커제 9단과 알파고 마스터의 2국이 펼쳐진 25일, 중국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 마스터는 더 범용성을 추구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용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 회사 알파고팀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실버 책임 개발자는 "AI는 사람들을 돕는데 매우 놀라운 도구"라며 "(여러 분야에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량을 따라잡기가 역부족인 상황에서 AI가 과학자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의사들이 환자를 더 잘 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알파고에 쓰인 AI는 구글 데이터센터의 냉각설비를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서 냉각비용을 이전 대비 40%나 줄이고, 강화학습을 적용한 로봇팔이 시행착오 끝에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여는 목표를 수행토록했다. 이밖에 신약이나 과학자의 연구에도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AI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를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딥마인드와 관련된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해 논평을 통해 "프라이버시와 기술의 진보 사이 긴장감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강력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가치있는 것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에게 우리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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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커제 9단과 대국에서 알파고 마스터는 또 다른 알파고와 셀프대국을 두며 약점을 보완해 가는 능력을 과시했다. 다만 인간이 둔 기보 데이터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세계 랭킹 1위를 꺾을 수 있는 AI는 탄생하기 힘들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간은 자신의 가장 민감한 데이터를 내주면서까지 질병을 치료하고 싶어할지, 그렇게 된다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