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소연의 '수상한' 모바일 동영상 광고비 발표

[백기자의 e知톡] 통신사 ‘망 사용료’ 문제부터 따져야

인터넷입력 :2017/05/19 11:02    수정: 2017/05/19 11:03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가 이용자 한 명당 모바일 영상광고 시청비용이 연간 16만원 수준이라며,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보상과 공적 책임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이 동영상 광고 수익을 챙기면서, 사용자들에게 연간 16만원이나 되는 데이터 비용과 기회 비용을 빼앗는다는것이 녹소연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인터넷 사업자들이 사용자들의 돈과 시간을 뺏는 악덕 기업이란 지적입니다.

소비자로서 16만원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녹소연 논거의 타당성을 짚어본 결과 여러 의문점과 이상한 논리가 발견됐습니다.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동영상 시청, 와이파이 환경 왜 무시했나

닐슨 코리안클릭 제공, 안드로이드 모바일 행동 데이터. 2017.03

먼저 녹소연은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시청의 경제적 비용을 산출하면서 사용자들이 무조건 LTE 환경에서 동영상을 시청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데이터 사용이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사용자들이 와이파이 환경을 주로 찾는다는 현실을 배제한 셈이죠.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와이파이를 통한 동영상 이용시간은 전체 동영상 이용시간의 90.7%에 달했습니다. LTE를 통한 동영상 이용시간은 전체의 9.3%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모바일 동영상 강자, 유튜브는 왜 뺏나

두 번째 의문점은 녹소연은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유튜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동영상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을 하면서 1위 사업자는 왜 뺐을까요.

코리안클릭과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동영상 비중은 유튜브가 약 80%로 나타났습니다. 2위 네이버의 비중은 24%에 불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 광고는 5초 내외로 짧고, 일정시간 이후 건너뛰기 기능이 제공된다”는 논리로 네이버나 다음 등의 동영상 광고를 비판합니다. 하지만 유튜브 역시 얼마 전부터 긴 동영상의 경우 중간 광고를 도입했으며, 시작 광고 길이도 점차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네이버 전체 매출은 왜 끌어다 썼나

녹소연이 공개한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시청의 경제적 비용.

세 번째는 녹소연이 비판 근거로 제시한 네이버의 광고 매출입니다. 녹소연은 네이버의 동영상 광고 문제를 지적하면서, 네이버 전체 광고 매출을 언급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을 뜻하는 ‘견강부회’로 보입니다.

녹소연 자료대로 네이버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7.8% 늘어난 3조원 수준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4%입니다. 그런데 녹소연이 지적하고자 한 동영상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합니다. 동영상에 붙은 광고 수익의 90%를 지상파 방송사 등이 설립한 단체인 스마트미디어랩(SMR)이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수백억 망 사용료, 더 큰 문제 아닐까

네 번째는 인터넷 사업자들은 동영상 서비스로 수익을 내면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국내 사업자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사양이 높아지고 통신 환경이 개선되면서 고화질 동영상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통신이 늘면서 인터넷 사업자들이 지불해야할 망 사용료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를 소비자한테도 받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게도 받는 통신사는 문제가 없고, 동영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자들의 광고 수익만 눈엣가시일까요.

■녹소연, 동영상 콘텐츠는 무료라고 생각하나

유튜브 레드 (사진=씨넷)

마지막으로 “동영상 콘텐츠는 무료”라는 기본 인식부터가 잘못돼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는 사업자라면 비판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또 이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는 광고를 뺀 대신 월 사용료를 받는 ‘유튜브 레드’를 얼마 전 출시했습니다. 또 기존대로 광고가 붙은 동영상 서비스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광고 없는 콘텐츠를 제공할지, 광고를 보게 하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할지 여부는 인터넷 서비스에 있어 일반적인 사업 모델입니다.

‘동영상 광고+무료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에게 플랫폼 사업자가 보상해야 한다는 녹소연 주장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들에게 전기료를 보상하라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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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성합니다. 이들의 공적책임 강화 요구도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펴기 위한 녹소연의 근거와 논리는 빈약해 보입니다.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 문제를 풀고자 한 의도였다면, 차라리 통신사들이 이중으로 받는 망 사용료 문제부터 해결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