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떠난 안드로이드 대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베팅

플레이그라운드, 실리콘밸리서 새로운 창업열풍 이끌어

컴퓨팅입력 :2017/05/07 09:26    수정: 2017/05/07 09:27

손경호 기자

이전까지 실리콘밸리가 소프트웨어 중심 세상이었다면 최근 몇 년 새 하드웨어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들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라는 공간에만 담기에는 제약이 커진 탓이다.

전 세계 대부분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OS)를 고안했던 앤디 루빈은 구글 로보틱스 책임자를 거쳐 2014년 10월 말 구글을 퇴사한 뒤 이듬해 4월 초 플레이그라운드글로벌이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공동 창업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았다.

실리콘밸리에서 내로라하는 다른 3명의 실력자들과 창업한 이 회사는 스타트업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기보다는 기술자문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면서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일종의 하드웨어 공방을 지원한다.

앤디 루빈을 포함한 4명의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이 창업한 플레이그라운드글로벌은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프로토타입 하드웨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디자인하우스를 지원한다.(사진=플레이그라운드글로벌)

최근 이 회사는 미국 현지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자사 내부 공간을 공개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스타트업들에게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제공한다. 마치 놀이터(playground)처럼 마음껏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펼쳐보고, 협업을 위한 작업장을 열어둔 것이다. 이곳은 10만제곱피트(약2천810평=9천290제곱미터) 넓이에 약 35피트(11미터) 높이를 가졌다.

이를 두고 미국 씨넷은 "플레이그라운드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하드웨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앤디 루빈을 제외한 공동 창업자들은 쟁쟁한 이력을 가졌다.

공동 창업자 앤디 리크는 애플 출신이다. 그는 영화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퀵타임이라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개발했으며, 웹TV라는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1999년 앤디 루빈과 대거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 T모바일에서 쿼티 키보드를 장착한 모바일 기기 '사이드킥' 개발을 총괄했던 매트 허센슨도 플레이그라운드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플레이그라운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피터 바렛은 애플 퀵타임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해 처음으로 동영상 압축 코덱인 시네팍을 개발해 보급했으며, CD롬 게임을 처음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커넥티드야드가 개발한 핀(pHin). 이 기기는 물 속 화학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했다.(사진=씨넷)

씨넷에 따르면 앤디 리크는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다"며 "하드웨어가 우리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센서와 관련 기술의 폭발적인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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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리콘밸리는 하드웨어 타운으로 여겨졌으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모바일앱이 이를 뒤엎었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IT 기업들의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아마존 에코, 구글홈 등과 같은 음성인식스피커를 내놓기 시작했고, 인터넷과 연결된 가전기기, 자율주행차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이미 20개 이상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이다. 그 중에는 AR용 안경을 개발하는 캐스트AR, 스마트 풀장 관리 제품 개발사인 커넥티드야드 등이 포함된다. 커넥티드야드가 개발한 핀(pHin)이라는 기기는 물 속 화학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