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오바마 망중립성' 재심리요청 기각

"규칙 운명 자체 불확실…재심리 부적절"

방송/통신입력 :2017/05/02 08:34    수정: 2017/05/02 12: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원위치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해 망중립성 합법 판결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이 신청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을 기각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1일(현지시간) 망중립성 원칙을 규정한 FCC의 오픈인터넷규칙에 대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을 기각했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에 쟁점이 된 것은 FCC가 지난 2015년 통과시킨 망중립성 원칙이다. 톰 휠러 위원장이 이끌던 당시 FCC는 유선 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까지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도입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오바마 대통령 시절 마련된 망중립성 원칙을 재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 가운데가 아짓 파이 위원장이다. (사진=FCC)

사실상 유무선 ISP 모두에게 유선사업자에 준하는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하는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그러자 AT&T,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이 회원사로 있는 이익단체 US텔레콤이 FCC를 제소했다.

이들은 FCC가 ISP를 타이틀2로 재분류한 것은 의회가 부여한 권한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FCC가 오픈인터넷 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해 6월 FCC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놨다. FCC가 ISP를 타이틀2로 재분류한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일 뿐 아니라 관련 절차도 잘 지켰다는 판결인 셈이다.

그러자 US텔레콤이 중심이 된 통신 및 케이블 사업자들은 곧바로 연방항소법원에 전원 합의체 재심리를 요구했다. 상대적으로 성사확률이 낮은 대법원 상고보다는 연방항소법원 판사 전원이 다시 심리해 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이번에 항소법원이 기각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 아짓 파이 위원장 "새 규칙 준비 중이니 법원 기각 당연"

겉모양으로 보면 통신, 케이블 사업자들의 완패나 다름 없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아짓 파이 위원장이 중심이 된 FCC가 2015년 확정된 망중립성을 대체할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때문이다.

따라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이번에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을 기각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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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방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FCC 오픈인터넷규칙의 운명을 둘러싼 상황 자체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해당 규칙에 대해 재심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 역시 “FCC가 오는 5월18일 타이틀2 규정을 무력화할 새로운 규칙 제정 작업을 시작할 예정인 상황인만큼 연방항소법원이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을 기각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