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디지털경제 생태계 만들자”

IT 6개 단체, 합리적 규제·혁신산업 전담 부처 요구

인터넷입력 :2017/04/17 18:32

“4차산업혁명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의 대응은 이미 늦었다.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는 거꾸로 갔다. 경제 양극화는 심화됐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안 됐다. 형식적인 규제 혁신 속에서, 갑질 문제만 커졌다. 이제는 자본 극대화가 사람에게 환원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디지털경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합리적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양질의 일자리 많이 창출해 사람 중심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인터넷 산업 진흥을 전담하는 ‘디지털경제부’(가칭) 같은 별도 부처가 신설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디지털경제협의회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경제와 대한민국 국가전략’이란 주제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디지털경제협의회는 디지털경제 관련 산업계를 대표하는 6개 단체(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협력해서 만든 조직이다.

권헌영 교수.

■“자본 극대화, 사람에게 환원돼야”

먼저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권헌영 교수는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 IT 혁신이 역주행했다는 현실 진단과 함께,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구시대적인 통치, 사회적 소통 부재 문화, 경직된 사고방식,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권 교수는 디지털경제 시대를 맞아 대기업에서 혁신기업 위주로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 중소기업이나 창의기업 등의 가능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인터넷 중심의 국가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경제구조에 맞는 새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권헌영 교수는 “조건 없는 규제 혁파가 아니라, 대기업의 규제는 강화하고 혁신 기업은 밀어주는 합리적인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며 “자본 극대화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에게 환원될 수 있는 공정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대표 변호사.

■“정부, 선수 아닌 중재자 역할해야”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구태언 대표 변호사는 디지털경제 시대를 맞아 정부가 ‘선수’가 아닌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발생할 때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로 퍼져 있는 중복, 과다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조화롭게 해결하려는, 양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구 대표 변호사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전통산업과 혁신가들이 법률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정부는 이런 전쟁에서 중재재 역할을 잘해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똑똑해질 필요가 있고, 인터넷 사업인 부가통신사업이 기존 방송통신사업과 같은 규제를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디지털경제 이행 전략을 민간 주도 경제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사무국장.

■“혁신산업 진흥 전담 부처 신설해야”

디지털경제협의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디지털 산업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조직 개편, 규제 개혁 및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이 담긴 12대 산업정책 아젠다를 발표했다.

이 중 핵심은 인공지능, O2O(Online to Offline), 핀테크, 디지털 콘텐츠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산업 분야를 기존의 방송, 통신 등 허가기반의 산업정책과 분리해 혁신을 전담할 정부부처, 즉 ‘디지털경제부’ 신설이다.

혁신기술기반 산업 규제를 혁파하고 육성에 주력할 전담부처를 마련해 부총리급의 장관이 부처를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디지털경제 기반이 되는 인터넷 서비스 전반과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현재 ICT 관련 기능을 통합하고 재편하는 것이 디지털경제부의 주요 역할이다.

최성진 사무국장은 “지능정보사회, 4차산업혁명 등 우리 정부는 계획 잘 세우는 거 같다”면서도 “정부가 자꾸 선수로 나서려는 것이 문제다. 자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팀의 선수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해 이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성진 사무국장, 구태언 변호사, 권헌영 교수, 이내찬 교수, 유병준 교수, 박영철 교수, 김태호 대표.

■“다 잘할 수 없어…선택과 집중해야”

토론회에서는 부모 역할인 정부가 미래가 밝지도 않은 맏이인 대기업만 챙길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 있는 약한 자식에게도 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대통령 5년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학교 유병준 교수는 “과거 정부도 규제를 줄이고, 최소한의 정부를 공약했지만 규제만 늘리고 제대로 실행한 적이 없다”면서 “새 부서를 만들어 실제 수익을 얼마나 늘렸고, 기업이 살아남았는지를 핵심성과지표 삼아 평가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텐츠 게임, 소프트웨어, 가상현실 산업 등을 키우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모든 것을 다 잘 하려는 함정에서 빠져 나와 밀어줄 대상을 정확히 밀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행령만 개정해도 규제 확 줄어”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인 시행령 개정만으로 해결 가능한 규제가 많다는 점을 들어, 새 정부가 현실을 짓누르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법률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데 걸리는 물리적이 시간과 소비를 매울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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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대표는 “규제 혁신을 위한 국가적인 선언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개정이 쉬운 시행령과 같은 하위 규정들을 고치는 것만으로 해결 가능한 규제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포지티브 규제를 내거티브 규제로 바꾼다고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그 기간을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