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검색+AI'에 공을 들일까

맞춤형 서비스→검색광고 확대→경쟁력 극대화

인터넷입력 :2017/04/13 17:03    수정: 2017/04/13 17:13

국내 검색 최강인 네이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결합하면서 차원이 다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색은 네이버가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나 다름 없었다. 정보 홍수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탄탄한 검색 기술 덕분에 손쉽게 서비스 영역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과 AI가 주도하는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검색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소비 행태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무차별적으로 찾아주는 것보다는 개인에 최적화된 정보 확보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졌다. 빅데이터 분석이 일상화되면서 이용자의 수요를 예측해서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서비스도 중요해졌다.

네이버가 최근 들어 힘을 쏟는 것도 그 부분이다. AI 기술을 통해 변화된 검색 환경과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고도화된 검색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내 검색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높이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 맞서는 원천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버 김광현 리더.

■ “검색하지 않은 것까지 찾아준다”

지난 7일 열린 ‘2017 네이버 X AI 콜로키움’은 네이버 검색 기술의 미래를 잘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차세대 검색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AI를 적용한 각종 검색, 추천 서비스였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면, 그 다음 질문까지 예상해 결과 값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사용자가 검색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네이버 검색의 최종 목적지란 것을 한 눈에 보여줬다.

이런 야심을 위해 마련한 것이 AI 추천 시스템 ‘에어스’다. 에어스란 명칭은 공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꼭 필요한 정보를 추천해준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네이버는 상당수 검색이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에어스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를 맡은 최재호 에어스 리더는 “넷플릭스의 소비 콘텐츠 중 75%는 추천을 통해 소비되며, 아마존은 추천을 통해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35%에 이른다”며 “AI를 검색과 콘텐츠 추천 기능에 도입하면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정교한 추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 특징 ▲콘텐츠 특징 ▲이용 패턴 등을 기준으로 ‘협력필터’를 만들었다. 딥러닝 기술이 협력필터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면서 정보가 쌓일수록 결과값이 더 정교해진다. 이렇게 정교해진 필터를 활용해 AI가 사용자에게 꼭 알맞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네이버 AI 추천 서비스 '에어스'

에어스 시스템은 현재 네이버 홈과 뉴스, 스포츠 정도에만 적용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예 섹션뿐 아니라 음악, 여행, 웹툰, 쇼핑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사진과 AI를 결합한 이미지 검색 서비스다. 네이버는 상반기 중 사진을 찍어 올리면 사진 속 사물이나 상품 정보를 찾아주는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이 서비스는 쇼핑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하반기엔 쇼핑 상품을 찍으면 해당 상품을 찾아주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웹문서검색 벽 허물고 다른 사이트 정보도 일목요연하게

네이버검색 공식 블로그에 공개된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시안으로, 4월 중 국내 팟캐스트 및 오디오 서비스 일부에 적용될 예.

네이버는 또 천편일률적으로 나열됐던 웹문서검색 영역도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지난달 30일 공식 검색 블로그에 올라온 웹문서검색 개편 소식이다.

앞으로 네이버는 각각의 웹페이지 콘텐츠 특성에 맞는 정보로 검색 결과를 재구성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웹문서 검색에 있어 구글에 비해 경쟁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를 제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두리 양식장’이란 부정적인 수식어도 따라 다녔다.

이번 개편에선 이런 부분도 많이 개선했다. 앞으로는 웹문서검색 결과가 보다 사용자 중심으로 개방되고 진화할 예정이다.

차세대 검색의 또 다른 경쟁 포인트는 '오디오 콘텐츠'다. 최근 들어 음성인식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네이버는 이달 중 오디오 콘텐츠 웹문서 검색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팟캐스트와 오디오 콘텐츠 사이트에서 서비스 하는 방송 정보를 네이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검색 공식블로그 예시 화면. 왼쪽이 해외 호텔 검색, 오른쪽이 영화 검색 내용이다.

또 전세계에 있는 작은 호텔, 수많은 호스텔에 대한 위치와 가격대 정보도 제공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영화, 모바일 앱 등 사용자들이 남긴 평가 정보도 쉽게 노출된다. 이 밖에 이벤트 날짜와 장소 정보 등도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일단 일부 사이트에만 이 같은 진화된 웹문서검색 서비스를 시범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사이트들과 제휴해 적용 대상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에 네이버 웹문서검색에 노출을 희망하는 사이트들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네이버의 웹문서 개편 작업은 사실 지난 2014년에도 회사가 ‘타우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공개된 바 있다.

타우린은 외부에 있는 좋은 문서들을 이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네이버 검색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당시 검색연구센터가 맡아 추진한 중장기 프로젝트다. 시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가장 필요로 하고 궁금해 하는 내용을 바로 보여주는 기술이 바로 타우린인데, 네이버가 밖에 있는 신뢰할 만 한 검색 결과도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현재의 웹문서검색 개선 작업은 타우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풀이된다.

■ AI시대 준비하는 네이버의 해법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가 검색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에 “왜”라고 묻는 것은 다소 뜬금 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검색은 네이버의 어제와 오늘을 지탱해 온 핵심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을 잘 파악하고, 최적의 정보를 찾아 제시하는 방법과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네이버에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검색 엔진에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검색 정확도와 효율을 높이는 작업 또한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본연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검색에 특히 더 공을 들이는 이유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검색 포털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와 모든 독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양적 성장만으론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다양한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용자 개인에게 맞는 검색 결과, 즉 질적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검색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불을 붙인 것이 AI 기술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난 AI 기술력을 앞세워 맞춤형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네이버의 최근 행보 역시 글로벌시장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방식의 검색 방식과 기술을 고수할 경우 안방 시장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지금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더 정교한 알고리즘과 가치있는 빅데이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검색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조건이 됐다.

김광현 리더는 콜로키움 키노트에서 "최근 AI의 급격한 발전은 인프라와 빅데이터로 표현되는 대용량 데이터, 딥러닝을 비롯한 다양한 알고리즘이 뒷받침된 것"이라며, "검색 역시 데이터, 인프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대표적인 서비스로, AI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토대로 이미 상호 연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의 인터페이스는 음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종류의 감각을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익 모델 측면에서도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네이버는 그 동안 뛰어난 기술력과 이용자를 기반으로 검색 광고를 통해 많은 수익을 거두고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젠 검색광고뿐 아니라 신사업과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은 네이버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상장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시가 총액 600조가 넘는 구글과 400조가 넘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네이버 시가총액은 10분의 1도 안 되는 26조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실 진단과 고민은 최근 한성숙 대표의 발언을 통해 잘 나타난다.

한 대표는 지난 달 취임 후 출입기자단과 만나 “밖에서 보면 네이버가 자본도 있어 보이지만 글로벌 회사들과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될 거라 생각한다. 절박하지만, 이걸 버티지 못하면 3년 뒤 네이버는 어떻게 될까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2조9천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8% 성장했다. 네이버 전체 매출의 73.8%가 광고 수익이었다. 이 중 검색 광고 비중은 약 80%로, 네이버 수입의 상당부분이 검색광고 수익이란 뜻이다. 올해 네이버 광고 매출은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고객 욕구 파악+최적 정보제공= 수익 극대화

결국 네이버는 검색 품질을 계속 높여 매출 확대폭을 꾸준히 높여 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먹거리인 AI 관련 연구개발비도 늘리고, 좋은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비와 인프라 구축에 쓸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이로써 글로벌 기업과 싸울 체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풀 실마리 중 하나가 검색엔진 고도화라고 볼 수도 있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 고도화를 통해 개인들에게 최적화된 상품 정보를 연결해 준다. 여기까지만 해도 예전보다는 한 단계 진전된 서비스다. 그런데 네이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는 계획이다. 궁금해서 찾았을 뿐인데 가격이나 이벤트 정보까지 함께 제공해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의 추천 시스템을 보다 완벽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게한다는 뜻이 아니라, 개개인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정보를 적절히 잘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개선시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네이버 검색 품질 강화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 나가는 구글로부터 안방 시장을 지켜야 하는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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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구글에게 안방 시장을 내준 것과 달리, 한국은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국산 토종 검색 서비스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끊임없이 검색 엔진을 개선하는 이유는 변화한 검색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다변화된 사용자 니즈를 맞추고, 검색광고 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체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