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 쓴맛 본 스타트업 사연 들어보니…

과도한 본인확인 서비스 자격 요건, 기술 발전 저해

인터넷입력 :2017/04/10 17:49

사업에 도전하면서 본인인증 제도의 높은 벽에 부딪쳤던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않은 현 본인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비효율적인 공인인증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새마을운동식 IT정책에서 시장경쟁으로'라는 주제로 공인인증서 2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책토론회 2부에서는 황승익 한국NFC 대표, 김진일 보맵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최준성 대학생연합벤처 창업동아리 SOPT 대표 등 4인이 정책토론 패널로 참석해 복잡한 본인인증 제도 때문에 사업에 난항을 겪었던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본인인증 제도에 대한 정부의 비합리적인 태도가 문제로 대두됐다.

■본인인증, 스타트업 자체 해결 어렵다

왼쪽부터 황승익 한국NFC 대표, 김진일 보맵 CFO, 최훈민 시투소프트 대표, 이영준 로아팩토리 대표, 최준성 SOPT 대표.

황승익 대표는 먼저 현 본인인증 제도가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한국에서 본인인증 수단으로 공인인증서, 휴대폰, 아이핀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2015년 7월부터 1년 이상 로그인 하지 않은 계정은 휴면계정 처리되도록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에 휴대폰 미소지자, 해외 체류자 등은 한국에서 본인인증을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가 신용카드 정보를 통한 본인인증 사업을 결심한 이유다.

그러나 시범사업 승인을 받는 데만 2년 반이 걸리는 등 규제의 난관에 부딪쳤다. 황 대표는 정부 부처별 입장 차이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국내 본인인증 제도의 문제로 꼽았다.

황승익 대표는 "금융위원회에서는 저희 서비스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오래 전부터 밝혔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요건이나 방법 없이 방통위 측에서 허락한 기관만 본인인증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한 때 서비스가 중단된 적도 있었다"며 "부처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에 찾아갔는데, 한 분은 무조건 우리한테 맞추라는 식의 방통위 대응을 두고 권위적이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본인확인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본금 80억원 이상, 기술 인력 배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에 가깝다.

■"공인인증제 특별대우가 기술 발전 저해"

전자계약 서비스인 '모두싸인'을 운영하는 법률 스타트업 로아팩토리의 이영준 대표는 정부의 공인인증서 특별대우가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전자서명법에서는 전자서명이 인감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적혀있는데 하도급법 등 특정 법과 관련해서는 공인전자서명만 사용해야 한다.

이 대표는 "전자서명은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공인인증서를 사용했을 때만 서명자가 본인이고 서명 효력이 변하지 않는다고 인정해준다"며 "기술 중립성 원칙에 따르지 않고 왜 특정 기술만 특별한 효력을 주는지 의문이고, 특별 지위 때문에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꼬집어 말했다.

최준성 대표는 자신의 창업기를 통해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학생 아기 돌봄 플랫폼으로 동아리 사람들과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는데, 결제 모듈 개발까진 괜찮았지만 이니시스 등 전자결제대행사(PG)의 승인이 안 나 어쩔 수 없이 초기에는 무통장 입금만 받았다"며 "해외의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스타트업은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카드결제를 서비스할 수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만 안돼 불공정한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제도의 비효율 문제도 제기됐다.

앱으로 가입된 보험 정보를 모두 조회할 수 있는 '보맵'의 김진일 CFO는 "본인인증할 때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인인증서 자체가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등록 과정에서 주민번호를 요구할 필요 없이 암호랑 생년월일만 물어봐도 본인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