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작가 개발자' 전성시대

컴퓨팅입력 :2017/03/26 09:34    수정: 2017/03/26 09:35

개발자와 공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없는 관계다. 공부는 개발자들을 평생 따라다니는 숙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런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최근엔 재미있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책 쓰는 개발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구현해 보면서 깨달은 것을 정리해 책으로 내고 있다.

전에도 ‘저자’로 이름을 알리는 개발자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글을 써온 개발자 중에는 저자를 넘어 작가라 불릴만큼 유려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개발자도 있다. 하지만 저자와 독자라는 구분이 모호해 질만큼 책 쓰기에 도전하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요즘들어 눈에 띄는 흥미로운 변화다. IT전문 출판사 한빛미디어에도 “일주일에 2명 이상이 출판 문의를 한다”고 한다.

최근 한빛미디어 IT출판부를 찾아가 책 쓰는 개발자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책 쓰기 도전하는 개발자 진짜 많나요?

한빛미디어에서 원고 모집을 담당하고 있는 김창수 팀장은 책 쓰기에 관심을 보이는 개발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개발자 대상 행사에서 부스를 차리면 책을 어떻게 써야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한빛미디어 홈페이지 원고 모집 페이지나 사무실에 전화를하고 또 아는 사람을 통해서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일주일에 적어도 두건 씩은 문의가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는 이런 추세에 대해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 증가”와 “커뮤니티를 통한 공유 문화”와 관련지어 설명했다.

“예전에는 국내 개발자들이 자바계열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오픈소스를 많이 쓰잖아요. 새로운 기술이 많아지니까 특히 스터디를 꾸려서 공부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공부하면서 쌓인 결과물들이 있으니까 이 것을 온라인으로 배포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좀 더 구성을 갖춰서 책을 내보려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또 개발자들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었어요.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글쓰는 개발자들이 많잖아요. 지식을 공유하려는 문화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책 쓰기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개발자들이 저자로 변모할 때 겪는 몇가지 단계가 있다는 게 김창수 팀장의 얘기다. 먼저 번역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페이지 수가 적은 전자책으로 집필서에 도전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IT서적이 쏟아지잖아요. 번역자에 대한 수요가 커졌어요. 출판사에서 모집을 하기도 하지만스스로 해외 서적을 번역해 보겠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짧은 전자책으로 시작하기도 해요. 한빛미디어도 5년 전부터 저자육성 프로젝트로 전자책 출간을 돕고 있어요. 페이지 분량이 적기 때문에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죠.”

그렇게 내공을 쌓으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집필서 저자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페이스북에 ‘책 쓰는 프로그래머’라는 모임도 있어요. 운영자이신 유동환님도 ‘그레이들 레시피’라는 번역으로 시작해서 ‘안드로이드를 위한 그레이들’이라는 책을 쓰신 집필자가 되셨어요. 이런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시면서 또 다른 개발자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개발자, 책쓰기에 도전하세요

김창수 팀장은 책 쓰는 개발자들이 많아지면서 프로그래밍 서적 시장에서 저자와 독자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생산과 소비자 집단이 나눠져 있잖아요. 근데 프로그래밍 서적 쪽은 내가 배워서 학습한 것을 가지고 책으로 내고, 또 그 책을 사서 보는 분들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저자와 독자의 구분이 없어요."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이 만든 거니까, 저자와 독자의 눈높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주 비슷하죠. 이런 이유로 같은 주제라도 번역서보다 집필자가 쓴 실무서의 판매가 더 높아요.”

개발자들에게 책 쓰기는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개발자로써 커리어에 상당한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이유로 책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써야할까?

김창수 팀장은 “일단 저질러 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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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건 저질러 봐야 한다는 거에요. 이런 책을 써보고싶다고 출판사에 제안해 보는거죠. 단 좀 구체적으로 제안해야 합니다. ‘이런 콘셉트로 이런 독자층을 대상으로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고 출판사에 제안을 해주면, 출판사와 함께 구체적으로 모양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가장 안 좋은 건 다 쓴 다음에 출판사에 원고를 들고 오는 거에요. 이런 경우 거의 90% 출판이 안돼요. 출판사는 책을 팔아야하는 입장인데 다 만들어진 상품을 팔아만 달라고 가져오면 서로 괴리가 너무 커질 수 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