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ICT 정부조직 '융합' 관점 고려해야

[리셋 IT 코리아 5-3]칸막이 없앨 컨트롤타워 필요

방송/통신입력 :2017/03/24 11:44    수정: 2017/03/28 16:01

김태진, 박수형, 안희정 기자

“ICT 정부조직을 퍼즐 조각 맞추듯이 끼워 넣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 방향성에 따라 국가담론부터 만들어야 한다.”

탄핵에 이은 조기 대통령 선거로 인해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국가담론 없이 짜맞추기식 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ICT 분야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해 일단 ‘뜯어고치고 보자’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그릇된 편견보다는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고 그 이후에 개편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권교체기의 정부조직 개편은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를 목적으로 지나치게 징벌적이거나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한 나머지 행정기관으로서의 기능이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개편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공보처, 공보실, 국정홍보처, 문화체육관광부로 개편되면서 국가홍보와 정부정책홍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는 과학, 방송, 콘텐츠, 신문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까이는 2006년 방송통신 융합을 논의했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1998년에 방송 개혁을 위해 꾸렸던 방송개혁위원회와 같은 정책 자문 기구를 통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분야를 혁신하자는 4차 산업혁명과 융합이란 대명제를 앞둔 현 시점에서는 과거 방송개혁위원회와 같은 논의가 더 적당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어떻게 효율성을 꾀하고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조직을 꾸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붕괴된 정부조직을 징벌적 개편이나 부처별로 흩어진 ICT 블록들을 쌓아 올리듯이 만들 게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밀한 설계도부터 그리자는 것이다.

■ 부처이기주의-모듈식 이동 피해야

대선을 코앞에 둔 각 정부부처는 향후 정부조직 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 만들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최선의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구성을 고민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부처이기주의가 엿보인다.

아직까지 각 정당별로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탓에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상황에서도 조직개편의 칼 끝 앞에서는 ‘혁신’보다 ‘기득권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조직 개편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를 꾸리면 각 부처 파견공무원을 통해 부처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또 다시 정치 타협이 이뤄지는 기형적인 문화가 똬리를 틀었던 탓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인수위가 없는 조기 대선이 부처별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반대 해석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심형섭 교수는 “공무원들의 조직에 대한 보수성은 어쩔 수 없는 일반적 현상”이라면서 “차기 정부는 공무원들이 이러한 보수성을 극복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전문가의 책무를 수행하는 자발적 집행관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ICT와 방송통신 분야의 정부조직 개편은 개혁, 그 이상의 가치 구현을 위한 거버넌스 개편으로 가야 하고, 단순히 모듈화 된 조직의 위치 이동은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개편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혼란만 야기하고 상당한 적응기간만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콘트롤타워 필요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융합이다.

때문에 향후 ICT 정부조직은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 대응을 위한 기술의 혁신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변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차기 정부에서 ICT 정부조직의 수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수평적 칸막이식 정부부처에서는 ICT 전담부처가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위의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직속의 제4차산업혁명위원회(국가미래전략위원회)나 ICT 혁신 부총리, 신성장동력 부총리를 신설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 정부에서 제정한 ICT특별법의 경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위원회의 역할이 부처간 협력과 소통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미래부장관이 맡도록 함으로써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는 부처간 조화와 협력보다는 미래부가 주도적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강했고 타 부처들이 이를 견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부처간 조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이를 유인할 수 있는 인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부처의 상위에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바람직한 ICT 정부조직 해법은

앞서 언급한 조건들을 전제로 ICT 정부조직의 해법을 찾아보면,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서 ICT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 방향에 따라 ICT를 어떻게 자리 잡도록 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각 정부부처별 경계를 확정해 △각 정부부처가 조화와 협력이 필요한 인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등 역기능에 대한 대비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ICT전략연구실장은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신산업을 창조하는 4차 산업혁명의 부상은 고용, 산업,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성장 둔화와 일자리 부족, 산업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 혁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경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ICT에 대한 투자확대와 노동생산성 증가를 통해 ICT 중심의 경제성장과 위기극복을 한 신경제 체제로의 이행은 성공적이었다”며 “향후 과거와 같이 대규모 물적 투자가 ICT에서 이뤄질 지는 의문이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타 산업에서 ICT 분야에 대한 투자는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 준비와 함께 △각 부처에 분산된 ICT 진흥과 규제 정책 기능들을 통합해 파편화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하드웨어적 성장보다 C-P-N-D-U(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이용자)로 이어지는 ICT 생태계에서 혁신적 서비스가 상용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ICT 정부조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존 ICT 정부조직(미래부)에서 다뤄왔던 방송, 통신, 전파 등 인프라 산업에 방통위의 통신 규제를 통합해 진흥과 규제를 일원화하고, 문체부의 콘텐츠, 행자부의 정보보호 등을 이관시켜 분산된 ICT 기능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익성과 공공성이 강조되는 방송 영역은 현행 합의제 행정기구로 존치시키고, 혁신산업에 해당되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등의 영역은 규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민간 영역에서의 자율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법제도 지원에 머물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ICT의 확산을 통해 산업과 경제의 혁신 추진력을 만들고 ICT 전체 가치사슬을 중심으로 통합 거버넌스 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ICT를 인프라, 기술, 미디어 차원의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해 타 산업에서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해 ICT의 이익을 타 산업이 흡수할 수 있도록 ICT와 혁신산업의 분리형 거버넌스 체제를 수립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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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IT기술 발전은 5G급 정부와 제도는 2G급"

4차혁명 시대 ICT정부조직 놓고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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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4차혁명 ICT 정부조직 '융합' 관점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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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박수형, 안희정 기자tjk@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