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응대, 자연어 챗봇이 과연 최선일까

최신이란 딱지보다 직관 고려하는 게 더 중요

컴퓨팅입력 :2017/03/23 15:31    수정: 2017/03/23 15:31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는 로봇인 ‘챗봇’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많은 유통 분야 기업들이 고객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챗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들이 익숙한 ‘채팅’을 통해 상품 정보부터 주문,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발빠르게 카카오톡을 통한 챗봇 고객센터를 열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홈쇼핑 업체들의 챗봇 서비스를 두고 진짜 챗봇 서비스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용화된 챗봇이 메시지를 통한 자동응답(ARS) 방식이기 때문이다. 평소 말하듯이 얘기해도 챗봇이 지능적으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를 홈쇼핑사에 제공한 IT서비스 전문기업 LG CNS는 이런 지적에 대해 “소비자들이 진짜 대화하는 챗봇을 원할지부터 생각해봐야한다”고 받아친다.

고객들이 원하는 챗봇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고객들에게 챗봇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오히려 막막할 수 있다. 차라리 챗봇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고객친화적인 방법일 수 있다.

LG CNS는 오는 29일 지디넷코리아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은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챗봇 서비스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챗봇, 자연어 방식 채팅이 최선일까?

LG CNS는 ‘톡 간편주문’이라는 챗봇 기반 간편주문 서비스를 지난 2015년 11월 GS홈쇼핑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해 6월에는 CJ오쇼핑도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화로 상담원의 안내음성과 번호 선택을 오가며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카카오톡으로 채팅하듯이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홈쇼핑을 친구로 추가하면, 현재 방송 중인 상품의 상세 페이지 및 방송 영상을 볼 수 있는 링크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주문이 시작된다. 이어 상품 옵션, 배송지, 결제 방법 등을 선택하는 안내 메시지에 따라 차례로 해당 번호를 채팅창에 입력하면 주문이 끝난다. 서비스를 진화시키면, 상품 주문뿐만 아니라 배송상태 조회, 주문 취소가 등 자동화된 고객센터 운영도 가능하다.

톡 주문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안내 메시지를 제공하고 고객이 안내 메시지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에 해당하는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을 두고 “챗봇이라면 고객이 평소 말하듯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다. 이런 시선에 대해 LG CNS의 디지털세일즈팀 강석태 차장은 “우리가 자주 채팅을 한다고 해서 꼭 채팅이 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CJ오쇼핑 톡주문 화면(사진=LG CNS 블로그 http://blog.lgcns.com/1142)

그는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능형 챗봇이 핫 이슈가 되면서 생긴 오해 중의 하나가 자연어 방식의 채팅”이라고 얘기했다. “채팅 창에 문장을 입력하면 그 어떤 질문이라도 자동으로 척척 알려주는 지능형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고객 자동응대를 위해 챗봇 서비스를 도입할 때 자연어 채팅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란 의견이다.

강석태 차장은 두가지 이유로 자연어 기반 채팅이 고객들에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자연어 채팅이 직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에게는 직관적인 UI가 제공되어야 한다. 지능형 챗봇이 말을 척척 알아듣는다고 해도, 사용자가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순서대로 해야 할지,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막막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 채팅창에 말을 걸면 뭘 할 수 있는 것인지 (알수 없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채팅창에 글을 입력하는 것이 터치나 숫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불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석태 차장은 “채팅창에 입력 자체가 짜증 나는 일일 수 있다. 특히 카카오톡 자동응답 API는 스마트폰 키보드를 호출하기 때문에 숫자를 입력하다가 문자를 입력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아이폰의 경우 숫자키를 누르려면 버튼을 전환해야 한다. 여러모로 글자를 입력하는 것은 메뉴를 터치하는 것보다 불편하고 귀찮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고객은 이 방식이 ‘최신’이라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챗봇은 문장 입력 방식이어야 챗봇스럽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톡 간편결제 도입 후 어떤 성과 있었나?

LG CNS 측에 따르면 톡 간편결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모바일 매출 부분에서 빠른게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GS홈쇼핑은 모바일 부문이 전체 취급액 증가를 이끌었다. 모바일 부문 취급액은 전년 대비 24.6% 늘어난 1조 3153억원을 기록했다. TV 홈쇼핑 취급액 성장률이 0.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모바일 분야의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다.

챗봇도입이 모바일 매출 견인에 도움을 줬다. 상담원 연결과 자동주문 ARS를 이용하면 주문을 완료하는 데 3~4분 정도 걸리지만 톡 간편주문은 1분 이내에 가능해 주문 시간이 최소 3배 이상 빨라졌다.

상품주문 이외에도 마케팅 수단이나 고객센터 운영을 위해 챗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12월말 카톡 플러스친구를 통한 프로모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160만명이 이니스프리를 플러스 친구로 등록했고, 프로모션 대상 8개 상품 중 4개 상품이 행사 당일 3시 이전에 완판될 만큼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풀무원은 국내 최초로 챗봇 기반 자동화 고객센터를 오픈했다. 문의 빈도가 높은 배송 관련 조회 및 주문 변경 기능 중심으로 콜센터 상담 업무의 부하를 줄이는 것이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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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는 향후 여러 채널 확보를 통해 차별화된 챗봇 서비스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항공, 리조트 등 많은 사업자들과 챗봇을 이용한 예약, 주문, 예매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 사용자 친화적인 메신저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결합된 챗봇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LG CNS의 챗봇 서비스 전문가이자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도서출판 타래) 저자 강석태 차장은 오는 29일 열리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통해본 한국형 4차산업혁명 미래 모델' 컨퍼런스에서는 챗봇 도입 고객 사례를 소개하고 챗봇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이 고려해야할 사항을 제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