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시대 ICT정부조직 놓고 백가쟁명

[리셋 IT 코리아 5-2]유지보다 변화 쪽이 대세

방송/통신입력 :2017/03/24 11:43    수정: 2017/03/28 16:02

김태진, 박수형, 안희정 기자

“미래부를 ICT 전담부처인 정보문화부로 변경하고 과학과 ICT를 분리해 별도의 부처로 독립시켜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위원회로 변경해야 한다.”(김성철 고려대 교수)

“경제사회 전체의 변화와 관련된 미래 기획기능과 정책추진 체계는 경제정책·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갖는 것이 원칙상 타당하다. 그러나 미래 변화의 핵심 동인이 ICT 인프라, S/W, 플랫폼, 서비스에 있고 AI가 핵심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ICT 전담부처의 총괄조정 기능 역시 병행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이성엽 서강대 교수)

“4차 산업혁명에서는 ICT를 넘어선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때문에 과학과 ICT가 같이 가는 것이 적절하다. 미래부의 정책기능을 조정하면 되고 조직개편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정언 KISDI ICT전략연구실장)

“디지털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혁신적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신설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혁신 기능을 모아 디지털경제부를 만들어야 한다.”(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ICT 전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직체계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와 현행 유지를 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무게 중심의 추는 유지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이다.

그동안 미래부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온 ‘창조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ICT 정부조직을 새롭게 만들자는 게 이유다.

또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과학기술과 ICT의 분리 ▲미래부와 방통위로 이분화 돼 있는 방송규제와 진흥의 통합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기능 이관 ▲행정자치부의 정보보호 기능 이관 ▲매년 축소돼 가는 우편 업무보다 금융이 중심이 돼 가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독립 외청으로의 개편 등도 ICT 조직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ICT 전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민주당, ICT·과기 전담부처 필요…“회귀 아닌 복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ICT, 과학, 방송 등의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지난 9년 동안 일관성 없는 인위적 통합의 주먹구구식 정부조직 개편으로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파편화가 발생됐다는 것이다.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한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정보통신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면서 발전적 진화를 해왔고, 과학기술 분야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의 ‘과기처’, 김대중 정부의 ‘과기부’,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총리급 과기부’로 격상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부와 합쳐진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 정부에서는 ICT와 묶여 ‘미래창조과학부’로 변질되면서 침체 국면에 놓였다는 것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현재의 과학, ICT, 방송 등 미디어 분야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지난 9년간 망쳐놓은 정부조직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5년마다 바뀌는 게 맞냐는 일각의 비판은 실체를 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ICT의 국제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단기적 전략이 요구되는 ICT 분야에 대한 기술 추격과 산업화 선도를 통해 ICT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며 “과학기술 역시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과 국가 미래 과학기술 전략 기능을 수행할 과학기술 전담부처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미래부를 가칭 ‘디지털경제부’로 개편하고 ICT R&D 분야를 제외한 기초, 원천연구, 거대공공 등 ‘과학기술’ 분야는 독립부로 분리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임베디드SW, e러닝, 창의산업정책, 신성장동력산업 부문 ▲행정자치부의 공공빅데이터, 공공클라우드, 스마트워크, 전자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콘텐츠 등에 관한 기능을 디지털경제부로 통폐합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 방송 분야의 규제와 심의는 舊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가칭 ‘정보통신심의위원회’에서 담당토록 하고, 우정사업본부는 독립 외청인 ‘우정청’으로 분리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칭 합의제 기구가 아닌 독임제 중앙행기관인 ‘미디어부(1안)’로 개편해 미래부의 유료방송, 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 등을 통폐합하고. 문체부의 미디어정책, 방송영상광고, 영상콘텐츠산업 업무를 이관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방송사의 허가, 승인, 변경허가 등의 업무는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인 가칭 ‘미디어윤리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방송통신심의원회에서 하던 업무와 함께 맡긴다는 것이다.

다만, 방통위의 조직개편 2안에서는 독임제 부처가 아닌 현재의 합의제 기구로 가칭 ‘미디어위원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창업벤처를 지원해 왔던 미래부의 기능 등을 한 곳으로 일원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가칭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켜 통합,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인터넷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ICT 산업과 과학기술의 사업화, 기술이전 정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하는 각 산업 분야별 첨단기술 융복합화 등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또는 국가미래경제전략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으로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사물인터넷망 1등 국가, 스마트가전과 자율주행차 산업을 키우겠다”며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 국민의당, ‘과학기술-ICT 전담부처 필요“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 후보 캠프와 당 차원의 거버넌스 입장을 투트랙으로 마련 중이다. 주요 내용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R&D와 교육 부문의 차별화 포인트를 제외하면 국민의당의 ICT 조직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 안과 매우 흡사하다.

일단, 국민의당은 다음달 4일 최종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공약과 당 차원의 공약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선 후보는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으로 압축됐지만, 안 전 대표 캠프의 거버넌스 안이 구체화된 편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공약 성격의 주장을 내놨다.

특히,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과 과학기술 부분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 기능은 새로운 조직에게 맡기고, 미래부에 포함된 연구개발(R&D) 기능을 떼어내 별도의 단일부처 출범을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과학기술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 사업을 한 부처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각 분야별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로 예산의 비효율적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별도부처와 ICT 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방안 역시 안 전 대표의 구상과 유사하다. ICT 산업 활성화 정책을 맡는 부처와 별도로 과학기술혁신부를 신설해 국가 R&D 사업을 일원화하고, 미래부 1차관실의 R&D, 산업부와 복지부 등에 흩어진 R&D를 모아 총괄 부처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래부는 '정보통신부'란 과거 부처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임베디드SW, 전자정부, 게임콘텐츠 등의 ICT 사업을 모은다. 다만, 창업 관련 기능은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부로 확대되는 신설 부처로 이관하고 통신과 방송, 전파 정책 상당 부분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한다.

방통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과 인터넷뉴스 등 미디어정책과 광고 산업을 더해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로 확대한다. 유료방송과 지상파, 종편 등의 허가, 심의 업무를 합의제로 맡고 통신사업 인허가와 주파수 할당 등의 업무를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 자유한국당 “ICT+과학기술 부총리급 정부조직 필요”

“ICT는 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나 AI 역시 마찬가지죠. 집안에만 전기가 들어간 게 아니고, 모든 도로나 국가 시설에 다 들어간 것처럼, ICT도 이제 모든 산업 에 들어가 있습니다. ICT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자는 것이 트렌드인데,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서로 일을 미루게 되면 흐지부지 됩니다. 때문에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는 부총리급 ICT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부처이기주의를 탈피하고 기술과 산업 간의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부총리급 ICT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부처가 같은 핵심성과지표(KPI)를 갖고 있어야 부처간 칸막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율주행 분야를 예로 들며 “자율주행 관련 법률은 정부 부처에 따라 의견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풀기 쉽지 않다”며 “자유주행 분야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이며 산업별 규제가 제각각이고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ICT 혁신 부총리, 신성장동력 부총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주장처럼)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협소할 수 있으며, 또 예산을 컨트롤할 부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예산 갖고 될 일도 아니다”라며 “미래부가 좀 더 격상된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다른 부처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과거 교육을 중요시하게 여겼던 상황에서 교육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과학기술 분야를 분리해서 정통부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은 있어서는 안 되며 과거로의 회기라고 주장했다.

ICT와 과학기술이 합쳐지는 것이 범 산업적으로 도움이 되며, 혁신의 중심에서 ICT가 자리를 잡고 맏형 역할을 하는 ICT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ICT 거버넌스 틀 안에서 급변하는 기술이나 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른 정부로 환골탈태해야 하고, 포지티브 규제에서 탈피해 네거티브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ICT와 과학기술 부처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과학기술 출연연이 많아 정책적으로 통폐합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보미디어부-정보문화부-디지털경제부 주장도

정당에서 ICT와 과학기술의 분리나 방송정책과 콘텐츠 기능 통폐합 여부 등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처럼, 학계나 정부 내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존과 같이 ICT와 과학을 한 부처에 묶는 것보다는 분리하자는 주장이 우세하다.

ICT 분야는 시장밀착형, 라이프 사이클이 단기적인데 반해 과학 분야는 장기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정부의 역할이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이를 종합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시대적 흐름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높은 ICT 콘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인프라에 기반 한 문화콘텐츠나 SW가 중심이 되는 뉴ICT 생태계를 구축해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소위 ‘정보미디어’부와 같은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에 분할된 규제기능을 일원화 해 중복규제로 인한 혁신의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주장이다.

정보미디어부의 기능을 뜯어보면 민주당이 구상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과학기술이 분리된 기존 미래부에 문체부의 문화콘텐츠산업 기능, 행자부와 방통위의 개인정보보호 규제 기능 등을 통합해 별도 전담부처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5년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거버넌스 혼선을 겪은 MB 정부 이후 ICT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고 미래부의 창조경제도 그 취지에 비해 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했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미래부를 ICT 전담부처인 ‘정보문화부’로 변경하고 과학과 ICT를 분리해 별도 부처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업계에서는 정부부처마다 흩어진 혁신 기능을 모아 가칭 ‘디지털경제부’와 같은 정부조직을 만들고 경제부총리를 여기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경제로의 전면적 개편’이라고 정의하면서 “FCC와 같이 공공성에 대한 규제만 남기고 혁신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허가산업인 방송과 통신의 틀에 꿰어 맞추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혁신 기능들을 모아 디지털경제부를 만들고 경제부총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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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IT기술 발전은 5G급 정부와 제도는 2G급"

② 4차혁명 시대 ICT정부조직 놓고 백가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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