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T, '제3블록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들

[리셋 IT 코리아 4-3] “동반 성장 전략이 최선"

인터넷입력 :2017/03/23 15:48    수정: 2017/03/23 16:17

백봉삼, 손경호 기자

G2. 세계적인 패권국가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IT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광대한 인력풀과 자금력을 토대로 한 실리콘밸리 출신 미국 기업들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안다. 또 스마트폰 반도체 인터넷 게임 등 IT와 전자의 전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나고 있는 지도 대부분 다 알고 있다.

한국은 기술과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점차 이 두 패권의 틈바구에 끼이는 모양새다. 그나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나은 편이다. 일본과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 어떤 나라도 IT와 전자 영역에서 이들 두 패권 국가와 경쟁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선진국을 보유한 유럽조차 극소수를 빼고는 미국의 IT 기술에 완전히 시장을 잠식당한 뒤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 주권을 빼앗길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이런 분위기는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는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한국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IT 전자 분야에서 기술주권권을 쥐지 못하고 두 패권에 반감을 갖는 제3블록이라면 한국이 리더쉽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3블록 시장 현황과 가능성은?

최근 본투글로벌센터가 발간한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에는 베트남, 독일,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대한 최신 동향과 시장 분석이 나온다.

본투글로벌센터 역시 미국과 중국을 넘어 제3블록으로 불리는 신흥시장에 눈을 돌려 각 시장 특성에 맞는 국내 IT 기업들의 진출을 전략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에만 목 맬 것이 아니란 입장이다.

본투글로벌센터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해외 스타트업 정책 동향(베트남)

창업백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떠오르는 창업국가’로, 2015년 기준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베트남 소프트웨어 협회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업계의 매출액은 2010년 20억 달러에서 2014년 30억 달러로 증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혁신 기술 상업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난 2013년 6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한 ‘베트남 실리콘밸리’를 설립했다. 다낭 IT파크는 국제적인 IT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베트남 정부는 2020년 스타트업 5천개 육성을 목표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투글로벌센터는 베트남이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 미국 등 주요시장으로 접근이 용이한 점에서 강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9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와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 시장 확대,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과의 FTA 발효 등으로 해외진출 국가로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행정 및 법률 집행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부족하고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것이 베트남의 약점이다. 또 시장개방 가속화에 따른 해외기업들의 진출 러시로, 베트남 내 경쟁이 심화 됐다는 점은 위험 요소다.

본투글로벌센터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해외 스타트업 정책 동향(독일)

독일은 유럽 내 스타트업 중심국가로 부상하면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지역이다. 2015년 독일 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약 31억 유로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으며 처음으로 영국(26억 유로)을 제치고 유럽 내 1위를 기록했다.

독일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가격 대비 비교적 양호한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또 올해 한-EU FTA에 따른 무관세 이점과 휴대폰과 반도체 등으로 높아진 한국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독일은 국내 IT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친환경, 디지털화, 스마트카 등 미래성장 시장 관련 부품 수요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 품질 경쟁력 상승에 따른 경쟁 심화와, 브렉시트 가결 등 경기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독일 등 EU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등이 위험 요소다.

본투글로벌센터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해외 스타트업 정책 동향(브라질)

브라질은 스타트업 신흥국이자, 중남미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세계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미국, 이스라엘, 유럽에 이어 1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경기가 악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스타트업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10억 달러 규모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1천개 이상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정부는 민관 공동 투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점프 브라질’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브라질은 2억 인구를 가진 대규모 내수시장이 강점이며, 10개국과 접경해 있어 중남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또 각종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대거 발주 중이며, 기간산업 민영화를 통해 외국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통신 등 산업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양질의 노동력과 전문 인력 부재가 약점으로 꼽힌다.

본투글로벌센터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해외 스타트업 정책 동향(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10개의 경제 특별 구역이 조성돼 있어 각종 세제 혜택을 비롯해 법률적 혜택을 주고 있다. 법인세 및 토지세 면제와 산업기반 신설 시 비용의 30%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등 외국인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약 1천800만 명 인구 가운데 60~7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인터넷 사용자 5명 중 1명은 온라인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카자흐스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7억 달러로, 2011년부터 연간 40~50% 성장하고 있다.

이에 카자흐스탄 서비스 분야 외국인 투자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한류를 이용한 소비재, 유통분야 진출을 타진해볼 수 있다.

본투글로벌센터 2016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해외 스타트업 정책 동향(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2억5천만 명에 달하는 많은 인구 덕에 동남아시아 대국으로 불린다. 지난해 스타트업 수는 1천342개로,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지난해 30%를 넘었으며, 모바일 거래도 활성화 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노동력과 동남아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경기회복에 따른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고, 중산층의 구매력 증가, 한류 열풍 지속 등이 우리 기업에게 기회요소다.

반면 열악한 인프라 환경과 행정부패, 최저임금 상승 등 생산비용 지속 증가 등은 위험 요소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대통령령 제44호를 발표, 특정 품목에 한해 외국인 진출을 제한하고 있어 이를 꼭 확인해야 한다.

■3블록 성공 조건 “기술 이전-현지 인력 필수”

개발도상국가가 대부분인 3블록 시장도 국내 IT기업들에게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중국이 20~30년 넘게 이런 지역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신흥 시장에 진출했던 회사들의 전례에 비춰보면 문화와 언어가 다른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현지인을 법인장으로 세우고, 영업망을 갖출 때도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파수닷컴 이강만 전무는 "현지 법인장은 현지인으로 하되 현지인에게 모든 걸 맡겨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현지 법인장과 본사 임원레벨이 집중적으로 거의 매일 협업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모델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바탕 위에 기술이전이나 현지인들에 대한 교육 등과 같은 플러스알파를 줄 수 있느냐도 현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국내 기업들과 손을 잡게 하는 핵심 포인트다. 선진 시스템을 전파해주겠다는 접근이 필요하며, 이제 그들도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을 분명이 인식해야 한다.

코트라 김명희 IT사업단 전문위원은 “후진국들도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기술 전수가 가능한 경우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내 것을 판다는 개념이 아닌, 선진 시스템을 전파해주겠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에서 보안관제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해 왔던 이글루시큐리티는 올해부터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보안 관제 전문 인력을 현지에 파견한다.

이 회사 이갑래 상무는 “어느 고객들이나 싸고 좋은 제품을 사려고 하는 것은 맞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해 기술이전이나 현지인들에 대한 기술교육, 현지시스템에 맞는 최적화 등 '플러스알파'로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냐와 같은 아프리카 나라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한 한국처럼 되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런 플러스알파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도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리 제품만 무조건 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미래부 이항재 국제협력관 글로벌파트너스팀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선진국들의 기술력과 인지도 사이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잘하는 건 뭘까를 고민했다”며 “개도국들뿐 아니라 독일도 우리의 ICT 정책을 부러워한다. 우리의 ICT 정책과 성공 경험, 그리고 마스터플랜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나라별로 전략은 세워지는데, 여기에 맞는 한국 기업을 어떻게 뽑을까가 과제”라면서 “아무리 잘 못사는 국가라도 눈높이가 있다. 각 지역별 전략에 맞는 기업이 겸손한 자세로 들어가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열정으로만 하면 백전백패”라고 지적했다.

■보여주기식 정부 지원 넘어 “선택과 집중 필요”

한국관 자료사진.

최근 몇 년 새 미래창조과학부와 코트라 등 관계기관 주도로 여러 차례 국내외에서 수출상담회가 열렸다.

이를 통해 일부 성과를 낸 기업들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묻지마식 수출상담회를 하거나 국제 컨퍼런스 등에 참석한다고 해서 당장 현지 기업, 기관들과 수출계약을 맺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IT기업 관계자는 “일부 수출상담회를 다녀오면 담당자들이 상담일지에 숫자를 적어서 내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주도로 이런 일정이 진행되는 만큼 그로 인해 얼마만큼 수출실적을 거뒀는지를 써내라는 것이다.

수 년 넘게 공을 들여 해외사업에 전념해도 성과가 나올지 장담하기 힘든데 단기성과만 중요시 하다 보니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아쉽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경제사절단, 수출상담회 등을 가면 최소한 자사 서비스나 솔루션을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은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계약으로 이뤄지는 건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김종갑 센터장은 “정부가 해외 전시회에 부스를 꾸려주는 데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상담 실적까지 성과로 포장해서 발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뒤 “글로벌 진출 지원을 한 데 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준비, 진출, 성장 세 단계로 나눠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CES, MWC 등 글로벌 전시회에는 해외 진출 준비 단계의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을 선발해야 한다”며 “각 단계에 따라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제각각인데, 이걸 모두 다 뭉뚱그려서 하려는 것이 우리 글로벌 전략의 맹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보여주기, 성과 위주의 정부 지원에 대한 쓴소리는 정부 기관 내에서도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하는 사업이 중단되거나, 부처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컨트롤 타워 없이 각 기관별로 예산이 배정되다 보니, 이에 대한 성과 포장에 급급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꾸려지면 어떻게 될지 불안한 상황이다. 개인적인 변화도 걱정이지만, 그 동안 정부 차원에서 공들여 놓은 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자본도 없고 기술력에서도 밀리는 우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연속성을 갖고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예산이 다른 부처 등과 쪼개져 운영되다 보니 예산 부족 문제를 겪기 일쑤”라면서 “이 때문에 각 지역에 IT 전문 무역관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데, 주요 거점별로 전문가가 포진돼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돼 가고 있다”며 “선진국에 좋은 기업을 보여주고, 그들이 원하는 기업으로 만들어주는 패키지가 중요하다. 전략을 잘 짤 수 있는 IT 글로벌 진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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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韓 SW기업 글로벌 진출…제3블록 주도론

②IT 기업 해외 진출 지원 조직 어떤 게 있나

관련기사

③韓 IT, '제3블럭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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