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공공시장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컴퓨팅입력 :2017/03/17 18:30

"클라우드 기업은 공공시장에 너무 치중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상학 미래창조과학부 소프트웨어(SW) 정책관이 클라우드 기업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 '너무 공공 시장에 치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업체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수요를 만들겠다"는 듣기 좋은 말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시장의 성격상 클라우드 도입 목표가 '비용절감'이 될 수 밖에 없는데, 클라우드는 비용절감을 목표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소신에서 나온 진심어린 조언이다.

클라우드산업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정기총회 및 정책소통 토크콘서트를 개최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이상학 SW정책관이 무대에 올라 기업 담당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상학 SW 정책관은 이날 "클라우드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이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그는 인사말에서도 "클라우드는 비용절감 수단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이고 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클라우드를 통해 사회 전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 중에도 그는 "클라우드 이퀄(=) 비용절감"이 아니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공공시장은 비용절감에 대한 요구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너무 공공 시장에 치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학 SW정책관은 "공공부분에서 클라우드를 보는 가장 큰 요구는 비용절감이다.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나 새롭게 생산성을 추구하려는 요구는 떨어진다. 예산절감과 안정적 운영이 우선이다. 따라서 공공에 너무 치중하면 클라우드가 가야할 방향을 자칫 잃어버릴 수 있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국내 SW기업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도 '비용절감 프레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상기시키며 클라우드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호소했다. 이 정책관은 "경쟁을 통해 낙찰 가를 떨어뜨리는 일이 지난 십여년 동안 이뤄지면서 SW기업들이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공에서 도입해도 민간에 확산이 잘 안 되는 이유도 SW에 대한 접근을 비용절감이란 인식아래 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는 클라우드가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이라는 점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업계도 함께 이런 방향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학 미래창조과학부 SW정책관(가운데)

이날 행사에서는 클라우드 확산을 위해 제조업기업의 정보화를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비롯해 정부의 조달체계 개편,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제기됐다.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개발 업체 영림원소프트랩의 클라우드사업 담당 이재경 전무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했다. 이 전무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제조기업들이 SW파워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 제조기업들은 정보화 역량이 매우 낮아 보인다"며 “정보화 역량을 끌어 올리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학 SW정책관은 “지방에 가면 낙후된 공장이 많다. 기존 스마트팩토리가 하드웨어를 현대화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프로세스와 운영체계를 혁신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또 “이 부분은 미래부도 관계부처와 함께 풀어야할 문제로 보고 정책 방향에 반영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조달 체계에선 SaaS 제품을 구입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영림원의 이 전무는 또 “지금까지 SW는 물품이나 용역으로 납품해 왔는데 월마다 사용료를 내는 방식은 조달체계에서 허용해 줄 수 없느냐”고 질문했다. 이상학 SW정책관은 이에 “이 방법을 찾기 위해 조달청과 연구과제를 하고 있고 올해 안에 제도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 조달뿐만 아니라 예산, 회계 시스템도 클라우드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한국형 PaaS ‘파스타’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크로센트 전형철 대표는 “활성화가 중요한데, 소비자들은 PaaS 위에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등의 기능이 풀 패키지로 제공되기를 원한다.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기술을 하나로 융합해 나갈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학 SW정책관은 “한국형 PaaS를 개발하는데 70억 정도로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갔다”며 “한국이 또 갈라파고스가 되려고 이상한 것을 만들었다는 얘길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aaS와 IaaS, SaaS가 같이 가야 한고 보고 올해 내년에 진행될 사업들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면서 “민간 차원에서도 고민해줘야 할 부분이 많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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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가 부족해 민간 기업과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애로사항도 나왔다. 한글과컴퓨터 문홍일 상무이사는 “해외 사업을 하다보면 한국에서는 쓰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그럴 때 정부3.0에 들어갈 준비중이라고 얘기하지만 활성화가 덜 돼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와닿아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학 SW정책관은 정부가 금융이나 의료 등의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며, 이런 사업이 레퍼런스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업들에게 레퍼런스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래부는 올해부터 금융, 의료 분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시범 프로젝트는 기존의 다양한 제한을 상당부분 넘어서는 형태로 진행할 생각이다”고 말했다.